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엔 새살, 60대엔 흉터…나이 들면 상처 오래 가는 이유

최승욱 2026. 3. 1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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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세포 축적·면역 반응 변화·콜라겐 감소…피부 재생 환경 달라진다
작은 상처라도 나이가 들수록 피부 재생 속도가 느려지면서 회복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를 채 썰다가 채칼에 손등을 긁혔다. 깊지 않은 상처였다. 문제는 예전 같았으면 1주일이면 사라졌을 흔적이 2주가 지나도 희미하게 남아 있다는 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상처가 오래 간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이 경험으로 알고 있다. 다만 나이가 들어서만은 아니다. 피부 안에서는 세포 교체, 면역 반응, 콜라겐 생성 등이 함께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 이런 변화도 더디게 진행되고, 상처가 아물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점차 길어진다.

젊은 피부와 달라지는 세포 교체 속도

피부 세포는 일정 주기로 만들어지고 표면에서 떨어지면서 새 세포로 교체된다. 이 과정은 젊을수록 빠르다. 같은 상처라도 젊은 피부에서는 새살이 빠르게 차오르지만 나이가 들수록 회복 과정이 더 오래 걸린다. 흔히 '20대엔 새살, 60대엔 흉터'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피부과 마이클 크레머와 니콜 버크엠퍼 연구팀은 2024년 노인의학 분야 학술지 《Clinics in Geriatric Medicine》에 실은 리뷰 논문에서 세포 교체 속도가 30대에서 70대 사이 약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밝혔다.

같은 논문에서 만 40세 이후 동일한 상처가 치유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0대보다 최대 두 배까지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치유 기능이 사라졌다기보다는 회복 과정이 지체된 결과로 해석된다.

상처 부위를 청결하게 유지하고 적절히 보호하면 피부 회복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염증은 치유의 첫 단계

상처가 생기면 몸은 곧바로 대응한다. 면역세포가 손상된 조직으로 모여 세균을 제거하고 조직을 정리한다. 흔히 염증이라고 부르는 반응이다. 염증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치유의 첫 단계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대식세포라는 면역세포다. 초기에는 세균 제거를 담당하는 M1형이 작동한다. 이후 조직 회복을 돕는 M2형으로 전환되면서 염증이 가라앉고 재생 과정이 이어진다.

연령이 높아지면 이 전환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 염증 반응이 길어지고 조직 재생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도 더디게 이뤄진다.

나이가 들수록 몸에서는 낮은 수준의 염증 반응이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태를 노화 연구에서는 '염증성 노화'라고 부른다. 이런 환경은 조직 재생 과정에도 영향을 주어 상처 치유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좀비세포' 축적이 흔드는 조직 재생 환경

최근 노화 연구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노화세포다. 분열을 멈췄지만 사라지지 않고 조직에 남아 주변으로 염증 신호를 보내는 세포다. 이 때문에 흔히 '좀비세포'라고도 일컬어진다.

젊은 조직에서는 이런 세포가 비교적 빠르게 제거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차 축적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노화세포가 많아지면 주변 조직의 재생 환경이 나빠지고 염증 신호도 늘어날 수 있다.

피부 상처는 염증 반응, 조직 재생, 피부 재형성 단계를 거쳐 회복된다. 나이가 들면 이 과정의 속도가 전반적으로 느려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콜라겐 감소로 조직 재건지체

상처가 아물려면 손상된 조직을 새 조직으로 채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 콜라겐이다. 콜라겐은 피부 조직을 재건하는 세포인 섬유아세포가 만든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섬유아세포의 활동과 콜라겐 생성 능력이 점차 감소한다. 이로 인해 새 조직 형성 속도가 느려지면서 상처도 아물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이 과정을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지만 회복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단백질은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기본 재료가 된다. 생선, 달걀, 두부처럼 흡수가 잘 되는 단백질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을 준다. 비타민 C는 콜라겐 합성에 관여하는 영양소로 피망, 키위, 브로콜리 등에 풍부하다.

신체 활동도 중요하다. 걷기와 같은 움직임은 혈액 순환을 개선해 상처 부위로 산소와 영양 공급을 지원한다. 반대로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켜 이 과정을 방해한다.

작은 상처인데도 2주 이상 낫지 않거나 붓기, 열감, 고름이 나타난다면 당뇨병이나 혈액순환 문제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상처가 낫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지 회복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상처 회복 Q&A]

Q1. 상처가 낫는 속도는 언제부터 느려질까요?

A1. 개인차는 있지만 피부 재생 속도는 보통 30대 이후부터 서서히 늦어지기 시작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40세 전후부터 같은 상처가 아물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젊은 시기보다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치유 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회복 속도가 점차 느려지는 변화로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Q2. 상처가 나면 빨개지고 붓는 현상이 문제가 되나요?

A2. 반드시 나쁜 신호는 아닙니다. 상처 초기의 발적과 부종은 면역세포가 손상 부위에 모여 세균을 제거하고 조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다만 열감과 통증이 계속 심해지거나 고름이 생긴다면 감염 가능성을 의심하고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Q3. 상처가 오래 간다면 질환 신호일 수도 있을까요?

A3. 그럴 수 있습니다. 당뇨병이나 혈액순환 문제는 상처 치유 속도를 늦추는 대표적인 요인입니다. 상처가 반복적으로 오래 지속되거나 잘 아물지 않는다면 혈당이나 혈관 건강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4. 습윤 밴드는 일반 밴드보다 회복에 도움을 줄까요?

A4. 상처를 촉촉하게 유지하면 새로운 세포가 이동하기 쉬워져 회복 과정이 더 원활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의료 현장에서는 습윤 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상처에서 분비물이 많거나 감염이 의심된다면 자주 교체하거나 의료진 상담이 필요합니다.

Q5. 나이를 먹을수록 흉터가 더 잘 남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5. 나이가 들수록 콜라겐을 만드는 세포 활동이 줄어들고 피부 구조를 재건하는 속도도 늦어집니다. 이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피부 조직이 원래 형태로 회복되지 못해 흉터가 더 뚜렷하게 남을 수 있습니다.

최승욱 기자 (swchoi6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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