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생산금융 주축 IP담보대출 정체... 리스크에 몸사리는 은행

강한빛 기자 2026. 3.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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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포용금융이 만드는 경제 선순환③]
[편집자주] 금융의 기능이 단순한 자금 중개를 넘어 사회의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동행미디어 시대는 금융이 마주한 다음 숙제를 짚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지식재산(IP) 금융 활성화를 위해 회수지원기구 예산을 7배 가까이 늘리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대출 확대 유인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손실보전률(유효담보비율)과 회수 여력이 제한적인 탓에 제도가 안전판 역할에는 그쳐도 실제 공급 확대를 이끌 만큼의 실효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IP담보대출 잔액은 1조353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1조3360억원) 대비 불과 1.3%(176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증가폭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며 사실상 성장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IP담보대출은 특허권·저작권 등 무형의 지식재산을 담보로 제공해 은행이나 정책금융기관 등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방식이다. 유형자산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도 보유한 IP의 가치를 인정받으면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적 금융의 한 축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이런 제도적 취지를 살려 올해 관련 예산을 파격적으로 늘리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식재산처는 담보 산업재산권 매입·활용 예산을 지난해 23억원에서 올해 155억원으로 7배 가까이 증액했다. 지식재산을 담보로 안정적으로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고, 은행이 확보한 담보가 부실화될 경우 정부가 이를 직접 매입해주는 안전장치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정책 확대 기조와는 별개로 기술 기업들이 체감하는 지원은 최근 몇 년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희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이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IP가치평가 지원 건수는 2020년 1948건에서 2024년 1301건으로 5년간 647건(33%) 감소했다.

특히 청년 창업자 대상 우대 실적은 46건에서 13건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기술력 있는 청년 기업들이 담보대출의 첫 관문인 가치평가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다.


평가 체계 정교화에도…IP대출 확대 가로막는 회수시장 부재


은행권은 무형자산 특성상 가치평가가 대출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보고 심사 체계를 다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IP가치평가는 통상 ▲예비평가 ▲본평가 ▲가치평가 결과 검토의 3단계로 진행되며, 은행들은 이를 토대로 손실보전률(유효담보비율)을 산정해 실제 여신 심사에 반영한다.

예비평가 단계에서는 특허의 기술성·권리 안정성·시장성 등을 중심으로 담보 활용 가능성과 대략적인 가치 수준을 살피고, 본평가 단계에서는 전문 평가기관이 기술성·사업성·시장성을 종합 분석해 정량적인 IP 가치를 산정한다.

이후 가치평가 결과 검토 단계에서는 평가 결과의 적정성과 담보 활용 가능성을 다시 점검한 뒤 이를 토대로 손실보전률을 산정한다. 손실보전률은 향후 부실 발생 시 회수지원기구를 통한 채권 보전 가능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로, 실제 여신 심사 과정에서 담보 인정 비율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신한은행은 내부 기술평가 인력과 외부 전문기관 평가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기술금융 심사 역량을 강화하고, 지식재산을 금융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운영 중이다. KB국민은행도 영업점에서 특허권 가치평가 신청이 접수되면 기술금융 전문평가위원들이 해당 기업의 보유 특허권 정보와 특허 적용 제품의 매출액 등을 직접 조사·분석해 영업점을 지원하고 있다. 영업점 담당자가 단독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기술 특허 관련 정보를 보완해 지식재산권 가치평가의 정확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다만 은행권이 내부 평가 역량을 보완하고 있음에도 무형자산의 환가성과 회수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IP담보대출 확대에는 구조적 제약이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산적금융 한 축으로 IP담보대출 활성화가 중요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연체율 관리와 사후 관리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무형자산을 담보로 활용한다는 특성상 부실 발생 시 회수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이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IP담보대출 회수지원기구를 운영하고 있지만 회수지원기구의 매입 여력이나 손실보전률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최대 50% 손실보전? 현장서는 최대 35%"


정부는 2020년 2월부터 IP담보대출 회수지원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회수지원기구는 차주 부실 발생 시 담보로 설정된 지식재산을 매입하거나 관리하는 방식으로 금융기관의 채권 회수를 지원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은 일정 부분 채권을 보전할 수 있어 IP담보대출 공급 확대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다만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해서 현장의 체감 리스크까지 충분히 낮추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 가치평가 과정에서 산정되는 손실보전률은 회수지원기구를 통한 채권 보전 가능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로 활용되는데, 통상 30~50% 수준에서 산정되지만 현장에서는 30~35% 수준이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회수지원 장치가 마련돼 있더라도 담보가치의 상당 부분을 온전히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은행권이 체감하는 회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결국 IP금융이 생산적 금융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가치평가 체계 정교화와 함께 IP 거래 시장 확대, 회수 지원 제도의 실질적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IP금융 활성화를 위해 회수지원기구의 매입 여력 확대나 손실보전률 상향 등 정책적 보완이 이루어질 경우 금융기관의 리스크 부담을 완화하고 IP담보대출 공급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은 제도적 지원이 확대될 경우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한 기술금융이 더욱 활성화되고, 기술력과 혁신성을 중심으로 자금이 공급되는 생산적 금융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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