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수출 신기록에도 부품 업체는 울상
한국 완성차 수출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자동차 부품 수출은 3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같은 자동차 산업 안에서 정반대 흐름이다. 전기차 전환과 미국발(發) 관세 압박이 맞물리면서 완성차와 부품 사이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충남 천안에서 37년째 조향장치(스티어링 파트) 관련 부품을 생산해 온 2차 협력사 한도도 그 흐름을 비껴가지 못했다. 미국·멕시코 등에 부품을 수출해 온 이 회사는 지난해 대미 수출 물량이 약 30%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나 코로나 때도 이렇게 크게 빠진 적은 없었다”며 “매출은 환율 덕에 300억원 수준을 유지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올 초 사이 직원 5명이 회사를 떠나 임직원 수는 75명으로 줄었다. 최근엔 전기차 전환에 대비해 로봇 관절 부품을 연구·개발하고 독일 등 신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자동차는 최대, 부품은 3년째 감소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719억76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7% 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20년(373억9900만달러)의 두 배 수준이다. 반면 자동차 부품 수출은 212억달러로 5.9% 줄며 3년 연속 감소했다. 특히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의 부품 수출 증가세는 코로나 사태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업계는 이 디커플링의 배경으로 ‘전동화’와 ‘현지화’를 꼽는다. 내연기관차 1대에는 평균 2만5000~3만개의 부품이 들어가지만, 전기차는 약 1만5000개로 줄어든다. 엔진·변속기 등 내연기관 핵심 부품이 대거 사라지기 때문이다. 전기차 판매가 늘수록 기존 부품 수요가 구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압박이 겹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자동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부품 기업들은 북미·중남미로 생산 거점을 옮기고 있다. 한국발 수출 물량이 그만큼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 주요 부품사들은 현지 생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경북 경산에 본사를 둔 부품사 동원금속은 지난달 미 조지아주에 생산 공장을 짓고 직원 2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도어 프레임과 시트 프레임 등을 현지에서 만들어 공급할 예정이다. 자동차 조명 업체 에스엘(SL)도 지난 1월 멕시코에 1만4000㎡ 규모 공장을 준공했다. 이 공장에서는 헤드램프 모듈을 연간 100만개 만들 수 있다.
◇“2·3차 협력사는 해외도 못 간다”
문제는 이런 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 협력사들이다. 2023년 기준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 2만1443곳 중 100인 미만인 기업은 전체의 98%(2만1002곳)에 달한다. 부품 생태계를 떠받치는 2·3차 협력사 대부분이 영세한 중소기업인 셈이다.
이들은 해외 공장을 세우거나, 미래차 부품으로 사업을 전환할 투자 여력도 부족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2024 자동차 부품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래차 등 사업 전환을 추진하거나 계획 중인 기업 비율은 300인 이상 기업이 21.3%로 가장 높았다. 반면 100~299인 기업은 11.8%, 10~99인은 3.1%, 10인 미만 기업은 1.3%에 그쳤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1차 협력사와 달리, 2·3차 협력사들은 수출로 벌어들이는 매출보다 원자재 수입 비용이 더 커 고환율 수혜를 보지 못한다”며 “중소 부품사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지 않도록 정부가 부품 업계의 목소리도 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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