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폭로 통했다…ENA 미스터리 수사극, 자체 최고 4.9%로 종영 [종합]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성착취 범죄의 구조를 정면으로 파헤친 ENA 월화드라마가 끝내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결말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마지막까지 불편한 진실을 직시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기며 6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10일 방송된 ENA 월화드라마 '아너 : 그녀들의 법정'(연출 박건호, 극본 박가연, 기획 KT스튜디오지니, 제작 하우픽쳐스)은 최종회에서 수도권 4.9%, 전국 4.7% 시청률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한 채 종영했다. (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최종회에서는 백태주(연우진)가 구축한 비틀린 세계가 무너지는 순간이 그려졌다. '더프라임' 스마트시티 시연회장에서 강신재(정은채)가 서버에 심어둔 장치로 백태주의 음성이 공개되면서, 비밀 성매매 어플 '커넥트인'이 피해자들을 미끼로 설계된 범죄 시스템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동시에 서버실에 감금된 강신재가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 실시간으로 송출되며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윤라영(이나영)은 혁신과 정의라는 말 뒤에서 '커넥트인'을 만들어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수많은 삶을 고통 속에 빠뜨린 백태주의 만행을 만천하에 고발했다. 그 사이 황현진(이청아)은 남편 구선규(최영준)와 함께 해커 김동제(김문기)가 달아둔 추적기를 통해 강신재를 찾아냈고 결국 그의 목숨을 구했다. '더 프라임'의 시스템을 폭파시키고 사라진 백태주는 시신으로 발견된 듯했지만, 강신재가 그의 누나 서지윤의 봉안 앞에 놓인 테라리움을 발견하며 그의 생존 가능성을 암시하는 미스터리를 남겼다.
그러나 백태주의 몰락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았다. 로펌 L&J(Listen & Join)를 재정비한 윤라영과 황현진은 '커넥트인'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아 싸웠지만 형사 소송 1심에서 이용자들의 성매매 혐의는 벌금형에 그치는 반쪽짜리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윤라영은 방송에 출연해 '커넥트인 특별법' 발의를 촉구하며 민사소송으로 이용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또한 복수라는 이름으로 범죄를 저지른 뒤 자수한 딸 한민서(전소영)의 곁을 지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강신재 역시 무너진 해일의 대표 자리를 맡아 추징금과 손해배상 책임을 떠안으며 새로운 삶의 무게를 짊어졌다.

드라마는 상처가 사라지거나 잃어버린 것들이 되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현실을 담아냈다. 그럼에도 그 무게를 견디며 살아내는 것이 누군가의 악의를 넘어선 승리이며, 그렇게 지켜낸 삶의 순간이 바로 명예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또 다른 성범죄 피해자가 폭행으로 상처 입은 채 L&J 사무실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모든 것이 해결된 판타지 같은 해피엔딩 대신, 현실 속 싸움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아너'다운 결말이었다.
이 작품이 깊은 공감을 얻은 중심에는 윤라영, 강신재, 황현진으로 이어지는 여성 변호사 3인방의 연대가 있었다. 극 중 윤라영은 공익 로펌 L&J를 만든 이유에 대해 "성범죄 로펌을 검색하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받아주겠다는 광고가 먼저 나온다"며 "피해자 편에서 어떤 일을 겪었든 함께 싸워주는 변호사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고통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는 윤라영,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결단으로 진실을 밝힌 강신재, 피해자들의 곁에서 끝까지 버티며 싸워온 황현진의 연대는 숨겨졌던 성착취 피해자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냈고 또 다른 연대를 만들어냈다. 이나영, 정은채, 이청아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더해지며 '갖고 싶은 변호사'라는 평가를 받는 인생 캐릭터가 완성됐다.
연출을 맡은 박건호 감독은 방송 전 인터뷰에서 스웨덴 원작보다 한국 사회의 맥락을 더욱 보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캔들이 작동하는 방식과 특히 여성에게 가해지는 낙인 구조가 원작과 다르기 때문에 사건 자체보다 사건 이후 인물들이 감당해야 하는 평판과 침묵의 압박을 더욱 입체적으로 그리려 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성착취 플랫폼 '커넥트인'을 중심으로 권력과 자본이 결탁한 구조적 범죄를 집요하게 추적한 점 역시 이러한 의도의 연장선이었다. 박가연 작가가 촘촘하게 설계한 미스터리 서사를 박건호 감독이 밀도 높은 연출로 풀어내며 장르적 긴장감과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완성했다.
드라마는 사건 해결 이후에도 현실이 크게 바뀌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커넥트인' 이용자들에 대한 권력형 비리는 드러났지만 성매매 혐의는 벌금형에 그쳤고, 새로운 성매매 카르텔 역시 등장했다. 배우 엄지원이 특별출연한 새로운 조직 관리자는 SNS 영향력을 가진 젊은 여성들을 모집해 VVIP 파티를 열며 또 다른 성착취 피해자를 만들어냈다. 견고하고 은밀한 카르텔이 다시 형성되는 씁쓸한 현실 속에서도 드라마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기적이 아니라, 상처를 안고도 살아가는 삶 자체가 존엄이며 명예라는 것이다.
최종회에서 '커넥트인' 피해자들은 복학을 하거나 카페 매니저, L&J 인턴 등으로 각자의 삶을 이어갔다. 흉터를 안고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시간은 그래서 더욱 찬란하고 명예로운 순간으로 남았다.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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