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띄운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소년범죄 늘고 흉포화되는지 먼저 따져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촉법소년을 둘러싼 오랜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여론은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낮추는 데 찬성이 압도적이다. 소년범죄가 날로 늘고 흉포해지고 있다는 게 주된 찬성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년범죄가 증가했다는 정확한 통계가 없고, 처벌 확대의 부작용이 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형사미성년자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를 발족하고 1차 회의를 열었다. 이 대통령이 다음달 말까지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현행법은 10세 이상 14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내린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엔 하한 연령이 12세 이상이었는데 2007년 법 개정으로 촉법소년 범위가 늘어났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성인 96%가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는 드라마 등에서 촉법소년 범죄가 소재로 사용되면서 이런 여론이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촉법소년이 벌인 강력범죄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촉법소년 제도 폐지나 상한 연령 하향 여론이 높아지는 경향이 반복된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이 필요하다고 본다. 청소년이 과거보다 성장발육이 빠르고 청소년 강력범죄가 늘어났다는 것 등이 그 근거다. 법무부 관계자는 “모든 범죄를 강하게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강도, 살인, 성폭력 같은 강력범죄를 처벌하자는 것”이라면서 “14세라고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피하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촉법소년 제도를 연구한 전문가들은 소년범죄가 실제 증가하고 있는지부터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에 입건된 촉법소년 수는 2021년 1만1677명에서 지난해 2만1095명으로 81%나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무혐의 종결 사례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 과거엔 ‘용서하고’ 넘어갔을 소년범죄도 신고하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22년 한국소년정책학회에 등재된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 인식에의 영향요인’(한민경 경찰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10세 이상 14세 미만 연령대 10만명당 촉법소년 수는 2009년 202명, 2012년 219명, 2019년 205명, 2020년 183명, 2021년 221명으로 증감을 반복하는 경향을 보인다.

소년범죄가 흉포화하고 있다는 인식도 사실인지 따져봐야 한다. 2022년 국회입법조사처는 “촉법소년에 의한 강력범죄행위(살인, 강도, 강간, 방화)의 경우 그 건수가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어 지속적 증가추세에 있다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리서치 보고서도 “촉법소년 범죄사건 인지 경로가 드라마인 경우 촉법소년 범죄를 과장해서 인식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년범에 대한 형사처벌을 확대하는 것이 소년범죄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심지어 범죄를 증가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덴마크는 2010년 형사책임 연령을 15세 이상에서 14세 이상으로 낮췄지만, 범죄 억제 효과가 확인되지 않고 재범 문제가 제기되면서 2012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놨다. 2003년 미국 학술지 ‘청소년 폭력과 소년사법’에 게재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성인과 똑같은 사법절차를 거쳐 형사처벌을 받은 소년들은 소년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이들보다 재범 가능성이 2배 이상 높고 재범 시점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교도소에 수감되면 범죄를 학습할 수 있고 낙인효과가 발생해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인권단체에선 소년범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대신 아동 개인에게 강력한 책임을 묻는 방식이 아동 인권을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달 26일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은 소년에 대한 차별적인 낙인을 강화해 아동의 권리를 명백히 침해하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성명을 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은 유엔(UN)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 국제인권기준이 요구하는 소년의 사회 복귀와 회복의 관점에 반할 뿐 아니라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논평했다.
앞선 연구에서 한민경 교수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이 소년비행을 예방하고 재비행의 고리를 단절하는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며 “현행 보호처분을 내실화하기 위한 인적·물적 자원을 확충하고 보호처분 종료 이후의 사후 보호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더 긴요하고 실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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