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목표 달성하면 끝”…이란전도 결국 ‘잔디 깎기’로 끝나나

미국 백악관이 이란 전쟁의 종료 기준을 ‘군사 목표 완전 달성’으로 규정하면서 이번 전쟁이 결국 상대 군사력을 일정 수준으로 약화시키는 데서 멈추는 이른바 ‘잔디 깎기식 전쟁’으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핵 위협의 근본적 제거나 정권 교체 같은 전략적 목표 없이, 미사일과 드론 등 재래식 군사 능력을 약화시키는 선에서 전쟁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의미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대이란 군사작전 종료 시점에 대해 “궁극적으로 작전은 최고사령관이 군사 목표가 완전히 달성됐다고 판단할 때 종료될 것”이라며 “이란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란의 위협이 더 이상 탄도미사일 전력 등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가 되면 공허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란 정권의 붕괴나 명시적 항복을 전쟁 종료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란이 저항을 계속하더라도 미국이 자체적으로 군사적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하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접근법은 중동 분쟁에서 자주 언급되는 ‘잔디 깎기 전략(mowing the grass)’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략은 상대 세력을 완전히 제거하기보다는 군사 능력을 주기적으로 약화시키며 위협 수준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잔디를 완전히 뽑아내기보다 일정 높이까지 깎아 내리는 식으로 긴장을 통제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 전략은 지난 10여 년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의 하마스나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사용해 온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나 헤즈볼라의 존재 자체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기보다 일정 수준 이하로 위협을 낮추고 정치적 위기의 활로가 필요할 때마다 군사 작전을 반복해 국내 여론을 결집시키는 방식이다. 실제 네타냐후는 현재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2023년부터 이어져 온 가자 전쟁과 최근 이란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국가 안보 위기로 개인 비리를 덮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번 이란 전쟁이 애초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했던 핵 위협 제거나 중동 안보 질서 재편 같은 목표와 비교할 때 훨씬 제한된 결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 트럼프는 물론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과 레빗 대변인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이란 전쟁의 주요 성과로 드론과 미사일 능력의 초토화를 꼽고 있다. 레빈 대변인은 이날도 “작전 개시 이후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은 90% 이상 감소했고 드론 공격도 약 85% 줄었다”고 했다.
결국 핵 프로그램 자체를 근본적으로 제거하지도 못하고 정권 교체도 이루지 못한 채 미사일과 드론 능력 일부를 약화시키는 수준에서 전쟁이 마무리된다면 “이 정도 결과를 위해 이렇게까지 대규모 전쟁을 벌였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월터 러셀 미드 허드슨연구소 석좌 연구원은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 전쟁 종결의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미국이 걸프 지역의 봉쇄를 해제하지만 이란 정권은 살아남는 경우”를 꼽았다. 그는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 이번 군사작전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힘의 균형만 유지하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잔디 깎기 작전(The Mother of All Lawnmowers)’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도 비슷한 맥락의 지적을 내놓았다. 프리드먼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반복해 온 잔디 깎기 전략을 언급하며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을 또 하나의 거대한 가자지구로 만들어 위협이 나타날 때마다 ‘잔디를 깎듯(mowing the grass)’ 억누르는 상황을 원할 수도 있다”며 이스라엘 군사 분석가를 인용해 “상시적인 군사적 마찰은 그 대가가 국가에 어떤 부담을 주든 상관없이 통치자(네타냐후)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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