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 시동에도 꼼짝 않는 이란…전쟁 끝낼 4가지 변수는

정승임 2026. 3. 11.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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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끝낼 4가지 변수
①이란 미사일 재고 얼마나
②미·이스라엘 군사력은
③급등한 국제유가
④전쟁을 끝낼 명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트럼프 내셔널 도럴에서 공화당 당원들에게 연설한 뒤 무대에서 손짓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전쟁은 거의 완전히 끝난 상태”라며 11일째로 접어든 미국·이란 전쟁의 출구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건 우리”라며 “공격이 계속되면 단 1리터(L)의 석유 수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걸프 해역을 볼모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이란과 글로벌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 종전을 띄운 미국이 정면충돌하면서 종전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전문가들은 “인내력 싸움에서 누가 먼저 굴복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전쟁을 끝낼 변수로 △이란 미사일 재고 △미국 군사력 △글로벌 경제 △전쟁을 끝낼 명분을 꼽았다.


이란 미사일 얼마나 남았나

9일 이란 테헤란 중심부 엔겔랍 광장에서 열린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 지지 집회를 경비하기 위해 보안군이 배치돼 있다. AFP 연합뉴스

카네기 중동센터의 선임연구원인 모하나드 하게 알리는 로이터통신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혁명수비대가 미사일 공격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현재까지 미군은 5,000개가 넘는 목표물을 공격해 이란 함정 51척이 격파됐고 미사일 능력은 10% 아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역시 전날 “이란이 초기에는 한 번에 수십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지금은 10~20발 수준으로 줄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로이터는 지역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여전히 전쟁 이전 비축량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추정이 맞다면 이란은 앞으로 몇 주 동안 미사일 발사를 계속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혁명수비대의 마지드 무사비 항공우주군 사령관도 “지금부터 1톤 미만의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은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사일 위력과 빈도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사일 재고가 충분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첫 이틀간 '8조 원어치' 탄약 사용

미 해군 알레이 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프랭크 E. 피터슨 주니어가 이란의 공습 작전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토마호크 지상공격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 영상은 9일 공개됐으며, 촬영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고 로이터는 3자를 통해 사진을 입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에 맞선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력도 변수다. AP통신은 이스라엘 측 발표를 인용해 “지난 10일간 1,000톤이 넘는 무기와 군사장비, 탄약을 실은 수송기 50대가 (미국 등으로부터) 도착했다”며 “향후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나흘 전 “탄약이 부족하지 않고 방어 및 공격무기 비축량도 작전을 지속할 만큼 충분하다”고 밝혔다.

반면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군이 이란을 공습한 첫 이틀간 약 56억 달러(약 8조2,400억 원)의 탄약을 소모해 의회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 중동 지역에 투입될 예정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 역시 재고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급등한 유가도 트럼프에 부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AFP 연합뉴스

혁명수비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도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 요소다. 에너지 수송로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세계시장에 충격을 가해 미국을 굴복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란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AP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이 필요한 만큼 지속될 것이라 밝혔지만 유가 상승과 글로벌 경제 타격에 대한 자국, 동맹국의 불만이 전쟁 종식을 압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쟁 초기만 해도 “유가 상승은 일시적”이라며 개의치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확전 공포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자 조기 종전과 호르무즈해협 장악을 꺼냈다. 이날 그의 발언으로 유가는 80달러까지 떨어졌다.


"모즈타바 몇 주 동안 무너지지 않을 것"

9일 이란 테헤란 혁명거리에서 열린 집회에서 남성들이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UPI 연합뉴스

관건은 전쟁을 끝낼 명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종전을 언급하면서도 “아직 충분히 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쟁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공습 당시만 해도 최고지도자 제거를 통한 이란 정권 붕괴나 베네수엘라처럼 미국이 원하는 지도자를 앉히길 원했다”며 “그러나 하메네이 2세 집권으로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실현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로이터는 익명의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모즈타바 체제는 앞으로 몇 주 동안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란의 목표는 생존 그 자체다. 런던정경대학의 중동 전문가인 파와즈 게르게스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이란은 이 분쟁을, 적들을 정치적, 경제적으로 지치게 만드는 소모전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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