"취업 빙하기, 마음의 병이 되다"… '취준정병' 앓는 광주 청년들
광주 청년 지난해 순유출 7000여명
"그냥 한숨뿐 "…SNS '취준정병' 확산
전문가 "심리적 방어기제…대책 시급"

취업 빙하기가 길어지면서 청년들의 마음에도 병이 들고 있다. 굳게 닫힌 취업문 앞에서 느끼는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자조적으로 표현한 '취준정병(취업 준비+정신병)'이라는 신조어가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특히 전국 최하위 수준의 고용률을 기록 중인 광주지역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거나, 깊은 심리적 고립감에 빠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청년 고용률은 43.6%로 떨어지며 약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 전반의 고용 훈풍(전체 고용률 69.2%·역대 최고치) 속에서도 청년층만 소외된 것이다.
지역의 현실은 더욱 뼈아프다. 지난해 광주 지역 20대 고용률은 49.9%로 전년 대비 0.7%포인트 하락하며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광주 청년들이 일자리 선택 시 가장 중시하는 '급여와 복리후생(63.6%)'을 충족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지역 내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취업 여건이 악화하면서 청년들의 탈(脫)광주 행렬도 가속화하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문화·여가 기반과 좋은 일자리의 부재가 원인이다.
지난해 광주를 빠져나간 순유출 청년 인구는 7081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20년(2006~2025년) 동안 고향을 등진 광주 청년만 7만 3000명이 넘는다. 설상가상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6년 신규채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채용 규모를 '축소하겠다(17.4%)'는 기업이 '확대하겠다(14.1%)'는 기업보다 많아 청년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취준 정병'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취업 준비생 서승민(26) 씨는 "수많은 청년이 취업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며 "취준정병은 이 답답함을 자조적인 유머로 풀어내려는 소통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짙은 무력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취업 준비생 권리은(24) 씨는 "타인의 취업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없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다"며 "노력을 이어가면서도 끝이 안 보이는 막연함에 불안하고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청년 세대의 정신건강에 켜진 '적색경보'라고 진단한다.
황석현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내면에 관심이 많은 MZ세대에게 '정병'이라는 단어는 타인에게 자신의 무기력함과 좌절감을 호소하는 소통 방식"이라 분석했다.
이어 황 교수는 "문제는 다수의 청년이 이에 공감하면서, 남들과 같은 궤도에 오르지 못한 자신을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이를 당연한 상태(뉴노멀·New Normal)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사회적 차원의 관심과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