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노란봉투법 '모범사례' 될까…주목되는 이유

CBS노컷뉴스 김동빈 기자 2026. 3. 1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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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조 교섭요구에 즉각 '교섭 공고' 낸 포스코
하청 구조 복잡한 철강산업서 노란봉투법 첫 사례 나올지 주목
정부 입김 작용 해석 가운데, 노사 교섭 성공까진 '험난'
포스코가 공고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문'. 연합뉴스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포스코가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즉각 응답하며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기업 원청이 교섭을 회피하거나 소송전을 벌이는 대신 절차적 수용을 택한 첫 사례 중 하나로, 포스코가 노란봉투법 안착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을 맞은 전날 양대노총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 요구에 나서는 등 현장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이 가운데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은 지난 10일 0시 포스코 하청사 34개 노조를 대리해 포스코 대표이사 앞으로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포스코 측은 요구를 받은 당일 오전 사내 식당과 버스정류장 등 하청 노동자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교섭요구 사실 공고문'을 일제히 게시했다.

노조법상 원청은 교섭 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간 폭넓게 사실을 공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포스코가 즉각 이를 이행하며 다른 하청 노조들에게도 교섭을 원하는 경우 오는 17일까지 요구하라고 안내했다. 이는 노란봉투법의 핵심인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싼 법정 다툼 대신, 사실상 교섭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의 이번 행보가 각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이 개정 노조법의 거의 모든 쟁점이 모여진 핵심 사업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 등지에 방대한 다단계 하청 구조를 둔 대표적인 기간산업이다.

특히 하청 노조가 한국노총(금속노련)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금속노조) 양대 노총 소속으로 나뉘어 있어, 향후 교섭창구 단일화나 교섭단위 분리 등 복잡한 법적·절차적 시험대를 먼저 거쳐야 한다. 만약 포스코에서 원하청 교섭의 물꼬가 안정적으로 트인다면, 조선·자동차·건설 등 다단계 하도급이 얽힌 여타 산업으로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포스코가 이처럼 일단 교섭에 나선 데에는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특유의 지배구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개정 노조법을 현장에 안착시키고 선도적인 노사관계 모델을 발굴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무작정 교섭을 거부하고 첫 법적 분쟁의 총대를 메기에는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원청이 교섭 절차에 돌입했더라도 실제 타결까지 가는 길까지 순탄하라는 보장은 없다. 전문가들은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 원청이 법 시행 첫날 보여준 전향적인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섣부른 낙관은 경계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정흥준 교수는 "교섭 공고를 냈다는 것은 교섭 절차에 들어갔다는 뜻으로 긍정적"이라며 "굳이 시간을 끌면서까지 사용자성을 회피할 필요는 없다. 회사 내부로 봤을 때 피곤한 일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포스코의 구조적 특성을 짚으며 "포스코가 (하청에 대한)종속성이 상당히 강한 회사 중 하나고, 하청도 굉장히 많다"며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질 부분들은 지겠다는 책임감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섭단위 분리 등 복수노조 문제에 대해서도 일시적인 교섭 피로는 있겠으나 정상적인 노사관계의 과정으로 넘어간 것이라 평가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박명준 선임연구위원 역시 사측이 초기 단계의 사법화를 피한 점을 높이 샀다. 박 연구위원은 "어떻게 교섭을 회피할까를 먼저 고민하기보다 일단은 교섭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법화로 가기보다 당당하게 교섭에 임한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인 근로조건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박 연구위원은 "교섭 기회가 열렸다는 이유로 하청 노조들이 처음부터 잘 감당해 나가면서 다 승리로 갈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라며 "입법 취지가 자리를 잡았다고 아직은 볼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하청 노조가 교섭력을 갖춘 사측을 상대로 파업 등 부담을 감당하며 유의미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뜻이다.

포스코 측이 공고문에서 "추후 실질적 지배력이 미치는 범위에 대해 법적 판단을 받아 교섭할 계획"이라고 단서를 단 점도 주요 변수다. 교섭 의제와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둘러싸고 치열한 샅바 싸움이 예고된 가운데, 노란봉투법 시대의 첫발을 뗀 포스코의 실험이 노란봉투법 안착의 이정표가 될지 노동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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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동빈 기자 kimdb@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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