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습] 중동 전운, 지중해로 확산... 키프로스 피격 후 EU 군사 개입 가시화

유진우 기자 2026. 3. 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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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 英 주권 기지 피격
EU, 對 이란 방어 작전 돌입
佛 샤를 드골함 출항, 호르무즈 확보 총력
네덜란드·그리스 대규모 병력 파병 검토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두고 ‘국제법을 존중하라’는 불만을 드러낸 가운데, 정작 유럽 주요국들은 지중해 끝자락에 위치한 섬나라 키프로스 내 영국 주권 군사기지가 이란 무인기 타격을 받으면서 원하지 않던 전쟁에 말려 들어가고 있다.

9일 그리스 크레타섬 차니아 국제공항에 도착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프랑스 해군 NH90 카이만 헬리콥터에 탑승하기 전 니코스 덴디아스 그리스 국방장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CBS 등은 10일(현지시각) 이란 군사 당국이 즉각적인 반격에 나서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이 유럽 연합 영토 코앞까지 닥치자, 유럽 주요국들이 최신예 전투기와 호위함, 대공 방어 시스템을 긴급 동원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유럽 안보 위기 최전선이자 뇌관으로 떠오른 곳은 인구 150만 명 남짓한 지중해 동부 소국 키프로스다. 영국은 수십 년 전부터 키프로스 남부에 아크로티리와 데켈리아라는 주권 군사기지를 핵심 안보 거점으로 운영했다. 이란은 이 가운데 아크로티리 기지를 지난달 28일 무인기로 타격해 핵심 시설인 활주로 일부를 파손하고, 직접적인 군사 피해를 입혔다. 피해 규모는 미미했지만, 이는 이란 반격에 유럽 안보망이 바로 뚫렸다는 의미다.

공격 직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바로 키프로스로 날아가 지역 안보 대책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후 프랑스를 위시한 주요 유럽 국가들은 키프로스를 향한 공격이 곧 유럽 전체를 향한 직접적인 도발이자 주권 침해라며 강경한 연대 의지를 표명하고, 일제히 방어태세를 격상했다.

9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프랑스 항공모함 샤를 드골함을 찾아 함장으로부터 전황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방어 전력을 주도하는 프랑스 정부는 피격 직후 최신형 호위함을 키프로스 영해에 급파하고, 자국이 자랑하는 최고 군사 자산이자 핵심 전력인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함을 지중해 전선으로 긴급 출항했다. 동시에 아랍에미리트 미나 자이드 해군 기지와 알 다프라 공군 기지에 사전 주둔 중인 프랑스 정예 병력 900명과 라팔 전투기를 동원해 역내로 날아드는 이란 무인기를 무력화하는 작전에 돌입했다.

프랑스 엘리제궁 핵심 관계자는 로이터에 “상선 보호를 위한 해군 함정 배치는 군사적 억지력을 발휘하기 위한 철저한 유럽 독자 작전”이라며 “위험 요소로 인해 물리적 장벽이 없음에도 해협이 막혀버린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전했다.

자국 주권 기지를 피격 당한 영국 정부는 이란 무인기 공격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최고 수준 방공망을 자랑하는 45형 구축함 HMS 드래곤과 최신 대드론 방어 체계를 갖춘 군용 헬리콥터를 지중해 작전 구역에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정부도 영국 측 해상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승조원 170명이 탑승 가능하고 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최신예 방공 호위함 에버르천함을 파견하는 방안을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키프로스와 이웃한 그리스는 전략 거점 카르파토스섬에 대(對)미사일 요격 포대를 설치하고 키프로스 영해 턱밑까지 군함을 진격시켰다.

유럽은 이미 동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막대한 안보 자원과 군사력을 쏟아붓고 있다. 이 와중에 키프로스 등 지중해에서도 중동 화약고까지 상대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군사력을 움직이기 시작한 유럽 핵심국들은 이번 대규모 해군 전력 전개가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 보장과 전 세계 민간 상선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고육지책이라고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중동 주요 산유국에서 생산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최대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 안보가 흔들릴 경우, 전 유럽 에너지 공급망은 마비된다. 실제로 미국과 이스라엘 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페르시아만 일대 해협을 지나려던 EU 소속 몰타 국적 대형 컨테이너선이 정체불명 발사체에 직접 공격당해 선원 전원이 배를 버리고 대피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이 9일 이란의 무인기 공격 이후 지중해에 배치된 프랑스 항공모함 샤를 드골호 승조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전문가들은 유럽이 주도하는 군사 작전은 구조적으로 사소한 오인 타격 하나만으로도 통제력을 상실하고 언제든 파괴적인 선제 공세로 돌변할 수 있다는 취약성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이란 최고위 정부 당국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주도하는 대이란 군사 작전에 직간접적으로 동참하는 모든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각 국 핵심 도시를 직접 타격 목표로 삼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확전 징후는 이미 위험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전선 영토인 튀르키예에서는 이미 배치된 동맹국 방공 시스템이 역내로 날아드는 실전 미사일을 긴급 요격하는 일촉즉발 실전 상황까지 벌어졌다.

프랑스 최고위 외교 소식통은 스페인 유력 매체 엘파이스에 “명분상 독자적이고 제한적인 방어 작전이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군사 작전에 실질적으로 합류하는 구조”라며 “만약 이란이 유럽 방어 전력을 선제공격한다면 이란 본토를 직접 타격하는 보복 반격 조치까지 절대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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