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직진남·사랑스러운 테토녀 보여드릴게요”

이태훈 기자 2026. 3. 1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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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두 주인공 김희재·송은혜

첫눈에 서로에게 반한 원수 가문의 두 남녀, 죽음도 막지 못하는 운명적 사랑…. 누구나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제대로 본 사람은 드문 셰익스피어 비극을, 이 두 사람이라면 분명 또 다른 색깔로 보여줄 것이다.

24일 개막을 앞둔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김희재 ‘로미오’와 송은혜 ‘줄리엣’을 최근 공연장인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만났다. ‘미스터 트롯’의 미성 가수 김희재에겐 벌써 세 번째 대극장 뮤지컬 주역. 그는 김준수·박효신·박은태 등을 스타로 만든 뮤지컬 ‘모차르트!’(2023)의 세종문화회관 공연에 이어, ‘4월은 너의 거짓말’(2024)로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도 섰다. 연세대 성악과 출신 송은혜는 같은 원작 소설에 기반한 영국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2023)에 이어 프랑스 뮤지컬 ‘팬텀’(2025)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을 연달아 꿰찼던 배우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주연 배우 김희재(오른쪽)와 송은혜. /박성원 기자

◇샹송 풍 노래·아크로바틱… 佛뮤지컬 매력

2009년 초연 뒤 17년 만의 한국 라이선스 공연. 영·미 뮤지컬이 서사에 음악을 촘촘히 엮는다면, ‘노트르담 드 파리’로 대표되는 프랑스 뮤지컬은 ‘쇼’ 요소가 강하다. 콘서트처럼 주역 배우의 가창력을 앞세우고, 전문 무용수의 힘 있는 춤과 아크로바틱을 가미한다. 그만큼 무대를 장악하는 주연 배우의 역량이 크게 작용한다.

김희재는 “이젠 연습 진행 방식도 익숙하고 연출님 지시도 빨리 알아듣게 돼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선배, 동료 배우들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하며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에겐 공연 날이면 팬들이 대절한 버스가 주차장에 줄을 서고, 기존 뮤지컬 공연장에서 보지 못한 다양한 관객들로 객석 풍경까지 바꾸는 독보적인 ‘티켓 파워’가 있다.

◇김희재 “사랑에 목숨 건 풋풋한 직진남”

/박성원 기자

김희재가 해석한 로미오는 “사랑으로 두 가문의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 순수하게 자유를 갈망하는 인물”이다. 그는 “1막의 로미오에게 앞뒤 돌아보지 않고 직진하는 20대 특유의 순수함이 있다면, 2막에서는 비극적 운명에 맞서 둘의 사랑으로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부르짖는 깊이를 담아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역동적인 군무와 곡예가 어우러지는 1막의 합창곡 ‘세상의 왕’과 줄리엣의 죽음을 마주하며 모든 감정을 토해내는 2막 로미오의 노래 ‘난 두려워’를 주목해 달라”고 했다.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변화무쌍한 엇박자 리듬에 팝 발성이 더해져 다채로운 음악의 변주를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송은혜 “사랑스럽고 당찬 ‘테토녀’ 줄리엣”

/박성원 기자

송은혜에게도 ‘로미오와 줄리엣’은 도전이다. 정통 클래식 성악 발성에 뮤지컬과 팝 발성을 섞어야 하는 노래도, 방대한 대사량을 소화해야 하는 연기도 그렇다. “프랑스 샹송 분위기의 노래에 부르는 저 자신도 치유받는 느낌이에요. 음악에서 프랑스가 느껴진달까요.”

그에게 줄리엣은 수동적인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니라 고비마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또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이다. “처음엔 그저 사랑에 빠진 순진한 소녀 같지만, 사랑을 위해 두려움 없이 가문을 버릴 각오를 해요. 무모할 만큼 용감하게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며 죽음을 각오하고 역경에 맞서는 사람이에요.” 그는 “연출님이 뮤지컬 ‘위키드’의 글린다처럼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운 ‘테토녀(테스토스테론 넘치는 톡톡 튀는 여자)’ 느낌을 주문하셨다. 실제 내 성격과도 잘 맞는다”고 했다. 웃음에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상징과도 같은 1막의 발코니 장면과 함께 2막에서 줄리엣이 신부에게 사랑을 이룰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며 부르는 노래 ‘기도하네’ 장면을 눈여겨 봐달라”고도 했다. “연출님이 ‘배우 모두가 각자 솔로곡인 것처럼 하늘을 향해 외치라’고 하셨어요. 줄리엣의 울부짖는 듯한 기도로 시작된 노래를 앙상블 배우들의 합창이 받쳐주면서 웅장한 하모니를 이룹니다.”

긴 시간 ‘로미오와 줄리엣’이 끊임없이 변주되며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두 배우의 대답은 명쾌했다. “누구나 가슴 속에 한 번쯤 품어봤을, 죽음조차 넘어서는 깊고 절실한 사랑”(김희재)이며,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는 사랑과 선택, 운명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송은혜)이라는 것이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두 사람의 눈빛이 극중 로미오와 줄리엣인 듯 따뜻했다. 공연은 5월 31일까지, 8만8000~16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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