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전 페루 귀족의 '명품'…살아있는 앵무새 운반한 '깃털 교역망'

임정우 기자 2026. 3. 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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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00년 전 페루 해안 문명이 안데스산맥을 가로질러 아마존에서 앵무새를 산 채로 들여오는 광역 교역망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DNA 분석으로 처음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잉카 제국 이전 시대 페루 해안 사회가 흔히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교역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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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아마존에서 둥지 근처에 앉아 있는 붉은초록 마코 앵무. Balazs Tisza 제공

약 1000년 전 페루 해안 문명이 안데스산맥을 가로질러 아마존에서 앵무새를 산 채로 들여오는 광역 교역망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DNA 분석으로 처음 확인됐다. 페루를 대표하는 역사적 문명으로 널리 알려진 잉카 제국이 등장하기도 전의 일이다.

조지 올라 호주국립대 교수 연구팀은 페루 해안 유적지 파차카막에서 발굴된 이츠마 문화(기원후 1000~1470년) 귀족 무덤의 깃털 장식품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파차카막은 잉카 제국 이전 페루 중부 해안의 대표적인 종교 중심지다. 2005년 이곳에서 온전한 상태의 귀족 무덤이 발굴됐다. 34개의 매장 묶음 중 5개에서 화려한 앵무새 깃털 장식이 확인됐다. 깃털 장식은 당시 사회에서 신분을 드러내는 핵심 상징물이다. 깃털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밝히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적이다.

페루 파차카막 이츠마 무덤에서 발굴된 고대 깃털 장식품. George Olah 호주국립대 제공

연구팀은 깃털 25점에서 고대 DNA를 추출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스칼렛 마코, 붉은초록 마코, 파란노랑 마코, 밀가루 아마존 앵무 등 4종의 아마존 열대우림 앵무새 종을 확인했다. 새들은 모두 해안 유적지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안데스산맥 동쪽, 오늘날 브라질과 페루 아마존 일대의 열대우림에 사는 종들이다.

연구팀은 앵무새들이 현지에서 기른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먼 곳에서 데려온 것인지를 검증했다. 오랜 기간 좁은 집단 안에서 사육된 새들은 유전자가 서로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활용했다. 그런데 파차카막 깃털에서 나온 유전자는 야생 개체군과 비슷할 만큼 다양했다. 교역을 통해 야생에서 데려온 새들이라는 뜻이다.

연구팀은 새들이 야생에서 잡힌 후 안데스산맥을 넘어 살아있는 채로 해안까지 운반됐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깃털에 남은 탄소·질소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새들이 아마존 열대우림이 아닌 해안 지역의 먹이를 먹은 흔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페루 파차카막 이츠마 무덤에서 발굴된 약 1000년 된 고대 깃털. George Olah 호주국립대 제공

연구팀은 교역이 어떤 경로로 이뤄졌는지도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복원했다. GIS는 지형, 고도, 강 위치 등 지리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해 사람이 이동하기 쉬운 경로를 계산해내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GIS를 활용해 당시 앵무새 서식지와 이츠마 문명의 거점을 잇는 가장 현실적인 이동 경로를 추정했다. 

분석 결과 두 가지 주요 교역로가 확인됐다. 하나는 북쪽 해안의 강력한 정치 세력인 치무·시칸을 중개자로 활용한 북부 경로이고 다른 하나는 아라왁어를 쓰는 원주민 집단을 통해 안데스 고지대를 가로지르는 중앙 경로다.

이번 연구는 잉카 제국 이전 시대 페루 해안 사회가 흔히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교역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올라 교수는 "잉카 이전의 아메리카 사회를 갈등과 지역주의로만 바라보던 기존 시각에 반하는 결과"라며 "안데스와 아마존 사이의 광역 경제 연결망이 잉카 같은 제국 없이도 작동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페루 아마존의 흙 절벽에 모여든 화려한 마코 앵무들. 연구팀은 집합 장소 아래에서 야생 새들의 깃털을 채취했다. Balazs Tisza 제공

<참고> 
doi.org/10.1038/s41467-026-69167-9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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