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의시간]⑥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없이 연금개혁 없다
2026년 올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이 올랐다. 국민연금 기금의 소진 시점은 2064년으로 늦춰졌지만 청년세대의 불안감은 여전하고 OECD 최악 수준인 노인빈곤율도 해소될 기미가 없다. 국회는 연금개혁 특위 활동시한을 2026년 말로 연장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연금개혁을 올해의 주요 국책과제로 꼽고 있다. 이제는 개혁의 시간, 연금개혁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라이더를 하는 동료들의 경우 국민연금 납부를 유예한 사람들이 많아요. 국민연금의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도 있지만 저희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100% 본인 부담으로 내야 하니까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죠.
-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배달노동자들의 경우 4대 보험 가운데 산재보험료와 고용보험료는 회사 또는 사업주와 나눠서 소득의 각각 1.47%와 1.6%를 절반씩 부담한다. 산재보험은 2023년 7월부터, 고용보험은 2022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사업장가입자와 달리 본인이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경우 가입은 돼 있지만 실제로 보험료는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배달노동자는 전국적으로 약 40만 명으로 추정되고 비슷한 처지의 플랫폼 노동자는 가장 최신 통계인 고용노동부의 2023년 자료 기준으로 88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 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가 진행한 실태조사를 보면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52.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무려 천만 명…3명 중 1명 꼴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김선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에 가입은 했지만 납부를 유예한 사람이 276만 명이고 1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은 장기 체납자는 59만 명이었다. 여기에 전업주부와 학생, 기초생활수급자 등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 적용 제외자만 663만 명이다.

다 합치면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이 모두 998만 명으로 거의 천만 명에 이른다. 연금 의무가입 연령대인 18~59세 전체 인구 2969만 명 가운데 무려 33.6%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는 국민이 천만 명이나 있는 상태에서 극심한 노후빈곤율이 개선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지역가입자 중 40%는 보험료 못내…정부는 보험료 찔끔 지원에 그쳐
지난해 11월 기준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616만 명 가운데 보험료 납입을 유예해 놓은 가입자는 276만 명으로 전체의 40%나 된다. 종업원 없이 가게를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와 이들과 함께 일하는 무급가족종사자, 그리고 개인사업자 신분인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벌이가 넉넉지 않을 때 이들이 가장 먼저 줄이게 되는 것이 국민연금 보험료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여유가 없기 때문에 노후 준비를 포기하는 사각지대로 들어가는 것이다.
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부터 월 소득 80만 원 미만인 지역가입자에 대해 최대 1년 동안 국민연금 보험료 50%를 지원한다. 상한액은 월 3만 7,950원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지원 대상과 지원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고 지원 기간도 단 1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의 경우 10인 미만의 사업장에 있는 월 소득 270만 원 미만인 근로자와 그 사업주에게 국민연금 보험료의 80%를 최대 17만 4,800원씩 3년 동안 지원한다. 올해 지원 예산은 9천4백억 원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지역가입자인 농어민이 월소득 106만 이하인 경우 연금 보험료의 50%인 월 5만 350원을 기한 없이 계속 지원하는 것과 비교해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가운데 가장 상황이 심각한 곳이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영세 지역가입자 영역인데 보험료 지원에 들어가는 올해 예산은 고작 2천7백억 원에 불과하다.
공적연금 지원에 한해 예산의 20% 이상을 쓰는 유럽이나 일본 같은 연금 선진국들과 달리 예산의 5%만 쓰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이런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결과로 나오는 것이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소득의 일부를 노후에 보장받게 하는 제도인데 무급가족종사자나 영세 자영업자들처럼 일을 하고 소득도 있는 사람들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월 소득 80만 원 이하인 지역가입자에 대해 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면서 “보험료가 9%에서 13%로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보험료 지원도 더 해주고 가입을 유도할 수 있는 세제혜택 같은 유인책이 더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사업장가입자 전환…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위한 급선무
배달노동이나 프리랜서,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같은 특수고용직은 많은 전문가들이 가장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국민연금 사각지대로 꼽고 있다.
이들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은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하지만 국민연금은 100% 본인 부담이다.
노동자 단체에서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지만 사용자 단체에서는 근로자성을 인정할 경우 최저임금과 퇴직금 등의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후에 대한 책임도 공동으로 져야 한다는 '사용자 책임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도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특수고용직 노동자 같은 노무제공자에게 사업장가입자 자격을 부여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실태를 우선 파악한 뒤에 사업자의 입장을 듣는 과정을 거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 절차를 밟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에 대해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는 “특고 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을 도입해 달라고 했을 때도 정부는 ‘보험료 징수가 어렵다’, ‘사용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핑계를 댔었는데 실제 해보니까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면 산재보험에서처럼 노무제공자 개념을 차용하면 국민연금을 특고 노동자에게 적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특수고용직 노동자 산재보험은 현재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방문강사 등 19개 업종에 적용되고 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 전환은 지난 2023년 윤석열 정부도 실태조사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흐지부지된 적이 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사업장가입자 전환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금석이다. 연금개혁을 올해의 국정과제로 꼽은 이재명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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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모든 개혁의 분수령, 연금개혁(https://newstapa.org/article/G5cbg)
② 기금 소진...가능은 할까? (https://newstapa.org/article/VY1BF)
③ 선제적 국고 투입...현시점 유일한 대안(https://www.newstapa.org/article/Z4SEb)
④ 선제적 국고투입이 미래세대에 가져올 혜택 (https://newstapa.org/article/NSpHj)
⑤ 국고 투입 크레디트 확대...청년세대 노후 위한 투자 (https://newstapa.org/article/3IyA8)
뉴스타파 최기훈 bluemang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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