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 수명에 끼치는 영향력, 2배 높아져 50~55%…왜 변했나
일란성 쌍둥이 연구…기존 추정치 2배
감염병 등 외적 요인 영향 줄어든 때문

인간 수명에서 유전자가 끼치는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1990년대 이후 과학자들이 그동안 쌍둥이나 가계 연구를 통해 얻은 추정치는 20~30%다. 인간의 수명은 유전적 요인보다는 생활 방식이나 환경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았다. 일부 대규모 계보 분석에서는 이 수치도 과대평가된 것이고 실제 유전자의 영향력은 10% 이하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과학계의 오랜 통념에 이의를 제기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 연구진은 수명에 영향을 끼치는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을 분리해 분석한 결과, 유전자가 끼치는 영향력은 전체의 50~5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는 기존 추정치보다 2배나 높은 것이다.
연구진은 기존 추정치가 너무 낮았던 것은 감염성 질환이나 사고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사망과 장기 기능 저하 같은 내부 요인으로 인한 사망을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쌍둥이 데이터로 유전-환경 요인 비교
연구진은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1800년대 기록까지 남아 있는 덴마크와 스웨덴 쌍둥이 연구 데이터와 미국의 100살 이상 장수인 형제 연구 데이터를 다시 살펴봤다.
두 가지 데이터를 분석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일란성 쌍둥이는 DNA를 100% 공유하는 반면, 이란성 쌍둥이와 형제들은 평균적으로 약 절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 둘 사이의 차이를 비교하면 유전적 요소의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다. 이번 데이터에는 특히 따로 자란 일란성 쌍둥이도 포함돼 있었다.
연구진이 외부 요인으로 인한 사망을 제외하자 쌍둥이 형제 간의 수명이 훨씬 더 비슷하게 나왔다. 또 공중보건 제도가 개선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사람들이 젊은 나이에 감염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던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반 데이터에서는 유전자의 영향을 거의 가려낼 수 없었지만 20세기를 지나면 유전자의 영향력(유전율)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인간은 수명이 크게 늘어 장수시대로 접어들었다. 20세기 초반 30살 초반이었던 전 세계 평균 수명은 현재 73살로, 100년만에 2배 이상 뛰었다.

과거 추정치가 틀린 게 아니라 상황 변한 것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수명이 유전자에 좌우된다는 운명론을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단지 기존보다 유전적 요인의 비중이 높게 나온 만큼 수명 연장 유전자 변이를 찾는 동기를 부여하는 하나의 기폭제가 되기를 희망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의 카린 모디그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해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한 것은 환경이지 유전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100년 전엔 주로 얼마나 잘 먹었는지에 따라 키 차이가 났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오늘날엔 유전적 차이가 이를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수명에서도 마찬가지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보건위생과 식단의 질이 좋아지면서 환경 요인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유전적 요인의 영향력이 커졌다. 이전의 추정치가 틀린 것이 아니라 역사적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모디그 교수는 유전적 요인의 비중이 높아졌더라도 여전히 환경이나 생활 방식, 의료 서비스, 그리고 무작위적인 생물학적 과정이 수명 차이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논문 정보
Heritability of intrinsic human life span is about 50% when confounding factors are addressed.
http://dx.doi.org/10.1126/science.adz1187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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