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18년 조성 ‘신청사 기금’ 사용처 논란
구의회 신축 등 150억 이미 사용
남은 144억 현청사 증축 등 투입
재원 목적성에 어긋난다는 시각
신청사 이전 사실상 백지화 의문

10일 중구에 따르면 신청사 건립기금은 지난 2008년 중구가 현 본청사의 시설 노후·공간 협소·접근성 부족 등을 이유로 신청사 이전 건립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구는 관련 조례를 제정해 조성해 왔다.
2008년부터 2026년까지 19년 동안 조성했던 신청사 건립기금 수입은 총 295억3,649만3,140원이다. 이는 중구가 지난 2018년 우정혁신도시로 신청사 이전을 위해 택지개발 사업자인 LH에 지불하기로 계약한 토지매입비 약 302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그런데 중구는 기금을 계속 적립하지 않고 수시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구의 신청사 건립기금 지출 내역을 보면 △2012년 의회동 신축 40억원 △2018년 신청사 이전 사업 부지매입비 55억원 △2019년 일반회계 반납 27억원 △2019년 우정동 행정복지센터 신축 28억원 등 총 150억원을 지출했다. 이 중 부지매입비는 중구를 대신해 울산시가 부지를 사들이면서 다시 돌려받았으나 구는 기금에 넣지 않고 일반회계로 돌려 사용한 바 있다.
남은 144억여원의 기금도 행정시설에 쓸 계획이다. 구는 현재 설계 단계인 본청사 증축 사업과 반구1동 행정복지센터 확장 및 이전 사업에 각각 67억2,500만원, 76억6,800만원씩 투입할 방침이다.
중구는 기금 운영 조례에는 '신청사'란 단어가 어디까지 해당하는지 정의하는 내용이 없는 만큼 본청사를 이전하는 사업 외에도 기금을 쓸 수 있단 해석이다. 또 청사를 새로 짓는 것 외에도 증축이 가능하단 내용도 함께 포함돼 있어, 그동안 기금을 투입한 사업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청사 건립을 목적으로 조성된 기금이 다른 사업에 사용되는 것은 사실상 목적 변경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추진 여부가 불확실해질 경우 기금 존치 여부나 사용 범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단 것이다.
무엇보다 당초 신청사 이전·건립 계획의 무산에 대한 우려도 크다. 앞으로 새롭게 기금을 모은다고 해도 장기간 소요되는 만큼 신청사를 짓는 것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시각인데, 중구는 명확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어 구민들의 답답함은 커지고 있다.
한 행정 전문가는 "목적 기금은 특정 사업 추진을 전제로 조성되는 만큼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면 기금 운용 방향을 재설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라며 "청사 이전은 지역 정책에 큰 영향을 끼치는 대사업인 만큼,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주민들에게 보다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중구 관계자는 "조례상 행정청사 관련 시설에도 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주민 편의와 행정서비스 개선을 위한 사업에 활용한 것"이라며 "본청사 이전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지속 검토 중인 사안이라 당장 말씀드릴게 없다"라고 밝혔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