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發 에너지 충격, 왜 한국을 유독 세게 때렸나[페트로-일렉트로]

조양준 기자 2026. 3.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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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은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수송로 ‘경색’(호르무즈 해협 봉쇄)이 공급 축소(중동 산유국 감산)로 이어지는 악순환 속에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이 충격은 금융시장에 그대로 전이되기도 했죠. 이번 사태는 에너지 시장에 몇 가지 시사점을 던졌는데요. 이 가운데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다변화의 중요성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에너지 자급률이 ‘방파제’ 됐나

최근 급등락을 반복한 각국 주가지수는 이번 전쟁이 어떻게 금융 시장을 뒤흔들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같이 하락했지만, 낙폭은 서로 다릅니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장대한 분노(에픽 퓨리)’ 작전을 개시하기 직전인 지난달 27일과 비교해 현재(3월 9일 기준) 각국 주가지수가 얼마나 변동했는지 비교해봤는데요. 지금까지 많이 보도된 대로 아시아 지수의 하락 폭이 컸습니다. 1위는 이 기간 16% 가까이 급락한 한국 코스피였습니다. 일본 닛케이225(-10.40%), 대만 가권(-9.33%)이 각각 2위, 3위로 뒤를 이었고요. 인도 니프티 50은 4% 대 하락으로 그나마 선방(?)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적게 충격을 받은 지수는 중국 상해종합(-1.59%)입니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의 주가지수는 6~7%대 하락률을 보였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났을까요. 당장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이 크게 부족해질 위기에 처했으니 ‘각자 얼마나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나’ 여부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요. 다만 우리나라(208일분)를 포함해 주요국의 원유 비축량은 국제 기준(순수입량 최소 90일 분)을 넘는 수준이고요. 비축이 어려운 천연가스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당장 공급 부족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죠. 즉 각 나라들의 비축 사정은 비슷하다는 얘기입니다.

2월27일부터 3월9일까지 각국 주요 주가지수(종가 기준)의 등락률과 에너지 자급률 정리. ※에너지 자급률 출처는 한국·미국·일본·대만·중국·인도는 로위인스티튜트(2023년 기준), 독일·이탈리아·프랑스는 유로스타트(2022년 기준), 영국은 Digest of UK Energy Statistics(2022년 기준).

그렇다면 보다 근본적인 대응 수준, 에너지 자급률은 어떨까요. 실제로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나라들일 수록 지수가 크게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는데요. 한국(21.4%)과 일본(15.2%), 대만(8.9%)은 상대적으로 에너지 자급률이 낮다는 특징을 보였고요. 이 수치들은 원자력 발전을 제외한 원유·가스로 보면 더 낮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에너지 자급률이 높은 국가들, 즉 에너지 순수출국인 미국과 자급률이 80% 이상인 중국, 60%를 넘는 인도는 지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습니다.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약 40%를 수입해 인도(15%), 한국(12%), 일본(11%)보다 크게 많은 편이죠. 그럼에도 주식 시장에 덜 흔들린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이유 역시 에너지 자급률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 코스피 등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분 현재 코스피는 286.28포인트(5.45%) 오른 5,538.15다. 연합뉴스
에너지 전환기에도 화석연료는 ‘기초 체력’

물론 주가지수를 움직이는 것은 에너지 시장 뿐만이 아닙니다. 각국 경제 사정, 환율, 금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거시 환경을 포함해 기업의 동향, 정치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작용하죠. 또 중국이나 인도의 경우 단순히 에너지 자급률뿐만이 아니라 우방인 러시아로부터 원유 공급을 받고 있거나,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일종의 완충 작용을 한 것으로도 볼 수 있고요. 그럼에도 에너지 ‘기초 체력’에 해당하는 자급률은 여전히 국가 시장과 경제 전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게 분석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탄소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전환기인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현상은 흥미롭게 다가오는데요. 화석연료 수급 문제는 시장 전체가 휘청일 정도로 여전히 중대 변수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각국의 에너지 전환 비율, 즉 재생에너지 비중에 따른 영향을 비교해봤는데요.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30%에서 최대 50% 이상일 정도로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비중이 이번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방파제’ 역할을 했는가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드는데요. 오히려 이번에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 못지 않은 에너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유럽은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가스(PNG)와의 절연을 선언했죠. 이후 미국과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비중을 늘리며 공급망을 다변화했는데, 이게 예상 밖에 피해로 이어진 것입니다. <관련 연재 기사: 트럼프 중동 전쟁 향방, ‘주유소 가격표’가 가른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의 교훈이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독립은 불안하다’고 결론 짓기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 그보다 ‘에너지 믹스가 깨지면 위기가 찾아온다’고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에너지원 하나의 수급이 무너지면 전체가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이 같은 관점에서 중국의 에너지 전략이 눈에 띕니다. 중국 역시 설치 용량 기준으로는 60%에 육박할 정도로 재생에너지가 급성장 중이기는 하죠. 다만 중국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석탄 생산량을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연간 석탄 생산량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는데, 같은 해 석탄 화력 발전량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습니다. 석탄 생산량은 늘었는데, 발전량은 줄었다는 것이죠. <관련 연재 기사: 中 석탄 생산량 사상 최대… 에너지 안보와 전환 사이 ‘딜레마’>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10일 오후 부산 사하구 부산시수협 다대위판장 급유소에서 한 어민이 유가가 표시된 가격판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롤러코스터’ 코스피가 비춘 韓 현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을 바라보면 여러 시사점이 나타납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급률 측면에서도, 또 에너지 믹스 측면에서도 불리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화석연료의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또 에너지 균형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여러 도전 과제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됩니다.

※석유(Petro)에서 전기(Electro)까지. 에너지는 경제와 산업, 국제 정세와 기후변화 대응을 파악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기사 하단에 있는 [조양준의 페트로-일렉트로] 연재 구독을 누르시면 에너지로 이해하는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길어지는 중동 전쟁 속 강대국들의 상황은?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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