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 해보니 ‘임금축소 없이 주 4.7시간 감소’

연윤정 기자 2026. 3. 1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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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범사업 결과 정액급여 1.5%는 상승 … 김동연·추미애 출동 “전국적 확산” 한목소리
▲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기도 주 4.5일제 시범사업 효과 분석 토론회에서 김동연 지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주 4.5일 근무제 시범사업을 시행한 결과 임금 축소 없이 주당 노동시간이 4.7시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10곳 중 6곳은 매출액(추정치)이 전년 대비 상승 또는 유지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노동시간 줄고 생산성·여가시간 향상

경기도는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 4.5일제 시범사업 효과 분석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안호영·김주영·추미애·박홍배·이용우·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국회의원 33명이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윤덕룡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는 주제발표에서 시범사업 효과 분석 결과를 설명했다.

분석 결과, 노동시간은 참여기업 단축 전 주 41.2시간에서 단축 후 36.5시간으로 4.7시간 줄었다. 임금 수준은 통상임금이 하루 8시간 기준 단축 전 13만3천53원에서 단축 후 13만6천908원으로 2.9% 상승했고, 정액급여(월급)는 353만9천914원에서 359만1천792원으로 1.5% 올랐다. 이는 통상적인 연간 임금인상 범위(약 2% 내외)와 유사한 수준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임금축소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동시간 단축에도 생산성(성과)이 유지 또는 향상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추정치)이 전년 대비 상승 또는 유지했다는 기업이 60.2%였다. 외부고객(협력기업)의 만족도는 100점 환산 단축 후 82.1점으로 전년보다 2.4점 올랐다. 이직률은 22.8%에서 17.4%로 단축 전 대비 5.4%포인트 낮아졌고, 채용경쟁률은 10.3명 대 1명에서 17.7명 대 1명으로 높아졌다.

근로자의 일·생활 균형(워라밸) 만족도는 69.0점에서 69.2점으로 0.2점 소폭 상승했다. 평일 여가시간은 2.5시간에서 2.7시간으로 0.2시간 증가했다. 평일 여가시간이 충분하다는 인식은 46.7점에서 55.0점으로 8.3점 증가했다. 스트레스 인식 수준은 65.4점에서 58.5점으로 6.9점 낮아졌다. 수면시간은 6.3시간에서 6.7시간으로 0.4시간 늘었다.

근무 중 업무 외 시간(휴식·커피·담소·흡연 등)은 감소했다는 응답은 18.3%, 회의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은 9.5%였다. 불필요한 업무 외 시간 사용이 감소하고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업무효율성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84.5%로 확인됐다. 반면 업무량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17.6%로 나타났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애로사항으로 '노동시간 내 업무 미완결'(22.4%)이 꼽혔다. 직무몰입도는 75.8점에서 744점으로 1.4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시범사업의 가장 큰 성과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임금축소 없는 노동시간 단축 모델'을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근로시간 단축 뒤 주당 4.7시간 감소했는데 연간 240시간 내외의 시간단축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했다.

윤덕룡 대표는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연간 노동시간(1천742시간)과의 격차를 단계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향후 임금축소 없이 국제 수준에 근접하는 노동시간 단축 목표를 달성해 장시간 상위 국가라는 오명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인공지능(AI) 도입과 디지털 전환이 노동시간 단축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2년차 사업은 디지털 역량 강화, 업무 프로세스 개선 교육 등 직무역량 중심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경기도 노동시간 단축 모델을 중앙정부와 연계해서 지자체별 맞춤 모델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대 노총 "압축노동 해결 방안 찾아야"

하지만 주 4.5일제로 인한 효과 이면에는 '압축노동'이라는 부작용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순갑 한국노총 경기본부 교육본부장은 "노동시간은 줄었으나 업무량 자체가 유지되거나 증가했다는 인식이 높아 단축된 시간 내에 업무를 완결해야 하는 '시간 압박'이 가중된다"며 "업무 프로세스 개선 없이 기존 업무를 압축 수행함에 따라 심리적 부담이 증가하고 이는 오히려 직무몰입도 감소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단순한 시간 단축이 아닌 AI·IT 도입 등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노동강도 완화를 병행해야 한다"며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에 근로기준법 개정 및 고용보험 연계 지원금 상시화 등을 통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확보하도록 건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경기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주 4.5일제를 도입하면 물리적 시간은 줄어들지만 이때 '가려진 노동'을 방치하면 노동자는 줄어든 시간 내에 보이지 않는 일까지 해내야 하는 지옥을 맛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고서에 잡히지 않는 '준비시간' '인수인계' '고객응대 이후의 정리작업' 등을 공식적인 직무 분석에 포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IT기술을 활용해 실제 업무 동선을 파악하고 '부수적 업무'가 전체 비중의 몇 %를 차지하는지 데이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 4.5일제는 단순히 시간을 깎는 게임이 아니라 '의미 없이 버려지는 가짜 노동'을 찾아내 제거하고, '성과 뒤에 숨겨진 공짜 노동'을 정당한 노동시간으로 편입시키는 '노동의 투명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많은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주 4.5일제의 전국적 확대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김 지사는 환영사에서 "주 4.5일제는 단순히 근무시간을 줄이는 정책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삶의 균형을 새롭게 설계해 보는 사회적 실험"이라며 "경기도는 '국정 제1 동반자로서 정부와 국회와 함께 협력하며 주 4.5일제가 우리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경험과 데이터를 아낌없이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축사를 통해 "경기도가 주 4.5일제 시범사업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주 4.5일제의 전국적 확산 가능성을 열게 돼 기쁘다"며 "노동존중이 최고의 민생이고, 노동을 존중해야 기업의 경쟁력이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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