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전쟁 조기 종식 기대에 급락…브렌트 87달러·WTI 83달러

윤종진 2026. 3. 1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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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100달러 돌파했던 유가 하루 만에 80달러대로 후퇴
▲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마무리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10% 넘게 급락했다.

10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7.8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1% 떨어졌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 역시 배럴당 83.45달러로 전장 대비 11.9%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2022년 3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국제유가는 전날까지만 해도 급등세였다. 브렌트유 선물은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으며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섰지만 불과 하루 만에 80달러대로 되돌아왔다. 같은 날 장중 배럴당 84달러까지 급락하며 일간 기준 사상 최대 변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유가 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C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이 “마무리 수순(very complete)”이라고 말했으며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전쟁 종료 시점에 대해 “아주 곧(very soon)”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최근 전화 통화를 했다고 공개하며 “중동 문제를 논의했고 그는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월가에서는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와 관련한 제재 완화를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두 정상 간 통화에서 석유 제재 완화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하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이란 사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전쟁이 국제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이날 오후 늦게 회원국 정부 간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과 관련해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전날 긴급 논의를 진행한 데 따른 후속 대응 성격이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평가 결과를 토대로 회원국들의 전략 비축유 방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선물거래사 필립 노바의 프리얀카 사크데바 연구원은 “러시아산 원유 제재 완화 논의와 트럼프 대통령의 분쟁 완화 시사, G7의 전략 비축유 활용 가능성은 모두 원유 공급이 어떤 방식으로든 시장에 계속 유입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다”고 평가했다.

DBS은행의 수브로 사르카르 에너지 부문 책임자는 “전날 유가가 상방으로 과잉 반응했다면 오늘은 하방으로 과잉 반응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종전 발언이 시장을 진정시킨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호위했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렸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 발언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81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며 낙폭을 일부 되돌렸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석유시장 공급 충격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리는 결코 휴전을 원하지 않는다”며 “침략자들이 다시는 우리의 이란을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분명한 교훈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역시 성명을 통해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 지역에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수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 재개가 매우 중요하다며 “해상 운송 차질이 장기화하면 세계 석유 시장에 재앙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란 전쟁 상황이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점을 이유로 올해 4분기 유가 전망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66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2달러로 각각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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