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환전, 도박 놔둔 채… '웹보드 게임' 규제만 풀고 규제는 안 했다

이혁기 기자 2026. 3. 1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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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규제 풀린 웹보드 게임 명암 2편
결제 상한액 오른 웹보드 게임
가성비 높은 효자 사업이지만
불법 환전, 사행성 부작용 존재
우려 딛고 승승장구할 수 있나

웹보드 게임 업계가 '결제 한도 상향(월 70만원→100만원)'이라는 호재를 맞았습니다. 이는 실적 반등을 노리는 게임사들엔 긍정적인 신호임에 분명합니다만, 한편으론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산업의 외형이 커지는 만큼, '불법 환전' '사행성 논란' 등 웹보드 게임의 고질적인 병폐도 더더욱 깊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스쿠프가 웹보드 게임의 그림자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視리즈 '규제 풀린 웹보드 게임 명암' 2편입니다.

불법 환전상은 속칭 '짱구방'에 가짜 계정들을 모아놓고 한 계정에 게임머니 몰아준다.[사진 | 더스쿠프 포토, 제미나이]
우리는 지난 1편에서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는 웹보드 게임 산업을 살펴봤습니다. 최근 정부가 이용자의 월 결제 한도를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하면서 웹보드 게임 업계엔 적잖은 기대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용자의 결제 여력이 커진 만큼, 오랜 기간 움츠렸던 게임사들의 실적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산업적 측면에선 이번 규제 완화는 기대감을 키울 만합니다. 게임사 입장에서 개발과 유지보수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몰입감이 높은 웹보드 게임은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웹보드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 역군'이란 측면도 있습니다.

이렇듯 웹보드 게임이 K-게임 생태계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점이 정부가 규제의 빗장을 푸는 밑거름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 그림자① 규제 사각지대 병폐 =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입니다. 규제 완화로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그 이면에서 파생될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웹보드 게임의 가장 큰 병폐로 지목되는 건 규제 사각지대를 틈탄 '불법 환전'입니다. 월 결제액 상한(100만원)은 어디까지나 이용자가 게임사에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게임머니에만 적용됩니다. 출석 보상, 퀘스트 완료 보상 등으로 게임사에서 무료로 지급하는 게임머니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참고: 여기서 '게임머니'는 웹보드 게임에서 통용되는 가상의 화폐를 의미합니다. 대부분은 판돈 용도로 쓰입니다. '아이템'은 게임에서 이로운 효과를 주는 역할을 합니다.]

불법 환전상은 이점을 악용해 게이머들로부터 돈을 받고 게임머니를 지급합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먼저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 수백수천개의 '가짜 계정'을 만듭니다. 이 수많은 계정으로 '출석 보상'과 '무료 리필' 등 수단을 총동원해 게임머니를 모읍니다. 그다음 속칭 '짱구방(지인끼리 담합하기 위해 만든 게임 속 공간)'을 만들어 계정들을 한데 모은 뒤, 상대방에게 고의로 져주는 '칩덤핑'을 통해 게임머니를 하나의 계정에 몰아줍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불법 환전상은 이렇게 모인 어마어마한 양의 게임머니를 결제 한도를 다 쓴 게이머들에게 현금을 받고 팔아넘깁니다. 이같은 환전 방식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제32조에 따르면, 게임을 통해 획득한 게임머니를 환전하거나 재매입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게임이 사행산업으로 변질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문제는 웹보드 게임의 결제 상한액이 늘어날수록 불법 환전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익명을 원한 게임 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결제 상한액이 늘어나면 게임 내에서 풀리는 유료 재화의 총량도 증가한다. 그러면 베팅 규모, 이를테면 '판돈'이 커지고, 한순간에 게임머니를 전부 잃고 파산하는 게이머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다. 게임을 더 하고 싶지만 한도는 막힌 상황, 그럼 어딜 가겠는가. 자연스럽게 불법 환전상을 찾게 되는 거다."

■ 그림자② 불법 도박의 경로 = 우려스러운 부분은 또 있습니다. 불법 환전의 늪이 깊어지면 웹보드 게임이 '불법 도박의 온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웹보드 게임이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버전으로도 출시돼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간과해선 안 되는 위험요인입니다.

이점을 의식했는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게임산업법 시행령이 공포된 2월 3일 '시행령 해석 기준'을 공개했습니다. 핵심은 1회 베팅 한도를 산정하는 기준을 구체화한 것입니다. 웹보드 게임 이용자는 게임 한판에 월 한도(100만원)의 10%인 10만원까지만 걸 수 있습니다.

월 결제 한도 규정도 촘촘해졌습니다. 이용자 한명이 여러 계정을 갖고 있어도 게임사는 각 계정의 결제액 합산이 100만원을 넘지 않도록 통제해야 합니다. 여기엔 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게임머니도 포함됩니다.

지인끼리 모이는 '짱구방'을 막기 위한 규제도 생겨났습니다. 이제 웹보드 게임 이용자가 친구나 지인 등과 즐기기 위해 게임 상대를 임의로 선택하는 기능이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게임머니와 호환되지 않아 환전 가치가 없는 재화를 사용하는 경우에만 상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계정 거래를 통해 게임머니를 주고받는 불법 환전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김정태 동양대(게임학) 교수는 "웹보드 게임 상당수가 화투, 포커 등 도박 종목으로 이뤄진 이상, 현재로선 도박의 영역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행보가 관건이다. 완화된 규제 환경 속에서 업계가 부작용을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에 따라, 웹보드 게임이 '잠재적 도박'이라는 꼬리표를 계속 달고 갈지, 아니면 K-게임 산업의 일환으로 편입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이다."

올해 웹보드 게임 산업은 규제 완화 덕분에 산뜻한 출발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업계는 산업 이면에 도사린 '불법 환전'과 '사행성 조장 논란'이란 그림자를 걷어내야 한다는 책임을 떠안았습니다. 과연 웹보드 게임은 그림자를 지우고 빛날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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