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원 초코파이 절도 무죄 앞으로 없다? 법왜곡죄 무차별 고소·고발 폭주 우려 [사법제도 대변혁①]
수사·재판 불만 무차별 고소·고발 가능성
소신 판결·경미사건 선처 어려울 것 전망도
판사들 ‘안전주의’ 불가피… 형사부 기피로
대법원,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관련 논의

[헤럴드경제=안세연·안대용 기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국무회의 문턱을 넘은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이 12일 관보를 통해 공포된다. 사법제도 대변혁이 이뤄지는 것이어서 법조계 전반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법왜곡죄가 담긴 개정 형법과 재판소원제가 담긴 개정 헌법재판소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되고, 대법관 증원이 담긴 개정 법원조직법은 공포 후 2년이 지난 시점부터 단계적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사법개혁 3법이 처리되는 동안 법조계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됐지만 그 가운데서도 법왜곡죄 시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적용 당사자인 판사와 검사 뿐만 아니라 변호사들도 우려를 나타냈고, 법학계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수정을 거듭했음에도 모호함이 여전이 남아 있는 데다 수사와 재판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의 고소·고발이 폭주하면서 결국 판·검사들 본연의 업무 수행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 법조계와 법학계 전반에서 제기된다.
▶형사사건 처리 관련 판·검사 처벌하는 법왜곡죄 신설= 법왜곡죄는 형법 123조의2에 신설되는 조항으로 판·검사에 대한 형사처벌 내용이 담긴 규정이다. 형사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는 검사 또는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 또는 수사 중인 형사사건에 관해 ‘법왜곡 행위’를 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했다.
구체적인 ‘법왜곡 행위’로는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 이를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 재량 판단은 제외)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된 증거를 알면서 재판·수사에 사용한 경우 등이 담겼다. 또 ▷ 폭행, 협박, 위계, 그 밖의 방법으로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도 포함된다.
이 규정은 국회 본회의 단계까지 수정을 거치며 지난달 26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형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이 상정·의결되며 공포와 함께 시행을 앞두게 됐다.
▶사법제도 불복 수단 악용 우려…정치적 사건서 빈발 가능성= 법조계에선 당장 법왜곡죄 시행 직후 사법 제도에 대한 불복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과 그로 인한 업무 위축을 지적한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헤럴드경제에 “무죄가 나오면 검사를, 유죄가 나오면 판사를 고소하며 사법체계를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당사자들이 1심 판결에 대해 항소장과 동시에 고소장을 접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법왜곡죄가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정치적 사건이 꼽힌다. 이미 주요 정치인이 당사자가 되는 형사사건의 경우 구속 여부, 유무죄 판단, 형량 정도 등 절차 하나 하나가 정치적 진영 논리에 따른 비난 대상이 되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판·검사에 대한 처벌 논리를 앞세워 ‘형사사건화’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한 변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 1심 사건 재판장이었던 우인성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법왜곡죄로 고발했다고 한 유튜브 채널에서 밝히기도 했다. 낮은 형량과 일부 무죄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왜곡죄가 시행되기 전인데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소신 판결·경미사건 선처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다른 소신 있는 판결이 나오기 어렵게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역사적으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존 판례를 변경한 사건 중에선 하급심에서 전향적 선고가 이뤄진 사건이 적지 않다. 법원 내에서 시대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문제 의식을 갖고서 심층적으로 고민하고 반영한 산물이다. 그런데 법왜곡죄가 시행되면 법원 내 분위기가 ‘안전주의’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소·고발 우려를 염두에 둔 판사들이 가급적 판결 이유를 짧게 쓰는 식으로 판결문 작성 방식이 바뀌고, 형사부 기피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나아가 형사사건 피해자나 사법약자들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명백하게 가해자가 있는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가해자가 수사와 재판에 딴지를 거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더욱 괴롭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물류회사 사무실 냉장고에 있던 450원짜리 초코파이 1개와 600원짜리 카스타드 1개를 보안업체 직원이 꺼내 먹은 일이 형사사건화 된 이른바 ‘초코파이 절도 사건’처럼 형사처벌 필요성이 적고, 사안 자체가 경미한 경우 실무 현장에서 ‘선처’ 하는 일도 주저하게 될 수 있다. 판·검사가 실제 처벌받게 되는지와 별개로 엄연히 형법 규정에 법왜곡죄로 처벌 규정이 존재하는 이상 기계적 법 적용이 우선시 되고 실무 판단의 유연성이 자연스럽게 경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사법은 분쟁에 대한 유권적 판단과 확정을 통해 사회를 통합하는 마지막 제도적 장치”라며 “정치권에서 사법부를 공격대상으로 삼은 결과,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게 됐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12~13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열고 사법제도 개편에 따른 후속 조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왜곡죄에 따른 형사법관 지원 방안 등에 대해 다룬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200만 ‘왕사남’ 손익분기점 260만인데…장항준 감독, 수익도 대박?
- “네 애 좀 만지면 안돼?”…6살 딸 추행한 80대 노인, 엄마까지 목 조르고 폭행
- ‘3대 현역가왕’ 홍지윤 “상금 1억 기부할 것”
- 1730만 유튜버 “구독자 선물로 35억 아파트 준비”…당첨되면 세금 얼마?
- 파죽지세 1200만 ‘왕사남’…사칭 사기에 표절 의혹까지
- 소방청, ‘충주맨’ 김선태 사무실 보더니…“감지기 달아줄게요”
- 가수 소유, 남 돕는데 돈 펑펑 쓴 이유 있었다…“기초생활수급자였다”
- 역시 오타니…日 선수단 전원에 헤드폰 쐈다
- [영상]“트라우마 건드려서”…MC딩동, 방송 중 女BJ 폭행
- ‘무려 135억’ 임영웅, BTS 넘었다…멜론 국내가수 누적 스트리밍 1위 새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