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북적북적] 성해나, “진짜와 가짜의 경계에서 멈춰 서는 문학”

[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지난 11월 13일, DDP에서 열린 성해나 작가의 강연은 독자들에게 문학과 삶, 그리고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선사했다. 성 작가는 강연에서 "우리가 어떠한 문제 앞에서 불현듯 멈춰서는 것은 그 문제가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쓰기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타인의 삶과 마음에 깊이 접속하는 행위이며, 타인의 고통을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서자'로 인정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였다.
성해나 작가가 선보인 최신 소설집 『혼모노』는 이러한 철학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일본어로 '진짜'를 의미하는 '本物'에서 이름을 가져온 표제작 「혼모노」를 비롯해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스무드」 등 수록작들은 모두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탐구하며, 개인과 사회, 세대와 문화가 교차하는 현대적 문제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성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우리 사회의 경계와 차이를 다시 들여다보고, 독자들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표제작 「혼모노」의 화자 문수는 30년 차 박수무당이다. 오랜 세월 모셔온 '장수할멈'이 자신을 떠나자, 문수는 믿음의 근간이 흔들린다. 신애기라는 젊은 무당과의 만남과 갈등 속에서 문수는 진짜와 가짜, 믿음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살아간다. 이러한 서사는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세대 갈등과 전통과 현대의 충돌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까지 사유하게 만든다.
또 다른 수록작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팬덤 문화와 이율배반적 욕망을 다룬 작품이다. 세계적 영화감독 '김곤'을 추종하는 팬들은 그의 과거 잘못을 덮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찐' 팬임을 확인한다. 하지만 김곤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며 사과하자, 팬들 안에서 일어난 변화와 깨달음을 통해 '진짜'와 '가짜'에 대한 성찰이 시작된다. 「스무드」에서는 한국을 처음 방문한 재미 한인 3세 '듀이'의 시선을 통해, 낯선 환경 속에서 진짜와 가짜, 외부와 내부, 소속과 유대의 의미를 탐색한다.
이 소설집은 현실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면서도 문학적 상상력과 서사의 힘을 놓치지 않는다.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에서는 남영동 대공분실을 배경으로 한 역사적 사건과 개인의 시선을 결합해 다큐멘터리적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잉태기」에서는 가족과 사회적 욕망의 충돌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우호적 감정」과 「메탈」 등은 지역과 세대, 현실과 과거의 충돌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각각의 작품이 가진 문제의식과 긴장감은 독자가 단숨에 몰입하게 한다.
성 작가는 강연에서 글쓰기의 본질을 "타인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사유의 시간"으로 설명했다. 문학은 우리를 단순히 즐겁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의 삶과 사회를 돌아보고 멈춰 서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는 것이다. 『혼모노』는 바로 그 멈춤과 사유를 실천하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독자들은 작품을 통해 '진짜'와 '가짜'의 경계,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관습, 그리고 스스로의 선택과 책임을 성찰하게 된다.
배우 박정민은 추천사에서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고 말하며, 성해나 작품이 얼마나 현실과 밀착된 몰입감을 제공하는지 강조했다. 실제로 한 작품 한 작품이 독자를 압도하는 서사와 생생한 인물 묘사로 가득 차 있어, 두꺼운 소설집임에도 독자는 한 번에 몰입해 읽게 된다.
끝없이 '진짜'와 '가짜' 사이를 오가며 질문을 던지는 성해나 작가의 글쓰기는 정답과 오답, 선과 악으로 쉽게 나눌 수 없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보여준다. 『혼모노』가 머무는 곳은 울퉁불퉁하고 위태로운 경계 위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진짜'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며, 성해나가 믿는 문학적 걸음을 따라 그 경계를 걷게 된다. 완벽한 해답이 없는 세계에서, 성해나는 끝까지 우리에게 질문하고, 사유하게 만들며, 한국문학의 미래를 선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