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15마리 떠났다…서울대공원 아기 호랑이 ‘설호’를 보는 복잡한 마음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나 13년을 살았던 시베리아호랑이 ‘미호’가 지난달 18일 목숨을 잃었다. 그동안 많은 이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았던 미호의 마지막은 유독 비극적이었기에 죽음의 파장도 컸다.
지난달 27일 서울시의회 이영실 의원이 공개한 서울대공원 자체조사 보고서를 보면, 미호는 방사장 문단속 미비로 다른 개체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사육사가 문 잠금을 확인하지 못한 탓에 미호가 다른 호랑이인 ‘금강’과 맞닥뜨리면서 싸움이 벌어졌다. 사망 원인이 밝혀지면서 미호의 죽음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 국내 최대 공영동물원인 서울대공원의 동물관리체계와 그 이면에 부실한 구조까지 비추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일이 더 큰 공분을 일으킨 까닭은 이런 사고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서울대공원에서 사망한 호랑이 ‘가람’ 또한 방사장 청소 중 문 개방 실수로 다른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 물림 사고는 아니지만, 전염병 감염·열사병 등 건강 문제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공원에서 사망한 시베리아호랑이는 15마리에 이른다.
가람의 사고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사육사 ‘2인 1조 근무지침’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관리 부실을 손가락질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안전불감증 정도로 치부한다면 이러한 죽음은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서울대공원에는 200여 종, 1900여 마리의 동물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을 담당하는 사육사는 110명 남짓이다. 산술적으로 한 사람당 10여 마리의 동물을 돌보는 수준이니 큰 무리가 없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물의 삶을 살피는 일은 단순히 숫자로만 환산할 수 없다.
서울대공원에 있는 20여 개의 동물사 가운데 단일 종으로만 이루어진 공간은 많지 않다. 한 동물사 안에도 여러 종의 동물이 있으며, 제3 아프리카관처럼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혼재된 곳도 있다. 한 동물사 안에도 개체마다 급여와 이동, 격리, 청소 등 관리 방법이 제각각이고 난이도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개체 수 대비 인력을 환산하면 실제 관리 부담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국제 동물원 운영 기준 상당수는 동물 관리 인력을 단순히 인원수로 산정하지 않는다. 영국 ‘현대 동물원 운영 기준’은 동물 수와 종뿐 아니라 시설 규모와 배치, 직원의 경험과 역량을 고려해 관리에 공백이 없는 수준을 적정 직원 수로 규정한다. 미국 동물원수족관협회(AZA)의 ‘인증 기준 및 관련 정책’ 역시 전시 시설 상태를 전반적으로 고려해 동물복지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직원을 채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교육과 역량 개발을 통한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강조한다.
미호 사고 당일 근무자는 2인 1조 지침을 알면서도 구역을 분담해 1인 체제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또 근무 인원 및 현장 여건에 따라 이처럼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왜 근무 지침을 알면서도 지키지 않았을까. 사고 발생의 이면에 어떤 현실적 한계가 있었는지 면밀하게 살피지 않으면 문제점은 드러나지 않는다. 인력 규모뿐 아니라 휴가·결근으로 인한 업무 공백은 없는지, 전문 인력 양상을 위한 역량 개발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 관리 시스템 전반에 걸친 문제를 ‘관리 부실’이라는 한 단어로 희석한다면 근본적 대책을 세울 수 없다.
무엇보다 서울대공원에서 내세우는 ‘시베리아호랑이 종 보전’이 공영동물원의 존재 목적에 부합하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가 종 보전 달성 방안으로 제시하는 ‘단일 계획 접근법’은 동물원 개체군과 야생 개체군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통합된 계획안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보전 전략이다. 이 전략은 시설에서의 동물 사육은 야생 개체군에 이익이 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멸종 위험이 있는 동물 종의 보호와 야생 복원을 위한 동물원의 ‘방주 역할’은 종 보전 달성을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 동물원의 현실은 어떠한가. 동물을 반복적으로 번식시켜 평생 전시시설에 갇혀 살아야 할 동물의 수만 계속 늘리는 것을 과연 종 보전이라 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렇게 태어난 동물들이 줄줄이 폐사하는 상황이라면 의문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요즘 서울대공원에서는 봄맞이 준비가 한창이라고 한다. 더는 봄을 맞이하지 못하게 된 미호를 그새 잊은 듯한 모습이 야속하게 느껴지다가도, 이곳에서 계절의 변화를 지켜볼 다른 동물의 처지가 과연 미호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선뜻 답을 내기가 어렵다.

얼마 전, 지난해 새로 태어난 시베리아호랑이 ‘설호’가 대중 앞에 공개됐다. 미호를 낳은 암컷 ‘펜자’가 설호를 낳았으니, 미호에겐 막냇동생인 셈이다. 온갖 슬픔으로 얼룩진 공간에서 이제 막 새 삶을 시작하는 설호의 앞날이 어떨지 상상해본다. 지금까지 그곳을 거쳐 간 시베리아호랑이들의 생애를 떠올리며, 앞으로 설호가 마주할 시간은 부디 그들보다 덜 불행하길, 소소하더라도 좋은 순간들이 더 많길 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이슈행동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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