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 계산’에 2번 연속 물먹은 대만, 애꿎은 문보경에게 화풀이… 팬들 웃고울리는 기상천외한 WBC 룰

심진용 기자 2026. 3. 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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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선수들이 9일 호주를 꺾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적 같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 직후 대표팀 문보경이 난데 없는 봉변을 당했다. 평균실점률에서 밀려 탈락한 대만 팬들이 9회 마지막 삼진을 당한 문보경을 타깃 삼아 ‘악플’로 분풀이를 한 것이다.

9일 호주전, 대표팀은 9회 안현민의 희생 플라이로 7점째를 올렸다. 더이상 득점은 무의미했고, 후속 문보경이 ‘지능적인’ 3구 삼진으로 마지막 수비를 준비했다. 한국의 ‘8-3 승리’에 모든 희망을 걸었던 대만의 8강 가능성은 그것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대만 팬들이 문보경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며 엉뚱한 트집을 잡은 것이다.

대만 팬들의 악플과 비난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하지만 그들의 허탈한 심정은 아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2023년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평균 실점률에 밀려 조별라운드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2023년 대회 당시 대만이 속한 A조는 5개 팀 모두 2승 2패 동률이라는 초유의 결과로 끝났다. 대회 규정인 평균 실점률에 따라 쿠바와 이탈리아가 1, 2위로 8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대만은 지난대회 4강팀 네덜란드를 잡는 등 선전했지만 산수 계산에서 밀렸다. 쿠바에 1-7로 패한 타격이 컸다.

평균 실점률 타이브레이커에 고개 숙인 사례는 대만 뿐만 아니다. 당장 한국도 2013년 대회에서 2승 1패로 네덜란드, 대만과 승패 동률을 이뤘지만 평균 실점률에서 밀렸다.

2017년 WBC 당시 멕시코 대표팀. 게티이미지

가장 큰 논란은 2017년 대회 멕시코다. 1승 2패로 베네수엘라, 이탈리아와 승패 동률로 공동 2위를 기록했는데 평균 실점률 계산에 따라 맨 뒤로 처졌다. 타이브레이크 경기에서 이탈리아를 꺾은 베네수엘라가 2위로 8강에 올랐다.

멕시코가 첫 경기 이탈리아전 ‘초 공격’이었다는 게 결과적으로 불운이었다. 멕시코는 9회말 아웃 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5실점 하면서 9-5로 앞서던 경기를 9-10으로 패했다. 이탈리아의 끝내기 득점이 나오는 순간 멕시코는 더 이상 아웃카운트를 잡을 기회가 없었다. 애초에 다 이긴 경기를 9회 5실점으로 내준 것부터 문제이지만, 평균실점률로 8강 진출과 탈락을 가리는 규정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점을 분자, 아웃 카운트를 분모로 하는데 멕시코 같은 경우 분모를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상황에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건 자체가 공평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번 대회 한국은 반대로 9일 호주전이 ‘초 공격’이었다는 점에서 ‘말 공격’ 보다는 유리한 조건으로 경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8회까지 8강 진출에 필요한 점수를 못 채웠을 경우, 초 공격이라면 아웃 카운트 3개가 다 잡힐 동안 계속해서 공격할 기회가 있지만, 말 공격의 경우는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 점수를 더 올릴 기회까지 사라지기 때문이다.

‘초 공격’ 기회를 안은 만큼 호주전 3실점 째를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어떻게든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 분모를 키우고 마지막 공격에 가능성을 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11회 연장 8-3, 14회 연장 9-4 같은 8강 경우의수 ‘번외편’이 그래서 나왔다. 비현실적인 가정이지만, 아웃카운트를 분모로 하고 실점을 분자로 하는 산수 계산만 따지면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야구 종목 특성상 어떤 식으로 타이브레이커 규정을 손본다고 해도 논란이 아주 없을 수는 없다. 득실 차가 아니라 지금의 평균실점률이 낫다고 주장하는 쪽은 공격 기회가 서로 다른 경우 단순 득실 차로 8강 진출을 가리는 것이 더 불공평한 것 아니냐는 논리를 앞세운다. WBC는 콜드 게임이 적용되기 때문에 같은 경기 수라도 공격 기회는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

마이애미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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