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한 올까지 수작업… AI에 큰 영향 받지 않을 것”

이규희 2026. 3. 1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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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신작 애니메이션 영화 '호퍼스'(사진)의 주인공은 환경운동가 대학생 메이블이다.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픽사가 자랑하는 뛰어난 애니메이션 기술이 결합한 결과 '호퍼스'는 지난 6일(현지시간) 북미 개봉 이후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서 판화를 전공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픽사에서 26년째 일하고 있는 조 아티스트는 수많은 동물과 나무로 빽빽한 숲의 빛과 그림자를 조절해 애니메이션 세계에 현실감을 더하는 라이팅 작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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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신작 애니 ‘호퍼스’ 제작 참여한 존 코디 김·조성연
김 “3~4년 걸쳐 작업 끝에 완성”
조 “일본계 캐릭터 구현 공들여”
참신한 아이디어·첨단기술 결합
북미서 개봉 첫 주말 정상 올라
“동물 다큐멘터리와 톰 크루즈 작품 같은 액션 영화, 스파이 스릴러를 섞으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하는 상상에서 이야기가 시작됐죠.”(‘호퍼스’ 스토리 슈퍼바이저 존 코디 김)
 
픽사 신작 애니메이션 영화 ‘호퍼스’(사진)의 주인공은 환경운동가 대학생 메이블이다. 고속도로 개발로 숲속 생태계가 훼손될 상황에 놓이자, 메이블은 자신의 의식을 로봇 비버에 옮겨 비버 무리 사이에 숨어들어 동물들의 세계를 탐험한다.

줄거리만 보면 자연보호 메시지를 앞세운 교조적인 영화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제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야기는 예측하지 못한 전개로 이어지고, 코미디에서 공포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엉뚱한 상상력으로 풀려나간다.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픽사가 자랑하는 뛰어난 애니메이션 기술이 결합한 결과 ‘호퍼스’는 지난 6일(현지시간) 북미 개봉 이후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4일 개봉 이후 엿새 만에 관객 32만명을 모았다.

존 코디 김(왼쪽), 조성연.
10일 오전 작품에 참여한 한국계 애니메이터 존 코디 김 스토리 슈퍼바이저와 조성연 라이팅(조명) 아티스트를 화상으로 만나 제작 과정을 들었다.

스토리팀은 영화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스토리보드를 담당한다. 김 슈퍼바이저는 “‘호퍼스’는 약 3~4년에 걸쳐 스토리보드를 여덟 번이나 갈아엎으며 완성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감독과 작가, 스토리팀이 모여 낙서하듯 그림을 그립니다. 농담처럼 낸 아이디어까지 모두 그려 벽에 붙여 놓고 의논하죠. 수백장, 수천장을 그리지만 98%는 쓰레기통에 버려져요. 그렇게 수많은 아이디어를 테스트했기 때문에 우리 영화만의 이상하고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온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상어 ‘다이앤’이 하늘을 나는 기상천외한 장면도 이런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테스트 시사회에서 관객 절반이 ‘너무 이상한 것 아니냐’고 했다”며 “그래도 그 이상하면서도 웃긴 느낌을 살리려고 끝까지 지켜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판화를 전공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픽사에서 26년째 일하고 있는 조 아티스트는 수많은 동물과 나무로 빽빽한 숲의 빛과 그림자를 조절해 애니메이션 세계에 현실감을 더하는 라이팅 작업을 맡았다. 그는 “동물 털을 실제처럼 묘사하기보다는 인형 털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살렸다”며 “나무도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하기보다 붓으로 그린 페인팅 느낌을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메이블은 일본계 캐릭터다. 조 아티스트는 “동양인의 눈과 피부 톤에 맞게 라이팅을 조정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예전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파란색이나 초록색 눈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최대한 동양인의 특징을 살리려고 했다”고 했다.

김 슈퍼바이저는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동물과 인간 중 어느 한쪽도 완전한 악당으로 만들지 않는 균형이 중요했다”며 “작업 초기 지브리의 ‘모노노케 히메’,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등을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이 몇 초 만에 영상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픽사는 여전히 수년 동안 수백명의 아티스트가 장면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완성한다.

조 아티스트는 “우리는 모션캡처나 로토스코핑 같은 기술도 거의 쓰지 않는다”며 “캐릭터의 털 한 올까지 직접 애니메이팅한다”며 “이러한 장인정신을 잃지 않는다면 AI에 그렇게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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