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써도 재밌으면 괜찮아" 작가·독자는 '고퀄' 원한다
[편집자주] "들키면 망한다"는 공포에 웹소설·웹툰 업계가 AI 활용을 금기시 하지만 숨겨진 반전이 있다. 일부 독자들의 매서운 별점 테러와 달리 '재미만 있으면 상관없다'는 속마음이 공존한다. 실제 AI의 도움을 받아 대박을 터뜨린 일본의 사례는 '다가온 미래'를 보여준다. AI는 창작의 고통을 덜어줄 '슈퍼 어시스턴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는 상생 비책을 준비중이다.

1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웹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업체의 생성형 AI 활용 경험은 48% 수준이다. 활용 경험이 아직 없는 업체 중 56.7%는 향후 활용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활용 의향이 없다고 밝힌 업체는 17.4%에 그쳤다.
사업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AI 활용을 꺼리는 이유로 △AI 학습 데이터의 불법 수집 문제에 대한 반감 38.5% △독자들의 부정 반응 우려 27.2% △제3자 저작권 침해 가능성에 대한 윤리적·법적 부담 26.8% 등을 꼽았다.
실제 이용자 인식은 달랐다. 콘텐츠진흥원이 '2025 만화산업백서'를 통해 실시한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 AI 도입을 부정적으로 인식한 비율은 12.5%에 불과했다. 10명 중 1명 수준이다. '전면적 거부'와는 거리가 있다.
이용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효과는 '작가의 창작 보조를 통한 제작 시간 단축·생산성 향상'(43.7%)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AI를 활용한 새로운 스타일과 실험적 장르 등장 19.8% △제작비 절감에 따른 다양한 주제 작품 증가 12.9% △소규모·신인 작가의 진입 장벽 완화 11.1% 순이었다.
대량 생산에 따른 품질 저하, 작가 노력에 대한 폄하 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AI 활용 자체보다 결과물의 완성도와 창작 가치 훼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신의 과녁'과 '둘째에게' 등 작품으로 알려진 고태호 작가는 AI 활용에 대해 "아직 작품 몰입도를 해칠 우려가 있어 사용하지 않지만, 독자 감상을 해치지 않는 정도라면 반복 작업에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창작 효율성이 높아지고 더 자신 있는 스토리와 연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독자들이 걱정하는 건 AI 사용 여부 자체라기보다 퀄리티 문제"라며 "극단적인 일부 이용자들은 'AI 절대 반대'라고 목소리를 크게 내지만, 다수 이용자는 재밌으면 본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온라인에서 체감되는 반발과 실제 데이터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고 덧붙였다.
AI는 소규모 제작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연매출 10억원 미만 업체의 48.8%, 10억~100억원 미만 업체의 50.4%가 생성형 AI 활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500억원 이상 대형 업체는 36.7%에 그쳤다. 작은 규모 사업자일수록 더 활발하게 AI를 활용한 셈이다.
현재는 주로 사전 기획과 스토리 구상 등 초기 제작 단계 AI 활용 비중이 60.2%로 높다. 기술 발전에 따라 선화·채색·배경 등 실제 제작 단계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개인 작가들이 AI 활용을 원하는 분위기다. 혼자 창작하면 반복 작업 부담이 커서다. 아직 AI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고, 일부 이용자들의 비난이 두려워 망설이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주동근 작가는 "혼자 창작하는 작가에게 그림 작업을 도와줄 툴이 필요하다"며 "AI를 똑똑하게 사용한다면 작업 시간을 줄이고 더 좋은 스토리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자본과 인력 규모가 경쟁력을 좌우하던 시장 구조가 흔들린다. 물론 '퀄리티'가 조건이다. 독자의 기준은 명확하다. 재밌고, 성실히 연재되며, 완성도가 유지된다면 제작 방식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연애의 기록' 베어리 작가는 "웹툰이 쉽게 만들어진다는 인식이 생길까 우려되지만 결과물이 현재 연재 수준으로 만족스럽게 나온다면 안 쓸 이유는 없다"며 "독자 입장에서도 기다리는 작품을 더 빨리 만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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