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벤처 4강' 도약의 전제 조건
기업 규모 커지자 지분 매각 강제
부처 간 일관 전략과 유연한 제도 절실

이재명 정부는 '벤처'를 국가 성장의 핵심 엔진으로 설정하고, 2030년까지 AI·딥테크 스타트업 1만 개 육성, 유니콘·데카콘 50개 창출, 연 40조원 규모의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 진입이라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2025년 12월 18일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담고 있는데, 특히 정부 직접 지원이 아니라 민간 투자 주도 방식을 통해 연 40조원 규모의 글로벌 4강의 벤처투자 시장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연기금과 글로벌 자금 유입 등을 통한 민간 주도 생태계 구축은 금번 정부가 추진하는 벤처투자 시장의 핵심적인 정책 중 하나로 이해된다.[각주 1]
벤처기업에 해당하게 되면 의결권에 있어서도 특별한 혜택을 받게 되는데, 2023년 11월 개정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벤처기업법")에 따르면, 1) 비상장 벤처기업에서, 2) 창업주로서 현재 회사를 경영하는 자가, 3) 투자를 유치하여 지분이 30% 이하로 하락하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 주주의 동의를 얻어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이 가능하다. 이러한 복수의결권주식 제도는 창업주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받더라도 경영권을 지킬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 성장을 촉진할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각주 2]
현재는 유니콘이 되어버린 두나무를 비롯하여 다수의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도 처음에는 이러한 벤처기업으로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규모가 커지고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취득하게 되면, 정부는 "가상자산사업자는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수 없다"고 하면서 벤처기업 인증을 취소하였다. 벤처기업 인증이 취소되면 소득세·법인세 감면, 주식매수선택권 비과세, 기술보증기금 보증, 정부 R&D 지원 등 혜택이 중단되는 문제가 발생하였기에 사업자들은 어려움을 겪었고, 벤처기업 인증 제외 대상은 무도장, 주점, 불법게임 개발, 도박장 등에 한정되었으므로 가상자산업을 사행산업이나 유흥업과 같이 취급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중소벤처기업부는 2025년 9월 벤처기업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가상자산업도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이번 개정을 통해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유망 가상자산 기업들이 다른 혁신기업과 동등한 조건에서 벤처기업 확인을 신청할 수 있게 되며, 이번 조치가 가상자산 매매·중개업뿐 아니라, 블록체인·스마트 컨트랙트, 사이버 보안 등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핵심 딥테크 산업의 성장을 가속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쓰여있다. 2025년 말 기준, 전체 28개 가상자산사업자 중 벤처기업으로 인증된 회사는 총 7개이며 여기에는 가상자산거래소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자산거래소 소유한도 규제를 살펴보자. 현재 벤처기업으로 인증된 가상자산거래소 역시 위 소유한도 규제를 적용받게 되면 지분이 30% 이하로 하락하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게 될 것인데, 이 경우 복수의결권주식 도입 요건이 충족된다. 그러나, 창업주의 경영권을 보장하여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려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입장과 달리, 금융위는 "가상자산거래소는 유통의 인프라 기관으로서 소수 대주주나 창업주가 지배하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므로, 금번 소유한도 규제가 도입되면 그간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어렵게 도입한 복수의결권주식 제도와 가상자산사업자의 벤처기업 인증 허용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결과가 되고 만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창업자가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키워낸 기업에 대하여 규모가 커지고 산업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인프라 기관으로 지정하여 지분 매각을 강제하는 사례가 한번 발생하게 되면, 사회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고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게 될 신사업일수록 대한민국에서는 창업을 할 수도, 펀딩을 받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AI, 클라우드, 바이오, 로봇, 사이버 보안 등 차세대의 유망 산업으로 손꼽히는 분야일수록 향후 정부에 의해 "인프라 기관"으로 선정될 확률이 높아지고, 이러한 리스크가 있는 산업에 국내외 VC들은 투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벤처 4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한다면, 유망한 신사업에 대한 창업과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 내 각 부처의 일관성 있는 중장기적 계획과 전략 그리고 시장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유연한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 디지털자산 산업은 벤처 강국 대한민국의 핵심 딥테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 합리적인 제도 설계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각주]
[1] 중소벤처기업부, 2025.12.18일자 보도자료,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주식 제도, 올 11월부터 본격 시행」 참조
[2] 중소벤처기업부, 2023.5.9일자 보도자료,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주식 제도, 올 11월부터 본격 시행」 참조
김효봉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미래금융전략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