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구리시장 동시휴업…딸기 산지 폐기량 2배 늘고 경락값 ‘뚝’
휴장직후 출하몰려 2차피해도
구리, 공식안내 안해 농가 ‘분통’
가락 하절기 확대 추진에 반발

“이거 봐. 다 익어부렀잖아. 평소 같으면 오전 10시면 작업 끝나는데 오늘은 11시 반까지 따도 다 못 따게 생겼어.” 월요일인 9일 오전 10시, 전남 담양지역에서 25년째 딸기농사를 짓는 정병운씨(60)가 완전히 익어버린 딸기를 골라내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작업량이 하루에 몰린 이유는 다름 아닌 수도권 공영도매시장 2곳이 토요일인 7일 동시에 문을 걸어잠갔기 때문이다. 시장이 경매를 하지 않다보니 출하할 곳이 없어진 정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금요일(6일) 작업을 중단했다.
“그나마 이번 주말엔 기온이 높지 않아서 이만큼이었지, 4월에도 경매를 쉬면 딸기농가들 다 죽으라는 거나 다름없어.” 정씨가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가락·구리 초유의 동시 휴업…산지 폐기량 2배 급증=수도권 3대 공영도매시장으로 평가받는 서울 가락시장과 경기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이 3월 첫째주 토요일 시범휴업에 일제히 돌입하면서 판로가 막힌 농가들의 피해가 속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가락시장만 추진하던 시범휴업에 다른 공영도매시장이 동참한 것은 처음이다.
본지가 찾아간 전남 담양농협이 대표적인 피해 산지다. 이 지역 농민은 생산한 딸기를 담양농협을 통해 가락시장과 구리시장에 7대3 비중으로 출하한다.
평소 가락시장으로 딸기를 전량 출하한다는 정씨는 “딸기 한줄기에 네알이 달리면 한알이 빨갛고, 나머지가 파랄 때 빨간 딸기를 수확하는 게 일반적인데 가락·구리 동시 휴업으로 7·8일 이틀 연속 작업을 쉬자 한 줄기에 달린 딸기 네알이 모두 빨갛게 익어버렸다”고 한탄했다. 8일은 일요일이라 원래 시장 문을 닫는 상황에서 토요일까지 경매하지 않다보니 농가로선 2일 연속 작업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농가들에 따르면 줄기에 달린 채 과숙된 딸기는 제값을 받을 수가 없다. 산지에서 오전 일찍 수확할 때는 멀쩡해보여도 오후 선별 작업을 거쳐 밤에 서울지역 경매장에 도착하면 짓물러 있어서다. 담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관계자는 “딸기 표면이 조금만 무르거나 검게 변하면 선별단계에서 걸러내 산지에서 자체 처리하는데 이런 물량이 오늘(9일)은 24㎏으로 평소(12∼14㎏)의 2배”라고 속상해했다.
◆출하 쏠림에 따른 경락값 하락 2차 피해도=경락값이 떨어지는 2차 피해도 나타났다. 작업을 쉰 만큼 출하가 다음날에 집중되면서다. 9일 가락시장에 반입된 딸기는 322t이다. 전년 동기(2025년 3월 둘째주 월요일인 3월3일) 반입량이 243t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2.5% 늘었다.
가락시장에서 9일 딸기 ‘설향’은 2㎏ 상품 기준 평균 1만5961원에 거래됐다. 휴업 전날인 6일(1만9886원)보다 19.7%, 지난해 3월 평균(1만8414원)과 비교해서도 13.3% 낮다.
구리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휴장 직후 첫 개장일인 9일 주요 과일류 반입량은 딸기 73t, 참외 26t, 토마토 23t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025년 3월3일) 반입량이 딸기 51t, 참외 16t, 토마토 26t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딸기는 43.1%, 참외는 62.5% 각각 늘었고 토마토는 11.5% 줄었다.

◆구리시장 ‘깜깜이 시범휴업’에 농가 분통=특히 구리시장의 시범휴업은 진행 방식에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담양지역 딸기농가 A씨는 “7일 휴업을 며칠 앞두고 갑자기 구리시장에서 경매를 쉰다고 연락받아 황당했다”고 말했다.
경상권 딸기 주산지 관계자 B씨는 “가락시장은 지난해에도 시범휴업을 진행한 적이 있어 대략 예상은 했지만, 구리시장 휴장 소식은 거래처를 통해 건너 건너 들었을 뿐 구리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안내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가락시장은 “여름에도 쉬겠다”=이런 와중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그간 동절기에 진행했던 가락시장 시범휴업을 하절기까지 확대하기로 해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시공사는 9일 강원농협본부에서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설명회’를 열었다. 서경남 공사 유통물류혁신단장은 설명회에서 “설·추석 명절 등 기존 휴업을 시행 중인 달을 제외한 나머지 달에도 1회씩 시범휴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춘천 신북농협 조합장은 “여름철 오이·호박·가지 등은 수확 후 하루만 지나도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는데, 이를 해결할 방안도 없는 상황에서 휴업일 확대를 운운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심영주 홍천농협 조합장은 “여태껏 제대로 된 의견수렴 절차도 없다가 하절기에 임박해 설명회를 한다니 당황스럽다”며 “시장 휴업 논의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동엽 춘천농협 조합장도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등 신선도 유지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 후 여름철 휴업일 확대를 논의하는 게 순서”라며 “휴업일 확대가 농민에게 줄 피해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 일단 시행하고 보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단장은 “산지 의견을 시범휴업 여부 결정 주체인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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