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공정위 '철퇴' 맞은 벤츠…불복 카드 '만지작' 이유

이경남 2026. 3. 1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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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배터리 정보 은폐 판단…과징금 112억
정보 고지 의무·내부 지침 활용 범위 따져봐야
독일 법인 직격하면서 해외 소송 확전 가능성

지난 2024년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배터리 화재 여파로 메르세데스-벤츠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일부 모델의 배터리 셀 정보를 은폐 및 누락하며 소비자 기만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는 메르세데스-벤츠 악티엔겔샤프트(독일 본사)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 과징금 112억3900만원을 부과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측은 공정위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판단에는 동의하지 못한다고 밝히며 맞소송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업계 일부에서도 벤츠의 결정을 두고 공정위 판단에 대해 일부 따져볼 부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공정위, 가장 강한 철퇴 휘둘렀다

공정위는 10일 메르세데스-벤츠가 EQE 및 EQS 전기차 상당수 모델에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돼 있었음에도 이를 누락 및 은폐해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밝혔다. 이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112억3900만원을 부과하고 벤츠코리아 및 독일 본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과징금 규모는 현재 법상 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6월 메르세데스-벤츠는 EQE 및 EQS에 탑재되는 배터리 셀 제조사 등 주요 정보를 담은 판매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EQE 차량 6개 모델 중 4개, EQS 차량 7개 모델 중 1개에는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됐다는 내용이 없었다는게 공정위 판단이다. 파라시스는 지난 2021년 중국에서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대규모 리콜된 이력이 있었는데 이를 감췄다고 본 거다. 

또 독일 벤츠 본사와 벤츠 코리아 지침으로 딜러사들이 파라시스 배터리 셀 탑재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소비자들에 CATL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안내하면서 차량을 판매했다고 봤다. 소비자들 역시 딜러사의 설명 및 안내만 믿고 CATL 배터리 셀이 탑재된 것으로 오인해 차량을 구매한 것으로 판단했다.

2023년 6월 8일부터 2024년 8월 12일까지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된 차량은 약 3000대, 판매금액은 2810억원이다. CATL 배터리 셀 탑재 오인으로 차량 구매 소비자가 제기한 민원은 현재까지 90건 이상이다.

공정위는 벤츠의 이러한 방식이 소비자를 오인시켜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한 행위라고 보고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의 법 위반 중 위계의 의한 부당한 고객유인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이번 사건이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관련이 큰 전기차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라는 점을 고려해 과징금 최대 규모인 매출의 4%에 해당하는 112억3900만원으로 책정했다고도 설명했다. 

① 배터리 정보 고지 의무 있었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공정위 결과가 나온 이후 사실상 불복, 행정소송 등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된다. 

이날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입장문을 통해 "조사 초기 단계부터 관계 당국에 성실히 협조해 왔고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 내용을 존중한다"면서도 "위원회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높은 수준의 기업 윤리와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법규를 준수하며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준법정신은 당사 기업 문화의 주요 요소이며 해당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문제를 제기한 2023년 6월 8일부터 2024년 8월 12일 당시 완성차 부품사의 제조사를 모두 공지할 의무가 있었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인천 아파트 주차장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 이후부터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권고하고 있어 '의무'는 없다는 거다. 문제가 된 모델의 배터리 셀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을 순 있지만 법적 책임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② '내부' 지침의 정확한 범위

또 다른 쟁점은 공정위의 판단 근거가 된 판매지침이다. 파라시스의 배터리 셀이 적용된 EQE 모델은 전체 6개 중 4개, EQS 차량은 7개 중 1개로 '모든 모델'이 아니다. 따라서 CATL이 절반 이상에 탑재됐기 때문에 CATL의 우수성을 피력하는 지침을 내리는 것이 은폐 시도는 아니었다는 게 쟁점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이 판매 지침이 실제 소비자들에게 배포된 공식 내용이 아니라 내부 영업 참고 자료였다는 점도 고려할 요소다. 내부적으로 공유된 내용인 만큼 향후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변동이 생겨 다른 부품이 사용됐고 이것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더라도 본부부서와 영업현장 커뮤니케이션이 소홀했을지언정 '기만'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③ 독일 본사 연계, 법적 리스크 증가 부담

공정위 판단이 받아들여질 경우 메르세데스-벤츠가 떠안아야 하는 법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여지가 있다는 점도 벤츠가 불복 카드를 적극적으로 꺼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2023년 6월부터 2024년 8월까지 관련 모델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 시 파라시스 배터리 셀 대신 CATL 배터리 셀이 탑재됐다는 믿음 아래 차량을 구매했고, 권익 구제가 필요하다는 소송을 제기할 경우 공정위 판단이 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국 법인을 넘어 독일 본사까지 겨냥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다른 해외 국가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소송의 근거가 될 여지가 있어서다. 다른 해외 국가에서도 같은 이유로 소송 시 대한민국 정부의 '인증'을 받은 근거가 마련될 수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법 전문 한 변호사는 "배터리 제조사 고지 의무, 배터리 정보의 차량 구매 선택 영향 정도, 판매 지침의 내부 및 외부 활용처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공정위가 독일 본사 차원에서 개입을 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를 근거로 이 모델이 판매된 다른 국가에서도 소송이 연이어 발생할 여지가 크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며 112억의 과징금이 지나치게 많아서 불복을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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