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유소 휘발유 가격 18개월 내 최고…트럼프, 악몽의 3월 되나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6. 3. 11.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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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지난 9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18개월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다. 이란 전쟁의 여파다. 시장은 휘발유 가격이 3월 내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 역시 예상보다 빠른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 속도에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트럼프가 이란 전쟁을 3월 넘어서까지 끌고 갈 수 있겠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10일 미국자동차운전자협회(AAA·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 주유소의 일반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갤런당 3.53달러(리터당 약 1369원)다. 이는 작년 1월 취임한 트럼프 2기 들어 최고치이자 2024년 8월 이후 최근 18개월 내 가장 높은 휘발유 가격이라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역사상 미국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의 최고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6월 기록된 갤런당 5.02달러(리터당 약 1950원)다. AAA에 따르면 트럼프가 이란 전쟁을 시작하기 전인 2월 중순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92달러였다. 트럼프는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바이든 시절 일부 주에서 갤런당 6달러가 넘었던 휘발유 가격이 이제 대부분의 주에서 갤런당 2.30달러 이하로 내려왔다”며 물가 정책을 자화자찬했다.

문제는 현재의 소매 휘발유 가격은 10~20일 전 국제 유가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세계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이란 전쟁 이후 최근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는 등 급격한 상승을 보이고 있다. 석유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국제 유가와 시차를 두고 약 절반이 보통 10~13일 내에 반영되고, 약 90%가 21일 내에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월 말까지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브렌트유 가격이 향후 2달 동안 배럴당 95달러 이상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배럴당 200달러 유가를 감당해 보라”며 트럼프를 압박하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이미 소비자 심리는 취약해지고 있다.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서는 3월 말까지 미국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50달러에 도달할 확률을 64%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말까지 갤런당 5달러에 도달할 확률은 36%에 달했다. 미 역사상 최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02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국제 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하고 이란전이 장기화할 경우 기존 기록이 깨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소비자들을 향해 “갤런당 3달러 수준의 휘발유 가격에 익숙해져 있다면 앞으로 몇 주 동안 큰 충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미국 물가의 핵심 지표 중 하나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휘발유 가격의 상승은 전체 물가 상승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관세 발표 이후 증시가 하락할 때마다 관세 유예와 취소를 반복해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라는 별칭까지 얻은 트럼프가 주식보다 일반 소비자에게 체감 정도가 큰 휘발유 가격 상승을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CNN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급격히 상승하는 유가에 패닉(공황)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 관계자들은 이미 생활비 상승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타격을 입을 수 있고, 미국 경제 전반으로 휘발유 가격 상승의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위기를 완화할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란 전쟁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작용할지는 결국 휘발유 가격이 얼마나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공화당 내부 기류를 전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참패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 미 재무부의 석유 선물 시장 개입, 현재 사실상 봉쇄 상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미 해군의 호위 및 보험 제공 등의 대안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쟁을 끝내는 것 외에 하루 최대 2000만 배럴이 통과했던 호르무즈 해협의 물량 손실을 보완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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