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증상 거의 없는 ‘침묵의 살인자’…정기검진 필수
‘한국인의 암’ 1위→최근 5위 집계
매년 수만명 진단·사망률 최상위권
발병 영향 식습관 등 환경적 요인↑
조기 발견 시 완치율 95% 이상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많은 환자가 암 진단을 받으면 “우리 가족 중에 암 환자가 없는데 왜 걸렸을까?”라며 의아해한다. 하지만 위암은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적 요인이 훨씬 강력하게 작용하는 질환이다. 물론 부모나 형제 중 위암 환자가 있다면 발병 위험이 2-3배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유전적 요인이라기보다는 가족이 공유하는 식습관(찌개 같이 먹기, 맵고 짠 반찬 선호 등)과 헬리코박터균의 가족 간 감염이 원인인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유전적 변이(CDH1 유전자 등)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성 위암은 전체의 1-3% 내외에 불과하다.
위암의 가장 큰 원인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다. 이 균은 위 점막에 기생하며 만성 위염을 일으키고, 이를 방치할 경우 위 점막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과 위 세포가 장 세포처럼 변하는 ‘장상피화생’으로 진행돼 위암 발생 위험을 10배 이상 높인다. 이외에도 가공육이나 훈제 식품에 들어있는 질산염 화합물, 흡연,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위 점막 세포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손상시켜 발암 물질이 침투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즉, 위암은 선천적인 요인보다 내가 매일 먹고 마시는 생활 습관이 만든 결과물에 가깝다.
◇미세한 신호 ‘이유 없는 체중감소’ 등
위암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이유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조기 위암 환자의 80%는 무증상이며, 속 쓰림이나 소화불량을 느끼더라도 일반적인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으로 오인해 소화제만 먹으며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 몸은 암이 진행되면서 미세하게나마 신호를 보낸다. 만약 40대 이상이거나 소화기 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이 다음과 같은 증상을 겪는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내시경 박리술·복강경·로봇수술 대세
암세포가 점막층에만 얕게 머물러 있고 림프절 전이가 없는 초기의 경우 배를 열지 않고 내시경으로 암을 떼어내는 ‘내시경적 점막하 박리술(ESD)’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위를 보존해 식생활에 지장이 없고 회복이 매우 빠르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과거처럼 배를 크게 여는 개복 수술보다는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이 대세다. 특히 로봇 수술은 입체적인 3차원 수술 시야와 정교한 관절 움직임을 통해 림프절을 정밀하게 제거하고 신경 손상을 최소화해 수술 후 합병증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진행성·전이성 위암의 경우 외과, 소화기내과, 종양혈액내과 등 여러 전문의가 한자리에 모여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찾는 ‘다학제 통합 진료’가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도 선행 항암 치료로 암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시도하거나, 환자의 암세포가 가진 유전자 특성에 맞는 표적치료제 및 면역항암제를 처방하는 등 치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만 40세 이상 ‘위내시경’ 큰 도움
위암은 예방할 수 있고,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5% 이상인 질환이다. 이를 위한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방법은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다. 우리나라는 만 40세 이상 국민에게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지원한다. 국립암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가암검진을 통해 정기적으로 위내시경을 받은 그룹은 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약 5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위암 예방을 위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제균 치료를 더욱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위궤양 등이 있을 때만 치료를 권했으나, 최근에는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위축성 위염이 있는 경우, 혹은 환자가 원할 경우에도 예방적 차원에서 제균 치료를 시행해 위암 발생률을 낮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귀찮다고 미룬 검진이 나중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증상이 없을 때 받는 내시경이야말로 당신의 위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투자다.
/정리=기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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