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전쟁발 에너지 위기…안보ㆍ탄소중립ㆍ경제성 ‘세마리 토끼잡기’

최인수 기자 2026. 3.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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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 넘나드는 국제유가에 에너지 빈국 한국은 ‘노심초사’
석유공사ㆍ가스공사 수급은 아직 ‘안정’…경제 파급효과 주목
에너지 안보ㆍ탄소중립ㆍ경제성 세가지 정책 딜레마 풀어야

[수소신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나들면서 에너지안보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의 감산 영향으로 9일 장중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는 아시아 시장에서 배럴당 119.5달러까지 오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이 유가 급등에 대응해 전략 비축유 방출 등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다는 공동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CBS뉴스 인터뷰에서 "전쟁이 마무리 수순(the war is very complete)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대로 반락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25%와 LNG 해상 수송량의 약 20% 이상이 통과하는 전략적 핵심 루트다. 이 지역의 분쟁 심화는 세계 석유 공급 차질과 가격 폭등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제해운 보험료가 높이 상승하는 등 실질적 파급 효과가 크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중동산 원유 수입이 많아 원유 수입 중 약 60~70%, LNG수송의 약 10~15%가 통과하는 수송 통로로 한국의 에너지 공급 안정성에 큰 위협을 주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비축유 규모는 146백만 배럴 규모의 비축시설에 약 1억 배럴(공동비축물량 제외)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으며, 정부비축과 민간비축을 합해 IEA 권고 90일분을 넘는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현재 LNG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탱크 용량 547만톤 중에서 약 200만톤 이상(민간 제외)의 LNG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LNG 비축의무기준 9일분 이상(동절기 130만톤, 하절기 95만톤)을 훌쩍 넘는 비축인데다 계절적으로 날씨가 온화해 지면서 LNG수요가 줄어드는 시기이기 때문에 다행히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구나 LNG 수급의 경우에는 비축일수보다 장기계약 기반의 안정적 도입이 더욱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한국가스공사 평택생산기지에 정박한 LNG선.

◆ 높아진 에너지안보 중요성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체공급원을 찾으며 글로벌 에너지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EU는 2022년부터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60% 이상 감축했고, 미국과 카타르 등으로부터의 LNG 수입이 크게 늘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공급부족과 운송 비용 상승이 불가피했으며,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백만 BTU(MMBtu)당 30달러를 웃돌며 유례없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국제 에너지가격은 2021년 이후 코로나 19 팬데믹 회복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원유,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의 약 93%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취약국이기에  공급차질 발생시 국내 산업과 사회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국 산업의 구조적 특수성과 경제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에너지 정책 설계를 통해 산업 경쟁력 강화와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호르무즈 해협 지도(출처: 나무위키)

◆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 그리고 경제성 '세마리 토끼'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경제성 확보라는 세가지 목표 사이에서 복잡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사회의 탄소중립 및 친환경 에너지 전환 요구는 경제성과 함께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전력 생산에 있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화석연료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현실적 수단이지만,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환경 목표와 상충한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 달성에 부합하지만 발전량이 날씨에 따라 변동하는 간헐성과 전력망 확충,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비용 등 한계에 노출돼 있다. 원자력은 탄소중립에 기여하지만 안전성 문제와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로 국민 수용성이 낮고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추구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과 실제 에너지 요금의 현실화 사이에도 사실상 괴리가 크다. 에너지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하더라도 국민적 반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시장보다는 정치적인 결정을 내리면서 원가를 제때 반영하지 못해 에너지산업계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는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경제성 목표 달성을 위해 전원 믹스와 인프라를 조화롭게 설계해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제12차 전력수급계획 등 각종 에너지정책 수립시 에너지안보 개념의 재정립, 일관된 방향성, 달성가능한 현실적 에너지 전환 목표 설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은 단기적 관점에서는 갈등관계에 놓여 있는 정책적 딜레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 구축이라는 공통 목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상호보완적이다.

전통적 의미에서 보면 에너지안보는 적정한 가격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에너지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환경적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정책과의 조화가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최근 정부는 국내 에너지수급 여건을 충분히 반영한 새로운 에너지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청정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으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으며, 동시에 기후변화로 인한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글로벌 시장의 환경변화에도 대응해야 하는게 현실이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는 "그동안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을 펼쳐 왔지만 점차 국내 에너지 수급 여건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환경 변화를 고려해 에너지원간 합리적 조화가 이뤄지도록 보다 세밀한 에너지믹스 정책 추진이 필요해 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에너지분야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해 졌다. 그러나 여전히 에너지위원회의 구성 등 관련 규율체계는 정합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많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분야의 개별 법률을 제정 목적에 부합토록 입법적으로 미비한 부분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국법제연구원은 "국내 에너지 수급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라며 "에너지안보 및 탄소중립 관련 국내외 정책 및 법제 분석을 통해 에너지정책 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법제 정비가 요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