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총수급 반대 권고는 언제 나오나…도시바·한진·효성 사례로 본 기준선[시그널INSIDE]
단순 실적 부진 넘어
지배구조 왜곡 확인될 때 반대
이 기사는 2026년 3월 10일 16:59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반대 권고를 내리면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과거 ISS가 기업의 총수급 임원에 대해 선임 반대 의견을 냈던 사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현직 회장이나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의 상징적 인물에 대해 반대를 권고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중대한 거버넌스 실패나 기업가치 훼손 행위가 확인될 때 ISS가 반대 카드를 꺼낸다고 진단했다.
10일 IB 업계에 따르면 ISS는 이달 24일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회장의 재선임에 반대 의견을 냈다. ISS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주총을 반복된 지배구조 왜곡과 통제 실패를 바로잡는 계기로 규정했다.
ISS는 고려아연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거버넌스 측면에서의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사주 고가 매입 후 저가 유상증자 추진 시도 ▲상호주 형성을 통한 의결권 제한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의 이사회 심의 절차 부실 등을 꼽았다.
이러한 ISS의 엄격한 잣대는 과거 해외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21년 일본 도시바 사태 당시 경영진이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ISS는 즉각 반대 권고를 내렸다.
이는 단순한 경영 판단의 실책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근간인 주주권을 직접 침해한 중대 사안으로 간주됐다. ISS는 당시 CEO와 이사회 의장 등 경영진 측 이사 다수에게 책임을 물었으며 이는 결국 이사회 전면 재편과 경영진 교체라는 파국으로 이어졌다. 이 사례는 ISS가 ‘경영 실패’와 ‘지배구조 훼손’을 엄격히 구분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국내 시장의 변곡점은 2019년 대한항공 주총이었다. ISS는 횡령·배임 혐의 등 형사 리스크가 기업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판단해 당시 조양호 한진(002320)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를 권고했다.
ISS는 경영진의 위법 행위가 단순 평판 하락을 넘어 회사의 재무적 가치에 치명적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이 권고를 수용하면서 조 회장은 국내 대기업 총수 최초로 주총 표 대결에서 밀려나 연임에 실패했다. 이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환경에서 ISS의 분석이 실질적인 ‘캐스팅보트’가 됨을 증명한 사건으로 평가 받았다.
2022년 효성(004800)그룹 사례는 반대 권고가 반드시 낙마로 직결되지 않더라도 유의미한 압박이 됨을 시사했다. ISS는 조현준 회장의 기업가치 훼손 이력과 과도한 겸직 문제를 근거로 수차례 반대를 권고했다.
비록 선임 안건 자체는 통과됐으나 ISS의 권고는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의 반대표를 결집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반복되는 반대 권고가 이사회 구성과 내부통제 체계 개선 요구로 이어지면서 장기적으로는 지배구조 개편을 끌어내는 실질적인 동인이 됐다는 평가다.
IB업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은 ISS의 반대 권고 사례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고 짚었다. 단기 실적보다는 ▲주주권 침해 ▲중대한 사법 리스크 ▲사적 이익을 위한 지배구조 왜곡 등 구조적 결함 등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번 고려아연 건 역시 경영진이 회사의 자본과 의사결정 구조를 사적 통제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국제 기준의 경고가 내려진 것으로 해석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ISS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글로벌 자본시장에서의 평판과 지배구조 신뢰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기능한다”며 “총수급 인사에 대한 ‘반대’는 곧 해당 기업의 거버넌스에 중대한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과 실질적 영향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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