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 그대로 돌렸는데”…전자레인지 ‘3분 습관’의 숨은 위험
플라스틱 용기 가열 시 환경호르몬 노출 가능성…초가공식품 섭취, 암 위험 연관성
사소한 일상 습관이 10년 뒤 건강 좌우…조리 전후 최소 15분 ‘맞통풍’ 환기 권고
밤 10시,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편의점 도시락을 비닐째 전자레인지에 넣는다. ‘3분’ 버튼을 누르는 사이 플라스틱 용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환풍기 없는 주방에서는 기름 두른 팬에 고등어가 익어간다.

11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폐암 신규 환자는 3만2953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 환자는 1만1107명이다.
대한폐암학회 등에 따르면 여성 폐암 환자의 상당수는 평생 담배를 피운 적 없는 비흡연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활 환경 요인이 폐암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기름 요리가 부른 초미세먼지 폭탄
담배 연기와 무관한 폐암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로는 주방 조리 연기, 이른바 ‘조리흄(cooking fumes)’이 꼽힌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리 실험에 따르면 밀폐된 공간에서 고등어를 구울 때 발생하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최대 2290㎍/㎥까지 상승했다.
이는 국가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 기준(76㎍/㎥)의 약 30배 수준이다. 국제암연구소(IARC) 역시 고온에서 기름을 사용하는 조리 과정을 인체 발암 가능 물질(Group 2A)로 분류하고 있다.
◆전자레인지 속 플라스틱과 초가공식품
배달 음식이나 편의점 도시락을 플라스틱 용기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넣어 가열하는 습관도 내분비계 교란 물질 노출을 높일 수 있다.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 상태로 고온 가열할 경우 프탈레이트 등 환경호르몬이 음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환경보건 연구에서도 수백 종의 내분비계 교란 물질 존재가 보고돼 있다. 유럽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 섭취 비중이 높을수록 두경부암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는 결과도 있다.
왜 우리는 이처럼 위험 가능성이 있는 환경에 매일 노출되는 걸까. 이는 1인 가구 증가와 ‘시간 빈곤’이 만든 현대 생활 구조와도 무관하지 않다.
편의를 위해 환기나 용기 교체 같은 작은 수고를 생략하는 습관이 반복되면서 실내 공기질 관리가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명줄 쥐고 있는 주방창문 15분
결국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주방 환기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비흡연 폐암 환자 중 상당수가 장기간 환기 부족 환경에서 조리한 경험이 있다”며 “조리 전후 환기와 안전한 용기 선택 같은 작은 생활 습관이 실내 공기질 관리와 건강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불과 몇 분의 환기와 작은 조리 습관의 변화가 10년 뒤 우리의 폐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시작 전 가동: 조리 시작 전 레인지 후드를 먼저 작동해 공기 흐름 유도
△맞통풍의 힘: 주방 창문과 거실 창문을 함께 열어 오염 물질 배출
△종료 후 15분: 조리 완료 후 최소 15분 이상 환기 유지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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