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전략적 유연성

김종우 2026. 3. 1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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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은 미군을 특정 지역에 묶어 두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주한미군은 이제 단순한 한반도 방어군이 아니다.

국방부도 패트리엇 차출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주한미군 전력 운용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했다.

중요한 것은 주한미군 일부나 무기체계가 빠져 나가도 한반도 방위에 문제가 없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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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기지 대기 중인 미군 수송기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은 미군을 특정 지역에 묶어 두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한반도 방어라는 임무에만 머무르는 '붙박이군'이 아니라, 필요하면 다른 전장(戰場)으로 이동하는 '기동군'으로 운용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추진한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GPR) 전략 속에서 본격화됐다. 미군을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도록 전력을 재편하는 구상이다.

미국은 최근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NDS)을 통해 최우선 전략 경쟁자인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에서 동맹·파트너십 기반의 군사·안보 네트워크 강화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두 전략 문서는 동맹국들과 역할을 나누는 방식으로 미군을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 전략적 유연성의 제도적 근거를 다진 셈이다. 주한미군은 이제 단순한 한반도 방어군이 아니다. 일본·괌과 함께 서태평양 전력을 구성하는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동맹의 틀은 유지되지만, 역할은 한반도를 넘어 지역 안보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한반도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주한미군 패트리엇 포대가 오산기지로 집결하고, 평소엔 드물게 보이는 C-5 대형 수송기가 등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하는 상황과 맞물려 '중동 차출'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군이 이란과의 교전 닷새간 소모한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은 800발 이상으로 추산된다. 비용만 24억 달러(약 3조5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 부족 논란이 제기되자 미군의 시선이 한반도 전력으로 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작년에도 주한미군 패트리엇 2개 포대가 중동으로 순환 배치됐다가 복귀한 전례가 있다. 상황의 맥락은 분명하다. 전략적 유연성이 작동하는 장면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무기가 일부 반출되더라도 대북 억지력에 심각한 장애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5위 수준의 군사력, 북한 GDP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 압도적 재래식 전력이 근거였다. 하지만 발언의 무게중심은 "반대 의견을 내고 있지만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에 있었다. 현직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한국 영토에 배치된 방공 자산의 이동을 막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셈이다. 국방부도 패트리엇 차출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주한미군 전력 운용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했다.

전략적 유연성은 이제 현실이다. 미군은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움직이고, 한반도는 그 거대한 군사 네트워크의 일부다. 중요한 것은 주한미군 일부나 무기체계가 빠져 나가도 한반도 방위에 문제가 없느냐다. 억지력의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동맹의 신뢰도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군의 독자 역량을 강화해 어떤 상황에서도 방어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전략적 유연성은 지금 본격 시험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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