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연례화된 전국 선거, 최대 수혜자는 누구인가
장점 못지않게 단점 많아
권력 ‘나눠 먹기’ 활개
비효율 제도의 수혜자는
정치인 또는 정치꾼일 것
상습적 피해자는 국민

6·3 지방선거가 석 달도 남지 않았다. 2024년 국회의원 총선, 2025년 대통령 선거에 이어 3년 연속으로 치르는 전국 단위 선거다. 최근 10년 동안 전국 선거가 없기로는 2019년, 2021년, 2023년 세 해뿐이었다. 5년마다 대선, 4년마다 총선 및 지선인 데다가, 탄핵 탓에 대통령 보궐선거까지 수시로 끼어들다 보니 전국 선거가 점차 연례행사같이 되어간다.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재·보궐선거 또한 심심찮게 열린다. 그런데 이런 선거 과밀 현상이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의 본래 취지에 얼마나 부합할까.
국제적 기준에서 보면 우리나라 선거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직선제에 대한 강력한 선호다.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도지사는 도민이 직접, 시장은 시민이 직접, 군수는 군민이 직접, 구청장은 구민이 직접 뽑아야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믿는 것이다. 교육감도 직선제로 선출한다. 헌법상 삼권분립인데도 국민의 ‘직접 선출 권력’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이 가장 우위에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인식도 그 연장선 위에 있어 보인다.
권위주의 통치의 오랜 역사를 감안하면 이런 직선제 집착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정당이나 의회, 시민 단체나 직능 조직 등을 통한 지도자의 간접 선출 방식이 기득권 담합 구조로 불신받을 여지도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대통령 중심제의 종주국 미국만 해도 명실상부한 직선제는 아니다. 민주주의가 군주정이나 신분제의 유산과 양립하는 사례 또한 선진국에서는 얼마든지 있다. 이른바 1987년 체제의 탄생 과정에서 우리는 당면 목표인 대통령 직선제 쟁취에만 몰두한 측면이 있다. 그 이후 한국 정치의 불안정과 비효율을 생각하면 이는 ‘졸속 민주화’의 한 장면으로 재평가되어야 할지 모른다.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두 번째 특징은 선출직의 연임에 대해 매우 야박하다는 점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도 지자체장 가운데 상당수가 무조건 바뀌게 되어 있다. 최대 3회 연임 규정 때문이다. 이에 비해 독일의 시장은 연임 제한이 없고 프랑스에서는 수십 년째 재임 중인 시장이 수두룩하다. 일본에서도 10선, 15선 자치 단체장이 드물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부터 단임제인데, 이는 세계적으로 매우 특이한 편이다.
미국 수정헌법이 대통령 재임을 평생 2회로 제한한 것은 1951년부터다. 그 이전에는 중임이 관행이었을 뿐,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4선까지 기록했다. 대통령 중심제에 가까운 프랑스에서 대통령 재임을 연속 2회로 제한한 것은 2008년이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1948년 제헌 헌법에서 대통령 임기를 4년 단임으로 못 박았다. 만약 이승만 대통령이 헌법 초안대로 내각제를 수용했더라면 장기 집권을 위한 헌법상 무리수를 두지 않아도 좋았을지 모른다. 내각제에서는 ‘장기=독재’라는 개념이 낯설기 때문이다. 당시 이승만의 선택을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이후 우리는 단임 정신이나 연임 제한을 불변의 가치로 여기는 정치 문화에 너무나 익숙해져 왔다는 사실이다.
직선제나 연임 제한은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다. 직선제의 경우, 참정권의 효능감 증대, 강력한 리더십의 구축, 권력장(權力場)의 개방성이 장점이라면 인기 영합주의, 고비용 정치, 사회적 분열 등은 단점이다. 연임 제한의 경우, 장기 집권에 따른 독재 예방과 정치적 경쟁의 활성화가 장점이라면 정책의 연속성 약화, 레임덕의 조기 출현, 유능 정치인의 임기 강제 종료 등은 단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장단점 비교와 별개로 직선제와 연임 제한이 중첩되면 권력의 ‘돌려 갖기’나 ‘나눠 먹기’가 이례적으로 활발해진다. 지금 우리나라처럼 말이다.
직선제는 지도자로 뽑힐 기회를 누구에게나 열어준다. 그것은 전력(前歷)이나 능력, 인성 일체를 불문에 부칠 수 있는 로또 구조이기도 하다. 연임 제한 규정은 권력의 빈자리를 일정량 이상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장치다. 이러한 제도적 메커니즘의 가장 현실적 수혜자는 정치인 또는 정치꾼일 것이다. 당선만 되면 졸지에 권좌에 오를 수 있는 판이라 선거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들에게는 ‘날마다 장날’이 되는 셈이다. 진짜 문제는 이런 상시적 선거운동 체제가 초래하는 상습적 대국민 피해다. 국정의 해이, 정책의 공전(空轉) 혹은 감속, 공직 기강의 이완, 민생 대책의 정략화 등이 대표적인데,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무릇 선거란 좋은 정치를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닐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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