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이승엽→09 김태균' 이번엔 문보경, 가치는 '587억' 애런 저지도 넘었다

안호근 기자 2026. 3. 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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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야구 대표팀 문보경이 9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도쿄POOL 대한민국과 호주 경기 5회초 2사 2루에서 적시타를 터트리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조별리그 3회 연속 광탈로 잊혔지만 2006년 초대 대회 때 4강 진출, 2009년엔 준우승의 신화를 이뤘다. 그 중심엔 핵심 스타들이 있었다. 이번엔 그 배턴을 문보경(26·LG 트윈스)이 넘겨 받았다.

문보경은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4차전에서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투런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 맹활약하며 한국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불가능에 가까워보였던 8강행 시나리오를 가능케 했던 건 마운드에선 등판한 7명의 투수들, 타선에선 단연 문보경을 제외하고 생각할 수 없었다.

2006년 당시 이승엽, 2009년 김태균이 오버랩된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의 활약 속에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전승을 거뒀는데 특히 일본전 1-2로 끌려가던 8회초 직전 시즌 특급 마무리 이시이 히로토시를 상대로 결승 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려 도쿄돔을 침묵에 빠지게 만들었다.

2006 WBC 때 이승엽.
2라운드에서도 멕시코전에서 첫 경기 1회부터 투런 홈런을 터뜨렸고 '드림팀' 미국을 상대로도 당대 최고의 좌투수 돈트렐 윌리스에게 솔로포를 날려 추격 의지를 꺾어놨다. 4경기 연속 결승타를 날렸고 미국은 이승엽을 고의사구로 걸러보낸 뒤 최희섭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으며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당시 성적은 7경기 타율 0.333(24타수 8안타) 5홈런 10타점 8득점, 출루율 0.414, 장타율 0.958, OPS(출루율+장타율) 1.372로 훨훨 날았다. 홈런과 타점왕을 석권하며 1루수로 대회 올스타에 선정됐다.

2009년엔 김태균의 차례였다. 직전 시즌 KBO리그 홈런왕이었던 김태균은 앞서 이대호와 이승엽에게 밀리며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지만 이승엽의 불참으로 기회를 잡았고 이대호를 밀어내고 주전 1루수이자 4번 타자로 중용됐다.

대포 능력은 이승엽에 비해 부족했지만 해결사 능력만큼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특히 1라운드 일본에 2-14로 콜드게임을 당할 때도 유일한 득점을 투런포로 만들어냈고 다시 만난 순위결정전에선 1타점 결승 2루타로 한국에 1-0 승리를 안겨줬다.

2009 WBC 때 김태균. /사진=뉴시스
2라운드 첫 경기에선 멕시코를 상대로 결승 솔로포를 때려냈고 일본전에선 고의사구 포함 3출루 경기를 펼치며 한국의 4-1 승리를 견인했다. 베네수엘라전에도 투런 홈런 포함 3출루 활약을 펼치며 준우승을 이끈 김태균은 9경기에서 타율 0.345(26타수 10안타) 3홈런 11타점 9득점 8볼넷, 출루율 0.486, 장타율 0.690, OPS 1.176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 득점까지 모두 1위에 올랐고 마찬가지로 1루수 올스타로 선정됐다.

이번엔 문보경이 주전 1루수와 함께 대표팀 최고 타자의 자리를 넘겨받았다. LG의 주전 3루수 문보경은 1루수 자원으로서 평가를 받으며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1루수로 경험이 풍부하지만 타격을 고려하면 노시환(한화)이 더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문보경의 가치는 타격에서 더 폭발했다.

체코전 1회부터 만루포를 날리며 3타수 2안타 5타점 2득점으로 국의 쾌승을 이끈 문보경은 대만전에서도 2타수 1안타 1볼넷, 일본전에서도 3타수 1안타 1볼넷 2타점으로 팀과 상대 투수들을 가리지 않고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호주전에선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야구 대표팀 문보경이 9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도쿄POOL 대한민국과 호주 경기 3회초 1사 2루에서 2루타로 출루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한국의 8강 진출을 확정짓는 호주전은 시작과 끝을 모두 문보경이 장식했다. 앞서가는 투런포를 날린 뒤엔 "할 수 있다"고 외치며 오히려 동료들을 독려했고 연이은 타점에 이어 7-2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단 하나만을 남겨둔 9회말 2사 1루에 높게 치솟은 공을 직접 처리한 것도 문보경이었다. 문보경은 포구한 글러브를 하늘 높이 던지며 포효했고 뜨거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까지 타율은 0.538(13타수 7안타)로 이승엽과 김태균을 압도하고 2홈런 11타점 3득점, 출루율 0.625, 장타율 1.154, OPS 1.779를 기록 중이다. 4경기만 치렀기에 비율 스탯에 큰 의미를 두긴 어렵지만 2006년과 2009년 타점왕 이승엽(7경기 10타점)과 김태균(9경기 11타점) 11타점을 쓸어 담으며 독보적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베네수엘라의 루이스 아라에즈(7타점·샌프란시스코)로 큰 차이를 보인다.

올 시즌 연봉 4억 8000만원에 계약한 문보경이 당당히 타점 부문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주장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는 9년 3억 6000만 달러(약 5291억원) 계약을 맺었는데, 연봉으로는 4000만 달러, 약 587억원을 받는 꼴이다. 저지는 타율 0.333(12타수 4안타) 2홈런 5타점 4득점, 출루율 0.500, 장타율 0.833, OPS 1.333을 기록 중이다. 이번 WBC에서만큼은 문보경이 훨씬 더 가치 있는 타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승엽과 김태균을 필두로 2006년과 2009년 한국 야구는 역사에 남을 쾌거를 이뤘다. 역대급 타점 페이스를 자랑하는 문보경을 앞세운 한국 대표팀이 이번엔 얼마나 높은 곳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까.

야구 대표팀 문보경이 9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도쿄POOL 대한민국과 호주 경기 9회말 호주의 마지막 타자의 플라이를 직접 처리한 후 글러브를 던지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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