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80년 한국노총 “과오 사과, 사회대전환 주도”

한국노총이 창립 80주년을 맞아 과거를 성찰하고, 정의로운 사회대전환이라는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창립 80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날 행사 기념사에서 "한국노총 역사의 모든 행보가 정당화될 수는 없음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노총 80주년을 맞은 오늘, 과오에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어두운 역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사과의 뜻을 표한 것은 처음이다. 1노총에 걸맞는 책임감을 바탕으로, 대전환기에 신뢰받는 노동운동 주체로 나서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에
시민들과 탄핵 만든 조직"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 80년 역사의 절반 이상은 독재체제 아래에 놓여 있었다"며 "5·16 군사쿠데타로 등장한 정권을 지지했고, 군사보위체제를 옹호하며 유신체제와 호헌을 지지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이는 한국노총이 소위 '어용'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 이유"라며 "독재체제라는 시대적 조건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모든 행보가 정당화될 수는 없음을 알고 있다"며 사과했다.
다만 "그렇다고 그 시기 한국노총을 친정부 행보만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며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조직 확대 노력을 이어갔고, 노동자 권익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실천을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3월10일로 바뀌었던 노동절을 5월1일로 되돌리고, 명칭도 노동절로 바로잡았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1994년 정부와의 협의로 '근로자의 날'을 5월1일로 했고, 꾸준히 명칭 변경을 요구해 지난해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변경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의 내란 시도와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라는 헌정질서 파괴 상황에서, 시민들과 함께 탄핵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며 "한국노총은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변화할 힘을 가진 조직"이고 강조했다.
200만 조직화 사업단 출범, 대표성 확대 나서
한국노총과 한국 노동운동의 과제로 '정의로운 사회대전환 주도'를 제시하며, 이를 위해 '전환형 안전망'을 구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정부와 사용자단체에 "AI시대 고용안전망은 실업 대책이 아니라, 일이 바뀌는 과정에서 노동자를 지키는 제도"라며 "노동자가 새 역할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국가와 기업이 함께 책임지는 전환교육 체계가 필요하고,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줄이기 위한 사회안전망도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노동자들에는 단결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단결은 서로의 생각과 조건, 처지가 다름을 인정하면서 다름 위에 공통의 가치를 세우는 연대"라며 "고용형태, 세대, 일하는 방식이 달라도 서로를 경쟁 상대가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동지로 바라보는 게 시대가 요구하는 단결이다. 단결하자"고 호소했다.

이재명 대통령 "한국노총 80년, 민주주의 발전 역사"
노사정 한목소리로 "전환기 대응, 사회적 대화 함께하자"
노사정 대표자들은 노동계를 대표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온 한국노총과 함께 전환기 난제를 해결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 축사를 통해 "한국노총이 걸어온 80년은 대한민국의 노동운동과 민주주의 발전 역사 그 자체"라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등 국가에 어려움이 있을 때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책임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대화를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고, 전 생애에 걸친 역량 개발을 정부가 책임지고 강화하는 미래 일자리 국가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에 참여해 노동 3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일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관세와 산업 해외이전, AI 전면화는 힘 모아 싸워야 할 대상"이라며 "함께하자"고 말했다. 이동근 한국경총 상근부회장은 "국가경제의 지속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마련에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서로 신뢰하며 난제를 해결했다. 앞으로도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대화에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옸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사회적 대화를 제도화해 대화기구를 발전시켜 가겠다"며 한국노총의 적극 참여를 요구했다. 김지형 경사노위원장은 "대전환의 시대,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사회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킬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국회는 한국노총과의 소통을 약속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무원·교원 정치기본권과 정년연장(을 지난해 통과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계속 협의하겠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올해 초 노동존중 사회를 당의 첫 번째 비전으로 제시하고, 한국노총 출신들을 노동위원장과 노동특보로 임명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개혁 추진 과정에서 노동자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한국노총과 함께 올바른 노동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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