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재용'부터 "시간 없어 어서 타"까지…기업 총수 밈 전성시대

2026. 3. 1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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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주가 폭등으로 등장한 '어서타!' 밈 [SNS 캡처]

“설명할 시간이 없어 어서 타!”

지난달 국내 주요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자, 기업의 총수 얼굴을 합성한, 이른바 ‘총수 밈(Meme)’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운전석에 앉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차에 타라는 듯 손을 내밀고, 자막으로는 설명할 시간이 없다며 "어서 타!"라고 말합니다.

'20만 전자'를 돌파하는 투자 열기 속에서, 지금이라도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 할 것 같다는 대중의 심리를 대변한 밈입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의 주가 상승 속에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의 "어서 타"밈도 잇따라 등장했습니다.

누리꾼들은 또 이 회장과 최 회장의 얼굴을 이용해 20만 원, 100만 원권 'AI 지폐'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기업 총수의 얼굴을 활용한 온라인 밈 문화는,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불고 있는 주식 열풍에 힘입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덤 문화'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습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기업 총수는 경제적 권력을 갖는 사람일 뿐 아니라 셀럽처럼 보인다"며 "정치·사회적 의미 없이 유명인을 연예인 비슷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생겨났다"고 말했습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스타에 대해 경외감이나 추앙심을 갖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본다"며 "소비자일 뿐이지만, 기업 총수에 대해서 아티스트한테 느끼는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젠슨황, 정의선, 이재용의 '치맥 회동'과 '쉿재용' 밈 [연합뉴스(좌), SNS(우)]

지난해 성사된 ‘깐부회동’ 당시 반응이 대표적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세계 시장을 움직이는 세 기업의 총수가 만난 모습에 국민은 열광했습니다.

'치맥 회동', '깐부회동'이라는 말이 유행했으며, 당시 기업 총수들이 치킨을 잡고 뜯는 모습에 "회장도 손으로 먹는구나"라며 "옆집 아저씨같이 친근하다"는 평가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지난 2023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부산 깡통시장을 방문했던 이재용 회장은, 행인의 "잘생겼어요"라는 말에 검지를 입에 갖다 대며 '쉿'하는 자세를 지어 '쉿재용'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떡볶이를 앞에 두고 먹기 싫은 표정을 지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모습도 SNS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최근에는 새만금 로봇·수소·AI 시티 투자 협약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정주영 회장님이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고 말하자 울컥한 듯한 정의선 회장의 모습이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누리꾼들은 기업 총수가 아닌, '기특한 정주영 회장의 손자'로 그를 바라본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기업인들을 활용한 밈이나 쇼츠(짧은 동영상) 등이 자생적으로 생산되며, 마치 연예인처럼 이미지가 소비되고 있습니다.

구정우 교수는 "젊은 세대는 이성적인 것보다 감정의 변화같이 정서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총수에게 느끼는 감정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이러한 정서적인 몰입감이 강할수록 더 열광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이것이 밈의 생산과 확산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반기업·재벌 정서가 강했던 과거의 분위기가 옅어진 모습입니다.

조선일보가 SM C&C 설문 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성인 1,4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재벌이라는 단어를 듣고 가장 먼저 '부러움(52.2%)'을 떠올렸습니다.

부러움과 존경(8.4%)을 더한 '긍정 평가'는 약 60%로, 불신(13.6%)과 분노(4.2%)를 더한 것보다 높았습니다.

재벌 이슈에서 가장 관심 가는 요소로는 '말투·성격·이미지' 등을 꼽았습니다.

악수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군산=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 시티 투자 협약식에서 축사를 마친 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6.2.27 xyz@yna.co.kr

특히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이 같은 밈 문화를 한층 다채롭게 만들었고, 앞으로 더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머릿속으로 상상한 모습을 실감 나게 AI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자, "어서 타" 밈은 금세 "어서 내려"로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차에 탄 이재용 회장의 모습이었지만, 우주복을 입은 이재용·미래에서 온 이재용 등 다양한 이미지가 AI로 재가공되고 있습니다.

AI로 재가공한 '어서타!' 밈 [SNS 캡처]

다만 "정서가 주도하게 되면 소비자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일 여지가 적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옵니다.

김윤태 교수는 "우호적인 이미지가 재벌들이 내리는 결정은 뭐든지 다 좋다고 판단하는 기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재벌들의 부정적인 면을 가린다면, 부유하고 성공한 사람으로 생각해 부러워하거나 높게 평가하는 식으로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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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미(jeonso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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