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 IPO에도 풋백옵션 확산…증권사 자발적 투자자 보호
인벤테라 6개월, 코스모로보틱스·리센스메디컬 3개월
자발적 움직임…당국, 주관사 책임 강화 기조 영향

최근 코스닥 상장을 나서는 기술특례 기업들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잇따라 부여하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은 규정상 환매청구권 의무 대상이 아니지만 증권사들이 자발적으로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풋백옵션 의무 아닌데도…자발적 보호
용어설명: 환매청구권, 풋백옵션이라고도 부름. 일반청약자가 기업공개 주식(공모주)을 인수회사(기업공개를 주선한 증권사 또는 주선한 곳과 계약해 공모주를 함께 판매한 증권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 매도가격은 공모가격의 90%. 단 시장흐름(지수)에 따라 일부 줄어들 수 있음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일 수요예측에 돌입한 웨어러블 로봇 기업 코스모로보틱스와 냉각마취 의료기기 기업 리센스메디컬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상장 후 3개월간 환매청구권을 부여했다. 코스모로보틱스는 유진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공동 주관하며, 리센스메디컬은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는다.
▷관련기사 : [공모주달력]환매청구권 붙은 코스모로보틱스·인벤테라, 수요예측
특히 나노의약품 개발사인 인벤테라(주관사 NH, 유진)는 환매청구권 기간을 6개월로 제시했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이 6개월 환매청구권을 부여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업종 특성까지 반영한 결과다. 주관사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규정상 의무 대상은 아니지만 주관사 책임 강화 흐름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환매청구권을 도입한 것"이라며 "바이오 기업은 신약 개발 사이클이 길어 로봇 기업보다 보호 기간을 더 길게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환매청구권 부여는 규제에 따른 의무 이행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심사국 관계자는 "최근 상장 사례들은 기술특례 상장으로 풋백옵션 의무화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2023년 '기술특례 상장 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상장 후 2년 내 조기 부실화가 발생할 경우 해당 주관사가 이후 주관하는 종목에 6개월 환매청구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페널티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규정을 실제 적용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환매청구권 부여 사례들은 증권사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다. 상장 이후 주가 부진이 발생할 경우 주관사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주관사 책임 강화 기조 영향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주관사 책임 강화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IPO 주관업무 개선방안'을 통해 기업실사 의무화와 공모가 산정 검증 절차 문서화를 도입했다. 주관사의 실사 책임을 명확히 하고 공모가 고평가 논란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어 지난해 1월 발표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에서도 공모 구조 전반의 관리 강화를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 제도를 도입해 기관 배정 물량의 40% 이상을 확약 투자자에게 배정하도록 했다. 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할 경우 주관사가 공모 물량의 1%를 취득해 6개월간 보유하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코너스톤 투자자와 사전 수요예측 제도 도입을 추진해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중·장기 투자자 참여를 확대하고 주관사의 내부 배정 기준도 구체화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주관사가 상장 전 취득한 주식에 대한 의무보유 규정을 강화해 가격 괴리율 기준을 기존 50%에서 30%로 낮추고 최소 보호예수 기간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제도 변화가 직접적인 규제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업실사 부실 시 임원 제재 가능성과 공모가 산정 내부 기준 의무화 등 주관사를 압박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잇따라 도입되면서 상장 이후 주가 부진이 발생할 경우 주관사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은 최근 IPO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는 구조 변화와도 맞물린다. 금융감독원이 이달 발표한 '2025년 IPO 시장 분석'에 따르면 모든 IPO 기업의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밴드 범위 내에서 결정되며 과거처럼 밴드를 초과해 가격이 정해지는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도 41%로 전년 18.1%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수요예측 제도 개선과 주관사 책임 강화 조치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공모가 산정의 합리성이 높아지고 장기 투자 관행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 상장은 규정상 환매청구권 의무 대상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주관사 책임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투자자 보호 장치를 함께 설계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며 "업종 특성이나 사업 단계에 따라 환매청구권 기간을 조정하는 방식도 계속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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