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석유 비축량 208일치라지만… 실제 소비량 감안하면 68일치

세종=이상환 기자 2026. 3. 11.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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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장기전 기로] 정부 비축유 9개 기지에 나눠 저장
석유公 1억 배럴-민간 9000만 배럴
수출 고려않고 내수만 가정했을 때, IEA 기준 세계 6위… 네덜란드 1위
당정 “국내 외국업체 물량 매수 검토”… “중동 의존 줄이고 다변화 시급” 지적
전남 여수시 GS칼텍시 여수공장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사태로 국제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수입이 끊긴 상태에서도 208일간 쓸 석유를 비축해 두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소비량을 감안하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두 달 남짓에 불과한 상황이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 위험 지역을 우회하는 원유 수입처 확보에 나서는 한편으로 국내 기름값 안정을 위해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를 비롯한 전방위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 韓 확보 비축유는 총 2억1600만 배럴

10일 산업통상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석유 비축 물량은 약 1억9000만 배럴이다. 한국석유공사가 관리하는 전략 비축유가 약 1억 배럴, 정유사 등 민간이 보유한 비축유가 약 9000만 배럴이다. 정부는 여기에 우선 구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산유국 공동 비축 물량 2000만 배럴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긴급 도입 가능한 원유 600만 배럴 등을 추가로 확보했다.

비축유는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석유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때를 대비한 전략물자다. 정부 비축유의 약 70∼80%는 정제 전 상태인 원유 형태로 보관돼 있다. 나머지는 휘발유와 경유, 등유, 액화석유가스(LPG) 등 석유제품이다. 정부와 별도로 정유사들은 연간 내수 판매량의 40일분을 의무적으로 비축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민간 비축유는 원유보다는 정제가 끝난 석유제품의 비중이 높다.

정부 비축유는 전국 9개 비축기지에 나뉘어 저장되는데 전남 여수시(5220만 배럴), 경남 거제시(4750만 배럴), 울산(1680만 배럴), 충남 서산시(1460만 배럴) 등 저장 용량이 가장 큰 원유 기지에 실제 비축 물량 대부분이 집중돼 있다. 원유 기지는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이나 정제시설에 인접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이 보유한 비축유(1억9000만 배럴)는 수입 없이 약 208일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의 비축 규모는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헝가리, 일본에 이은 세계 6위로 집계된다. 하지만 이는 해외 수출을 고려하지 않고 내수 소비만을 가정한 결과다. 한국은 수입한 원유의 상당량을 정제해 수출하기 때문에 순수입량이 크지 않다. 비축유 1일분이 과소 계상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석유 비축 일수가 실제 국내 소비량과 차이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의 하루 석유 소비량은 수출용 물량 포함 약 280만 배럴 수준이다. 평상시처럼 석유제품 수출을 중단하지 않는다고 가정해 계산하면 약 68일 수준이다. 정부 기준보다 실제 비축 기간이 더 짧은 것이다.

● “중동 중심 원유 수입 구조 다변화해야”

석유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 도입과 원유 우선 매수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산업부는 이르면 이번 주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국제 시세에 일정 마진을 더해 정유사의 공급가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통제 시 우려되는 공급 부족을 막기 위한 대책도 함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매점매석 고시’를 통해 정유사가 생산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국내 시장에 판매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상한제를 피해 물량을 쌓아두거나 수출로 돌리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당정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중동 사태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국내 비축 기지에 보관 중인 해외 정유사 보유 원유 686만 배럴을 우선 매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역시 주채권은행에 유가 상승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의 대출 만기를 연장하도록 독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원유 수입 국가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산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중동산 원유 중 9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어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정부의 대책에도 유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며 “중동 원유 수입을 줄이고, 미국 수입 등을 늘리는 수입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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