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키워드 ‘로봇·AI’…배터리 기술 경쟁 ‘대격돌’ [인터배터리 2026]

권제인 2026. 3. 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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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SK온, 로봇 전시로 기술력 강조
SDI,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최초 공개
소재사도 ESS·로봇 겨냥 차세대 기술 전시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이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막을 올렸다. 권제인 기자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오는 1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서 미래 기술 경쟁이 펼쳐졌다. 올해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로봇’과 ‘인공지능(AI) 인프라’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주춤한 가운데, 배터리 제조사와 소재사 모두 휴머노이드 로봇,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영토를 넓히기 위한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11일 개막한 인터배터리 전시장에는 로봇이 곳곳에 등장했다. 로봇 배터리는 탑재 공간이 제한적이면서도 높은 에너지 밀도와 긴 사용 시간, 순간 출력 성능을 동시에 충족해야 해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각 기업은 자사 배터리가 적용된 로봇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이 11일 열린 ‘인터배터리 2026’ 개막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권제인 기자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이날 개막식 환영사에서 “전기차를 넘어 ESS 등 신규 수요를 확대해 산업의 기초 체력을 키우겠다”며 “ESS 시장을 본격 육성하고 소재·부품 등 국내 배터리 생태계 강화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IRA와 유럽연합(EU) 배터리 규정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민관이 원팀으로 대응하겠다”며 “배터리 분야 생산세액공제 도입과 핵심광물·소재·마더팩토리로 이어지는 ‘배터리 삼각벨트’를 구축해 글로벌 배터리 제조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한 R&D 체계를 혁신하고 사용후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 기반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의 LG에너지솔루션 부스 사진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로봇과 AI 인프라를 중심으로 배터리 적용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시 부스에는 CES에서 공개된 홈 로봇 ‘LG 클로이드’와 베어로보틱스의 자율주행 로봇 ‘카티100’이 전시됐다. 이 로봇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고성능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돼 장시간 운용과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AI 인프라 시장을 겨냥한 에너지 통합관리 서비스 ‘EaaS’ 사업 모델도 선보였다. 전력망용으로는 국내 전력 인프라와 제도적 환경에 최적화된 ESS 설루션인 ‘JF2 DC LINK 5.0’이 전시됐다. AI 데이터센터용 비상전원 설루션으로 리튬인산철(LFP) 기반의 차세대 JP6 UPS용 랙(Rack) 시스템을 선보였고, 고출력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 배터리 백업 유닛(BBU) 설루션도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인터배터리 2026’ 삼성SDI 전시장 앞이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권제인 기자

삼성SDI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 시대를 겨냥한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처음으로 일반에 선보였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열폭주 위험은 줄어든 반면 에너지 밀도가 높고 사용 시간이 길어 로봇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삼성SDI는 기존 전기차용 각형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이어 파우치형까지 폼팩터를 확대해 로봇, 항공 시스템, 웨어러블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실제 데이터센터 내부를 구현한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배터리 ‘U8A1’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리튬망간산화물(LMO) 소재를 적용해 고출력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했으며 기존 대비 공간 효율을 33% 높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서버 내부에 탑재되는 BBU용 고출력 원통형 배터리도 함께 공개했다.

ESS 설루션 분야에서는 ‘삼성배터리박스(SBB)’ 풀 라인업을 전시했다. 특히 AI 기반 배터리 상태 진단 소프트웨어인 ‘삼성배터리인텔리전스(SBI)’를 처음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글로벌 ESS 사이트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터리 상태와 이상 징후를 사전에 진단하고 화재 위험을 예방하는 기술이다.

엄기천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이 11일 열린 ‘인터배터리 2026’ 개막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권제인 기자

SK온은 자사의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위아의 자율이동로봇(AMR)이 전시됐다. 해당 로봇은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물류 자동화에 활용되고 있다. SK온은 현대위아와 협력해 물류 로봇뿐 아니라 피킹 로봇, 주차 로봇 등 다양한 로봇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로봇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ESS 분야에서도 차세대 기술을 공개했다. SK온은 ESS용 고에너지밀도 LFP 파우치 배터리를 선보이며 에너지 밀도를 500Wh/ℓ 수준까지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셀투팩(CTP) 설루션과 액침 냉각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배터리 팩 설루션도 공개했다. 액침 냉각 기술은 절연성 냉각 유체를 배터리 팩 내부에 순환시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전기차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ESS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엄기천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은 개회사에서 “배터리 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동력이자 국가 안보의 전략 자산”이라며 “셀과 소재 기업 간 협력을 통한 초격차 기술 확보와 제조 혁신, 재활용·순환경제 구축 등을 통해 K배터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차세대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경쟁에 나섰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와 LFP 소재 등 미래 배터리 기술을 위한 소재 개발 전략이 주요 전시 내용이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번 전시에서 자율주행 전기차, ESS, 로봇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양·음극재 기술을 선보였다. 니켈 함량을 95% 이상으로 높인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를 비롯해 ESS용 LFP 양극재, 전고체 배터리용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 등 차세대 소재 개발 현황과 로드맵을 공개했다. 또한,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팩토리얼과 진행 중인 공동 연구개발 등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도 소개하며 차세대 기술 확보 전략을 강조했다.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의 포스코퓨처엠 부스 사진 [포스코퓨처엠 제공]
‘인터배터리 2026’에 참가한 포스코퓨처엠 부스에 전시된 사족 보행 로봇. 권제인 기자

에코프로는 전고체 배터리 소재 풀 밸류체인을 공개했다. 고객사와 함께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고체 전해질을 비롯해 전고체용 양극재, 리튬메탈 음극재 등을 선보이며 차세대 배터리 소재 경쟁력을 강조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투자와 헝가리 양극재 공장 등을 중심으로 구축한 글로벌 공급망 전략도 소개했다.

엘앤에프는 국내 최초 LFP 양극재 양산 계획을 핵심 전시 내용으로 내세웠다. 특히 차세대 Fe₂O₃ 공법을 적용한 무전구체 LFP 기술과 자체 인산철(FP) 기술을 처음 공개했다. 이 기술은 원가 경쟁력을 높이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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