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시장 편입되는 재생e…"한전 구매의무 법률에 명시해야"
정부·여당 '재생에너지법 개정안' 추진
논의 과정서 한전 구매의무 삭제…"정부 공고(목표)물량만큼 실제 공급 안 될 우려"
"RPS 공급의무처럼 새 보급구조 보급의무자도 기준 명시 필요" 제안도

낙찰 물량에 대한 구매 의무가 법률에 명시되지 않으면, 실제 전기가 생산돼 계약되는 물량은 정부가 목표한 공고물량보다 적어질 수 있고, 또 발전사업자로선 불확실성이 커 정부 입찰에 적극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기후환경 싱크탱크 '플랜1.5'는 11일 발표한 'RPS 제도 개편 방향에 대한 제언'을 통해 "현재 발의된 법안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설치량을 5년내 현재의 3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RPS 개편 추진…REC 현물시장 거래 폐지
재생에너지 보급구조 개편은 지난 2024년 5월 당시 전력 주무부처였던 산업통상자원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확산 전략'을 발표하며 구체화했으나, 법안 논의가 지연됐다.
지난해 2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이 직후 대선을 거쳐 새 정부가 취임하고 소관업무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는 변화를 거쳤다.
이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1월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다시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되고 있다. 김 의원이 의원입법 형태로 대표발의하긴 했지만, 입안 과정에서부터 기후부와 긴밀하게 소통해 만든 정부·여당안에 가깝다.

기존 정부안과 새 법안은 각론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인 개편 방향은 정부가 입찰로 선정한 발전사업자와의 장기고정가격계약을 통해 공급 및 가격 안정성을 높이고, 시장에서 사고파는 유가증권 성격의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는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게 골자다.
현행 RPS제도는 500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일정 비율의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지우고, 실제 설비 투자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도록 하되, 여의치 않으면 다른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받은 REC를 구매해 충당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보다는 오히려 REC 구매만 느는 부작용을 낳았다.
실제 공급의무자들의 신규설비 자체건설 비중은 제도를 시작한 2012년 41.6%에서 2024년 기준 14.6%로 감소하고, 현물시장 등을 통한 외부 구매 형태로 REC를 조달하는 비중이 지속 증가(2025년 9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박희석 수석전문위원의 강승규 의원 법안 검토의견 중)한 것이다. REC는 특히 제품을 생산할 때 사용한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을 선언한 기업들도 필요로 하면서 가격이 뛰기도 했다.
제도 개편이 이뤄지면 REC 현물시장 거래는 종료되고, 대신 발전사업자는 유가증권 성격이 없는 '발전정보인증서'를 발급받게 된다. 김정호 의원은 법안에서 2026년 12월 31일 이후 REC 신규 발급이 중단되도록 하고, 기존 발급된 REC 거래 효력도 2029년 12월 31일까지만 유효하도록 규정했다.
김 의원은 법안 발의 취지에 대해 "공급인증서 가격이 상승해 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가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에 정부 중심의 재생에너지 계약시장제도 도입으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재생에너지 보급을 달성하고 탄소중립 이행 목표 달성에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과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도 재생에너지 시장이 점차 성숙하면서 보급구조를 정부 주도 입찰제도로 전환해 운영 중인 상황도 제도 개편 이유로 꼽힌다.
"재생e 설치량 5년내 3배 이상 확대한다면서 법안 후퇴" 지적도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현재 34GW 수준인 재생에너지 설치량을 2030년 100GW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후부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정하면서 10년내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는(56→20%대)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9→30% 이상)하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가 30%대의 어떤 구체적인 수치가 될지는 상반기 윤곽이 나올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6~2040) 수립과 함께 확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플랜1.5는 이 같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를 뒷받침하기엔 현재 계류 중인 정부·여당(김정호 의원 발의) 법안으론 역부적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신설조항인 제12조의14에서 '기후부장관은 전력계통 신뢰도가 적합하게 유지되는 범위에서 구매계약자에게 계약시장제도에서 낙찰돼 설치된 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하게 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을 문제로 들었다.
