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후쿠시마 원전 해체…‘핵연료 잔해’ 880t 중 0.9g 수거

김기범 기자 2026. 3. 1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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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원전 폭발 15년

일 정부·도쿄전력 ‘2051년’ 방침에 전문가들 “100년 이상 소요”
개발에 9년 걸린 로봇팔 투입하지만…폐기물 보관 장소도 ‘미정’
5000명 규모 인력 확보 난항…늘어나는 방사능 오염수도 문제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사상 최악의 사고가 발생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핵연료 제거와 부지 복원 등은 먼 미래의 이야기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2051년까지 이 원전의 해체를 완료한다는 방침이지만 원전 전문가들은 물론 일본 시민들 역시 이를 실현 불가능한 목표로 여기고 있다. 원전 해체가 완료되고 방사능 오염이 모두 제거되는 것은 다음 세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 데브리(잔해) 반출이 난항을 겪고 있으며 기한 내 완료는 지극히 어려워지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해체에서 최대 난관인 핵연료 데브리 수거는 총 880t(추정치) 중 0.9g만 완료된 상태다.

NHK는 2024년 시험적인 반출이 시작됐고, 도쿄전력 등이 당초 2030년대 초부터 데브리 반출을 시작하려 했으나 원자로 격납용기 내부 조사와 공법 검토 등을 이유로 2037년 이후에나 본격적 반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도쿄전력이 이달 말쯤 개발에 약 9년이 소요된 로봇팔을 후쿠시마 제1원전에 투입해 원자로 격납용기 내 장애물 절단, 핵연료 데브리의 시험적 반출 등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핵연료 데브리는 사람이 가까이 갈 경우 1시간 내에 사망할 수도 있을 만큼 높은 방사선량을 방출하기 때문에 반출 이후 어디 보관할 것인지도 문제다. 마이니치는 방사성 폐기물이 어디로 가게 될지 정해지지 않았으며, 2051년까지 원전 부지를 복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원자력 정책 전문가인 스즈키 다쓰지로 나가사키대 객원교수는 마이니치에 “일반적으로 원전을 해체하면 그린필드(공터)가 되어야 하지만 이를 목표로 하면 100년이 걸릴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가능한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사고 40년 내인 2051년까지 해체를 완료한다는 목표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나카 슌이치 전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마이니치에 “40년 안에 (880t의 데브리를) 전부 꺼내려면 매일 어느 정도 양을 꺼내야겠나. 나눗셈만 하면 중학생도 알 수 있다”면서 “꺼낸다고 해도 엄청난 방사능 때문에 가까이 갈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일본 시민들 중에도 2051년이라는 목표가 실현 가능하다고 여기는 이는 극소수뿐이다. 도쿄신문은 지난 1월부터 이달 사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51년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 해체가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7%뿐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완료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60%에 달했다.

원전 해체에서 핵심은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NHK는 매일 도쿄전력과 협력기업 등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에 투입하는 인력은 5000명가량이며 이런 규모의 노동자를 확보하는 것이 과제가 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들 인력이 투입되는 분야는 잔해 철거와 방사능 오염수 보관 탱크 관리, 핵연료 데브리 반출 준비 작업 등이다. 앞으로 본격적인 핵연료 데브리 반출이 시작되면 더욱 많은 인력이 요구돼 인력 확보는 큰 과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NHK는 전했다.

NHK는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해체 작업에 종사하는 기업 35개사에 설문조사를 실시해 12개사에서 답변을 받았으며, 12개사 모두가 해체 작업에 필요한 인력의 안정적인 확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9개사는 노동자의 고령화와 세대교체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인간의 접근이 불가능한 탓에 원자로 내부와 주변부 상황을 거의 알지 못하고, 이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아사히신문은 “비가 오고 지하수가 유입되는 것을 막지 못해 새로운 오염수가 생기고 있다”며 “해양 방출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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