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만원의 행복…지갑보다 마음이 먼저 배부른 부산

송수연 기자 2026. 3. 1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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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지갑 가볍게 떠나는 저소비 부산여행
영주맨션부터 이바구길까지, ‘실속 만점’ 저소비 여행 코스
부산 초량 이바구길.(사진제공=부산관광공사)

겨울의 찬 기운이 조금씩 물러나고, 봄기운이 골목 사이로 스며드는 3월. 두꺼운 외투 대신 가벼운 바람막이를 걸치고 걷다 보면, 괜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따뜻해진 햇살 아래 길을 걷고, 낯선 골목에서 작은 풍경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설렘은 충분히 시작된다.

하지만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비용이다.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까지 생각하면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의 즐거움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도시가 있다. 바다와 오래된 골목,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도시 부산이다.

부산 원도심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예술 공간부터 합리적인 가격의 로컬 맛집,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따라 걷는 골목길, 부담 없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작은 영화관까지 소소하지만 깊은 여행지가 곳곳에 숨어 있다.

지갑은 가볍게, 경험은 풍성하게 채우는 부산관광공사 추천 ‘1박 2일 부산 저소비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예술 공간, 영주맨션

영주맨션 내에서 전시 중인 작품들. (사진제공=부산관광공사)

부산 원도심 한가운데,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 있다. 오래된 아파트 안에 자리한 전시 공간 영주맨션이다.

영주맨션은 과거 ‘집’이었던 사적인 공간을 예술 전시 공간으로 바꾼 곳이다. 낡은 건물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전시 작품뿐 아니라 공간 자체도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가 열리며, 일상의 미시적인 사건들을 예술로 풀어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관람료가 무료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관리인이 상주하지 않아 방문객은 자유롭게 공간을 둘러보며 전시와 분위기를 천천히 감상할 수 있다.

낡고 허름한 공간 속에서 예술과 삶이 교차하는 순간을 만나는 곳, 영주맨션은 부산 원도심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 전시 기간에만 운영하며 일정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 가능

깊은 육수의 매력, 가성비 밀면 맛집 일미밀면

일미밀면 대부분의 메뉴가 1만원 이하다. (사진제공=부산관광공사)

부산에 왔다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있다. 바로 밀면이다. 원도심에서 가성비 좋은 한 끼를 찾는다면 일미밀면을 추천한다.

이곳은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도 소개된 밀면 맛집이다. 사골뼈와 8가지 한약재, 천연 조미료를 넣어 240시간 동안 우려낸 육수가 깊고 진한 맛을 자랑한다. 쫄깃한 밀면 면발과 어우러지며 깔끔한 풍미를 완성한다.

일미밀면의 밀면과 수육. (사진제공=부산관광공사)

또 하나의 장점은 합리적인 가격이다. 특히 5000원 수육 메뉴는 밀면과 함께 곁들이기 좋아 많은 방문객이 찾는다. 밀면 외에도 돼지국밥을 판매하지만, 여름철에는 제공되지 않으니 참고하면 좋다.

깊은 육수의 밀면과 가성비 메뉴까지, 여행자의 지갑과 입맛을 모두 만족시키는 식당이다.

빈티지의 매력을 만나는 공간, 도코모토

빈티지숍 도코모코. (사진제공=부산관광공사)

새 옷보다 세월이 묻은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빈티지 숍을 빼놓을 수 없다. 부산 중구에 자리한 도코모토는 프리미엄 빈티지 의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이다.

해외에서 들여온 고품질 중고 의류를 선별해 판매하며, 구제 특유의 멋을 살리면서도 상태가 좋은 제품을 선보인다. 만약 얼룩이나 사용 흔적이 있는 경우에는 미리 안내해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장 내부 역시 빈티지 감성이 가득하다. 복고풍 오브제와 독특한 진열 방식이 공간의 분위기를 한층 살린다. 손님에게 설명을 강요하기보다 편하게 둘러보도록 배려하는 운영 방식도 인상적이다.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빈티지 문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밤이 되면 열리는 먹거리 천국, 부평깡통야시장

먹거리가 즐비한 부산깡통야시장. (사진제공=부산관광공사)

해가 지면 부산의 또 다른 매력이 시작된다. 바로 부평깡통야시장이다.

어둑어둑 밤이 찾아오는 시간. 매일 저녁 7시 30분이 되면 부평깡통시장이 분주해진다. 바퀴가 달린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시장 골목으로 들어오더니 순식간에 먹거리 장터로 변신한다. 통삼겹 구이를 비롯해 오코노미야키와 케밥, 반쎄오 등 한국과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세계 각국의 음식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시장 골목은 어느새 인파로 가득하다. 

부평깡통야시장은 2013년 국내 최초 상설 야시장으로 문을 열었다. 명절을 제외하면 자정까지 운영하며 다양한 음식과 볼거리로 부산을 대표하는 야간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시장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여러 음식을 맛보는 재미는 야시장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오늘만큼은 칼로리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밤의 부산을 즐겨보자.