여기서 구매계약자란 사실상 한전을 의미한다. 해당 조항은 뒤이어 '기후부장관은 구매계약자가 구매이행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정부안에 가까운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안에선 해당 조항(제12조의13)을 '구매의무자에게 입찰제도에서 낙찰돼 설치된 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의무적으로 구매하게 할 수 있다'고 표현, 한전의 구매 의무를 강조한 바 있다.
플랜1.5는 새 법안이 기존 정부안보다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구매의무자를 구매계약자로 변경하고, 낙찰돼 설치된 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의무적으로' 구매한다는 표현이 삭제돼 발전사업자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취지다.
단체는 또 "낙찰 물량을 구매할 때 '전력계통 신뢰도가 적합하게 유지되는 범위에서'라는 조건을 둬 예외를 허용하면, 낙찰 물량이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에 연동된 공고 물량을 충족하더라도 실제 계약 물량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전사업자는 통상 한전 등이 낙찰 물량을 의무적으로 구매할 것으로 보고 입찰에 참여한다. 그러나 "낙찰 용량에 대해서조차 계약 체결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제도의 구속력을 약화시키고, 발전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해 시장의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응찰 용량이 공고 용량에 미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한전의 구매 의무가 새 법안에서 삭제된 이유는 한전의 요청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국회 산자위 박희석 수석전문위원의 강승규 의원 법안 검토의견에 따르면, 한전과 전력거래소는 "구매의무 표현이 출력제어 등 다른 제도와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삭제를 요청했다.
출력제어는 전력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때 발전소의 전력 생산을 강제로 줄이는 조치다. 주로 전력망에 신규 진입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기를 끄는 일이 많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기존 석탄화력 등 대형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이 같은 조절을 통해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플랜1.5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보급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확보되기 위해서는 애초의 계획과 같이 한전 등이 낙찰 물량에 대해 의무적으로 장기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전력계통의 신뢰도는 유연성 자원의 확충, 보상과 연계해 출력 제한과 같은 계통 운영을 통해 유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플랜1.5는 "기존 RPS 제도에서 공급의무자를 '50만k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하는 자'로 규정한 것처럼, 경쟁입찰제도에서도 보급의무자 기준을 최소한 현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 의무대상자 범위가 축소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짚었다.
현행 RPS 제도에서 일정 비중의 재생에너지 공급의무가 부과되는 사업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동·중부·서부·동서·남동발전 등 발전공기업 6개사, 지역난방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그리고 SK이노베이션,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민간발전사업자 21개사로 총 29개사가 있다. 이들 업체의 사업용발전설비 보유량은 최대 3146만kW에서 최소 119만kW까지 격차가 커 기준치가 '150만kW 이상'으로만 조정돼도 5~6곳의 업체가 의무를 벗게 된다.
아울러, 플랜1.5는 보급의무자가 보급목표에 미달할 경우 기후부 장관 고시에 따른 금액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보급대체이행'을 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체이행이 제한적 범위에서 활용되도록 '상한'을 규정하고, 면제 조항은 삭제해 최대한 보급의무 이행을 촉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체이행 금액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쓰이도록 용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한편, 김정호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정부와 논의해서 만든 사실상의 정부안"이라며 "기본적인 취지는 정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최대한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고, 향후 법안소위 등 논의 과정에서 변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최서윤 기자 sabi@cbs.co.kr
진실은 노컷, 거짓은 칼컷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뱀 머리는 잘랐지만…의문시 되는 참수작전 효능[한반도 리뷰]
- 대학도 떨어뜨리는 '학폭' 연령대 더 어려졌다…도대체 왜?
- 단종 품은 '역적' 엄흥도, 어떻게 '충신'으로 부활했나
- 뉴노멀 된 사이드카?…급등세에 전쟁이 기름부은 '롤러코스피'
- 책임자 처벌 아직인데…'참사'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 재개
- [단독]청소년 동원해 정치권 접근?…구원파 행사 '윤석열 찬양' 논란
- 美국방장관 "오늘 이란 공습 가장 격렬한 날 될 것"
- 중동 전쟁 여파로 IEA 긴급회의…비축유 방출 여부 결정
- "무안공항 둔덕, 비용절감 위해" 감사결과에 국토부 "겸허히 수용"
- 토스뱅크 환전 오류…"日 엔화 반값에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