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노사, 부산 이전 두고 정면충돌… 육상노조 "총파업 불사"

집회 시작 5분 전인 11시55분, 주최 측이 당초 신고한 450명분의 자리가 빈틈없이 들어찼다. 뒤늦게 도착한 직원들은 안내에 따라 집회 구역 옆 자전거 도로 위로 줄지어 앉아야 했다. 현장 관계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인원이 집결했다"고 귀띔했다.
정오에 시작된 집회에서 노조가 가장 강력하게 성토한 대목은 '정치 논리에 매몰된 산업 경쟁력 약화'였다. 정성철 HMM 육상노조 지부장은 투쟁사에서 "회사가 시행한 이전 타당성 검토 결과에서도 이전 시 30~40%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도출했다"며 "이것은 정부도 알고 사측도 알고 있음에도 협박과 일방적인 강제로 이전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지부장은 정부의 이중 잣대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부산 서면 유세에서 산업은행 이전 문제와 관련해 '한쪽이 원한다고 해서 되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으나 HMM에 대해서는 본사 이전을 추진한다고 한다"며 "같은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정 원칙인 경청과 통합, 공정과 신뢰가 HMM 부산 이전 어디에 있느냐"고 되물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정부가 회사)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해서 회사를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라며 "HMM은 국민의 것이고 정부 회사는 즉각 본사 이전 중단하고 원점에서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HMM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35.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해양진흥공사는 35.08%로 양측의 지분을 합치면 70%가 넘는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현재의 이원화 체계가 가진 효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지방 균형발전의 취지를 모르는 바보들이 아니다"라며 "현재 HMM은 서울 본사의 930명과 부산의 300여명 인력이 완벽한 이원화 체제를 구축해 100%의 효율을 내고 있는데 이 정교한 시스템을 정치적 계산 때문에 강제로 합치겠다는 것은 멀쩡한 엔진을 뜯어내겠다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명분인 '북극 항로'에 대한 현장의 불신도 깊었다. 정기철 사무금융노조 일반업종본부장은 "해운업계에서 일하는 우리는 북극 항로가 현재 타당성이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음을 명확히 알고 있다"며 "어떠한 타당성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마루타가 되기를 요구하는 게 맞느냐"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우리가 부산 이전을 막는 것이 곧 대한민국의 해운산업의 미래를 지켜내는 길"이라고 힘줘 말했다.
부산 이전으로 HMM의 민영화 시계도 멈춘 상태다.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HMM 매각은 (본사의) 부산 이전을 완료한 다음에 추진할 생각"이라며 "부산 이전이 선결 과제"라고 밝혔다.
정부가 부산 이전을 강행하고 나서면서 노조와 갈등이 깊어질 전망이다. 노조는 이날을 시작으로 매주 점심 집회를 상시화하고 오는 26일 기자회견을 거쳐 내달 2일 청와대 앞 총파업 결의대회까지 투쟁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최유빈 기자 kern@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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