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말을 들어야 하나…엇갈린 메시지에 에너지 시장 '출렁'

박신영 2026. 3. 1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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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에너지 장관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호위"
소셜미디어 게시 이후 삭제
유가 한때 20% 가까이 하락
사진=REUTERS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전쟁 관련 발언이 엇갈리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발언을 해석하려 하면서 에너지 시장은 이틀 연속 큰 폭의 가격 변동을 겪었다.

앞서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소셜미디어에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호위했다”고 게시했다가 이를 삭제했다. 이후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해당 작전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다만 “이란이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을 제한하려 할 경우를 대비해 미군이 추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혼선 속에서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라이트 장관의 게시물 이후 유가는 한때 약 20% 가까이 하락했다가 이후 추가 정보가 나오면서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이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글을 올리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해협에 기뢰가 설치됐다는 보고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곧이어 이란군에 설치했을 수 있는 폭발물을 제거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미국이 “마약 밀매 조직을 겨냥할 때 사용했던 기술과 미사일 능력을 활용해 기뢰 부설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몇 분 뒤 트럼프 대통령은 “기뢰를 설치하려던 비활동 상태의 선박 10척을 완전히 파괴했다”며 “추가 공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 장관의 게시물과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발언은 워싱턴과 월가에서 정책 메시지가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대부분의 선박 통행이 중단된 상태다. 이란의 공격 가능성으로 해운사들이 선박 운항을 멈추면서 주요 산유국의 원유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걸프 주요 산유국들은 생산량을 줄인 상태다. 전쟁 이전에는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해 수출됐다.

사우디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태를 “중동 석유·가스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라고 평가했다.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도 충격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상승했으며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이 확대되고 있으며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레빗 대변인은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 생산 시설을 겨냥한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CNBC 인터뷰에서 “이란이 외교적 해결을 원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현재까지의 증거는 그렇지 않다는 쪽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도 이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공격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적이 완전히 패배할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중동 여러 지역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루와이스에 위치한 대형 정유시설은 드론 공격으로 산업단지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가동을 중단했다.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는 피해 상황을 평가 중이다.

이번 주 초 일부 지역에서는 공격 강도가 다소 약해지는 조짐도 나타났다. 페르시아만 지역 항공사들은 항공편 운항을 점차 늘리고 있다.

그러나 긴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UAE는 이란이 자국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는 이란 드론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바레인에서는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주변국 영토와 영공, 해역이 이란 공격에 사용되지 않는다면 분쟁을 완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NATO는 터키 남동부 지역의 방공망을 강화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미국이 운영하는 핵심 레이더 기지가 있어 NATO의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주, 한국, 영국 등도 걸프 지역 동맹국의 방어를 지원하거나 지원 요청을 검토 중이다.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공식 집계 기준 이란에서 1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미군도 최소 7명이 사망했고 약 150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 군인 2명과 민간인 약 12명도 사망했으며 걸프 지역 국가에서도 사망자가 보고됐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서 이란과 연계된 무장 조직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약 486명이 사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에너지 인프라 공격을 둘러싸고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란의 장기적인 에너지 생산 능력이 붕괴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미국이 장기적인 해외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군 사상자가 늘어나거나 휘발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 의회에서도 전쟁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렸다.

민주당 리처드 블루멘탈 상원의원은 국방부 비공개 브리핑 이후 “전략과 목표, 전쟁의 출구 전략이 명확하지 않다”며 우려를 표했다.

반면 공화당 마이크 라운즈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결정은 옳았으며 위협 수준을 고려할 때 필요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일부 석유 관련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며 이란 작전이 종료되면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란은 최근 새 최고지도자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했다. 그의 부친인 알리 하메네이는 37년 동안 이란을 통치했으며 2월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 공습 과정에서 사망했다.

56세의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란의 핵심 권력기관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혁명수비대는 새 최고지도자에게 충성을 선언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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