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 ‘금융치료’를 하는가

황규수 2026. 3. 1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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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규수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요즘 온라인 공간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 중 하나가 '금융치료'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에게 돈으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냉소적 정서를 압축한 표현이다.

최근 한 고등학생이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며 협박한 사건이 있었는데, 경찰이 출동비·유류비 등 수색 작업에 들어간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한다. 국가도 금융치료에 적극적인 셈이다. 그러나 '금융치료'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뿐, 국가의 손해를 금전으로 배상하게 하려는 발상 자체는 오래된 것이다.

파업이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장비가 손상되거나 경찰이 피해를 입으면 국가는 참가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왔다. 국가가 원고가 된 쌍용차 파업 사건에서도 법원은 일부 장비에 대해서는 책임을 30%로 제한하기는 했지만, 파업 참가자들의 국가에 대한 민사상 배상 책임 자체는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시위 진압이나 범죄 대응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것과 같은 사경제 주체의 행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는 국가의 공권력 행사라는 우월적·권력적 작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가는 형사상 불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발생한 비용, 즉 동원된 공무원의 임금과 식대, 차량 유류비, 파손된 장비의 복구·조달 비용 등을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근거로 개인에게 청구하려 한다. 이는 국가의 공권력 행사를 사인 간 분쟁과 동일한 구조로 파악하는 것이다. 과연 시위 진압과 범죄 대응이 사경제 주체의 행위와 같은 것일까.

누군가는 국가배상법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법률이다. 다시 말해 국민이 국가의 책임을 묻기 위한 근거일 뿐, 이를 거꾸로 적용해 국가가 국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 1조는 "민사에 관해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시위 진압이나 범죄 대응과 같은 공권력 작용을 민법이 예정하는 법률행위나 불법행위와 동일하게 취급한다면, 공법과 사법을 구분할 이유가 없다.

물론 개인이 공권력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형사상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형사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과 별개로 공권력 행사에 들어간 비용을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가가 받아낸 손해배상금을 납세자에게 환원하는 것도 아니며, 국가가 국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명시적 법률 근거도 없다. 이러한 국가의 비용 청구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최근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됐다. 이제 법원의 재판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 국가가 여론에 기대어 '금융치료'라는 이름으로 공권력 행사 비용을 개인에게 청구하고, 법원이 그 법적 근거를 따지지 않은 채 관성적으로 이를 인정한다면, 이제는 헌법재판소에 그 당부를 묻는 절차가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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