부평깡통야시장을 제대로 즐기려면 꼭 지켜야 할 규칙도 있다. 바로 우측통행. 좁은 시장 골목길 가운데를 포장마차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파가 뒤섞이면 대혼란이 펼쳐진다. 워낙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오른쪽으로만 다녀야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독립영화의 매력을 만나는 모퉁이극장

소규모 영화관 모퉁이극장. (사진제공=부산관광공사)

다음 날 아침에는 색다른 영화관을 찾아가 보자. 모퉁이극장은 독립영화와 고전 명작을 주로 상영하는 소규모 영화관이다.

조조·경로 5000원, 청소년 7000원, 일반 8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흔히 접하기 어려운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영화 애호가들에게 특히 인기다.

이곳이 자리한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에는 다양한 문화 공간도 함께 운영된다. 청년 문화 공간 ‘청년작당소’, 영화 기념품 숍 ‘금지옥엽’ 등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영화 한 편을 통해 여행의 감성을 채우기에 좋은 공간이다.

부산의 시간을 걷다, 초량 이바구길

초량 이바구길 코스를 걷고 있는 관광객 모습.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부산의 역사를 따라 걷고 싶다면 초량 이바구길을 추천한다.  

부산항을 기준으로 근처에 보이는 산 중턱마다 주택들이 빽빽하다. 정든 고향 남겨두고 부산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산으로 올라가 일군 마을, 일감만 있다면 부두로, 역으로, 국제시장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을 오르내렸을 168계단, 경상도 사투리도 모르던 사람들이 피워낸 이야기 길이 남겨진 곳이 바로 초량이바구길이다.

‘이바구’는 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를 뜻한다. 부산항과 가까운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모여 살던 지역으로, 산비탈을 따라 형성된 마을 곳곳에 삶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부산역사 길 건너 좁은 골목길에서 만나는 옛 백제병원과 남선창고터가 초량이바구길의 출발점이다. 웅장한 백제병원과 벽만 남은 남선창고터의 적벽돌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1920년대에 가장 화려하게 빛을 발했던 두 곳의 당시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한 모습이다. 

외국인 선교사에 의해 최초로 세워진 초량교회도 찾아가 볼 만 하다. 항일운동을 전개하고 신사참배에 반대하던 사람들의 집결지였다고 하는데, 초량초등학교 담장을 따라가는 좁은 골목길에는 세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저마다의 사진 속에 피난민의 희로애락이 비친다.

부산 출신의 천재시인 김민부를 기리는 김민부 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이바구공작소로 향해보자. 이바구공작소는 초량 산복도로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시하는 공간으로, 하늘과 맞닿을 듯 자리한 산복도로 마을에는 집집마다 사연이 많다.

평생 자신의 집 한 칸 마련하지 않고 가난한 피난민을 무료로 진료한 외과의사 장기려 박사. 의술이 아닌 인술을 베푼 그의 행적을 기리는 장기려더나눔센터에서 자발적 가난의 숭고함을 배운다. 시내버스가 다니는 산복도로를 만나는 지점 끝에 자리한 유치환우체통전망대에서 부산항을 조망하며 초량이바구길의 여정이 마감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이제 ‘이바구’가 이야기라는 걸, ‘까꼬막’이 오르기 힘든 고갯길이라는 걸 알게 된다. 초량 이바구길은 피난민들이 그러했듯,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우리네 삶의 여정과 닮았다.

가성비 끝판왕 로컬 맛집, 고관함박

가성비를 자랑하는 부산의 로컬 맛집 고관함박. (사진제공=부산관광공사)

여행의 마지막은 든든한 한 끼로 마무리한다. 부산 동구의 로컬 맛집 고관함박이다.

이곳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함박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100% 국내산 재료와 1등급 돼지고기를 사용해 육즙이 풍부하고 두툼한 식감이 특징이다.

대표 메뉴는 뚝배기 함박스텍으로 가격은 6900원. 함박스테이크와 크림스프, 밥을 함께 즐길 수 있어 가성비가 뛰어나다. 대부분 메뉴가 9000원 이하로 부담 없이 주문할 수 있다.

로컬 맛집 고관함박에서 만나볼 수있는 함박스테이크.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푸짐한 한 끼로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반드시 많은 돈에서 나오지 않는다. 무료 전시, 골목 역사 탐방, 독립영화 관람, 가성비 맛집까지.

지갑은 가볍게, 경험은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부산 원도심 저소비 여행은 색다른 여행의 매력을 보여준다.

△1박 2일 여행 추천 코스

1일차 : 영주맨션 → 일미밀면 → 도코모토 → 부평깡통야시장

2일차 : 모퉁이극장 → 초량 이바구길 → 고관함박

송수연 기자 ssy1216@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