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유리천장’ 깬 40년 현장 내공… ‘파라다이스 시티’ 배현미 총지배인
예술을 더한 공간의 품격… 복합리조트 새 가치 만든다
롯데그룹 산하 호텔 첫 여성리더… 섬세한 감각으로 고객 만족 충족
숙박과 카지노·쇼핑·공연·미술작품 한곳에… ‘목적지’ 자체로 가치
영종국제도시, 관광 허브 도약 기대… 현장 중심 서비스 진정성 승부

호텔·리조트 업계에서 총지배인은 ‘호텔의 꽃’이자 ‘호텔리어의 꿈’으로 불린다. 호텔의 모든 분야를 총괄하는 자리여서 권한이 크지만 무거운 책임감과 의무가 뒤따른다. 호텔·리조트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 다른 직군에 비해 여성 고위 관리자가 많을 것 같지만, 국내에 있는 주요 호텔·리조트 중 여성 총지배인은 10명 남짓에 불과하다. 파라다이스시티 배현미(57) 총지배인은 201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요 호텔 여성 총지배인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그동안 외국계 호텔의 여성 총지배인은 있었지만, 그는 롯데그룹 산하 호텔 중 처음으로 여성 총지배인이 되면서 ‘유리 천장’을 깨트렸다. 롯데그룹 산하 여러 호텔에서 총지배인으로 근무한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인천 영종국제도시에 있는 카지노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 총지배인으로 부임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 5일 영종도에서 만난 배현미 총지배인은 “파라다이스시티는 단순한 카지노리조트가 아닌 예술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공간”이라며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감각을 앞세워 파라다이스시티를 찾는 고객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현미 총지배인은 1986년 롯데그룹의 고졸 공채로 입사하면서 호텔·리조트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외교관이 되고 싶었으나, 집안 사정 때문에 곧바로 취직을 선택해 롯데그룹에 들어오게 됐다”며 “당시 면접관이 ‘외향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 호텔에 맞을 것 같다’고 나를 평가해 롯데호텔에서 처음 일하게 됐다”고 했다.
호텔에서 근무하게 됐지만, 당시 그는 호텔 업계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말 그대로 초짜였다. 그는 “198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국내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 중 95%는 외국인이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텔이 정확히 어떤 장소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호텔의 화려한 인테리어와 매일 외국인 고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으로 회사 생활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20살 소녀에게 호텔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소수의 몰상식한 고객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많았다고 배현미 총지배인은 설명했다. 그는 “당시는 서비스 분야에 대한 매뉴얼이 없어 고객이 항의하면 직원은 무조건 사과를 해야 했다”며 “이에 적응하지 못해 사표를 가슴에 항상 품고 다니면서 일했다”고 말했다.

배현미 총지배인은 단계별로 업무를 하나씩 배워 나가면서 호텔 생활에 재미를 찾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마음을 새롭게 다지면서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고객들의 항의는 나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호텔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생각하니 받아들일 수 있었고, 마음도 편해졌다”며 “유니폼을 입을 때와 평상시의 나를 분리하면서 일에 재미를 느끼게 됐고, 회사에서도 인정받아 중간 관리자까지 승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2015년 롯데호텔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인 L7호텔 명동 총지배인으로 승진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며 몸을 낮췄다. 그는 “L7호텔 명동은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운영된 호텔이어서 트렌드에 민감하고, 젊은 여성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이해할 수 있는 나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총지배인이 될 수 있었다”며 “그룹 차원에서도 야심차게 ‘여성 리더’를 양성하는 시기여서 승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시그니엘 부산과 시그니엘 서울 등 롯데호텔의 최상위 브랜드 총지배인을 역임한 그는 40년간의 호텔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9월부터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리조트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배현미 총지배인은 “파라다이스시티는 일반 호텔과 달리 아트와 음악, 문화콘텐츠가 함께 있다는 점이 매력 있게 다가와 이곳에 오게 됐다”며 “7개월 정도 카지노 복합리조트에서 근무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현미 총지배인은 ‘머무는 곳’인 일반 호텔과는 달리 파라다이스시티는 ‘목적지’ 자체로 가치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숙박뿐 아니라 카지노, 쇼핑, 공연, 예술작품 등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파라다이스시티가 보유한 가장 큰 강점”이라며 “고객들이 파라다이스시티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과 가깝다는 것도 큰 장점이 된다고 배현미 총지배인은 설명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인천공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동북아 허브공항인 인천공항과 매우 가까워 일본이나 중국 등 해외 VIP 고객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며 “최근에는 인천공항에서 환승하는 승객들이 남는 시간을 활용해 파라다이스시티를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종국제도시가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관광 허브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배현미 총지배인은 “인천공항과 가까운 영종국제도시에는 파라다이스시티 뿐 아니라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등 2개의 대형 카지노복합리조트가 이미 자리 잡고 있어 관광 클러스터가 조성될 기반이 형성됐다”며 “인천 도심과 연계한 관광 인프라를 확대하고, K-POP을 활용한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한다면 인천이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관광·엔터테인먼트 허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지배인으로서 그가 가진 경영 철학은 ‘현장 중심의 서비스 제공’이다. 그는 “프런트데스크부터 객실서비스팀 등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총지배인까지 승진했기 때문에 현장의 중요성을 매우 잘 알고 있다”며 “현장에서 직접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선해야 좋은 호텔·리조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 때문에 그는 지금도 현장에 자주 방문해 고객들을 직접 맞이하면서 고쳐야 할 부분에 대해 듣는다. 그는 “항상 서비스는 진정성에서 나온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고객의 소리를 바탕으로 우리 리조트를 찾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파라다이스시티가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다”고 했다.
■배현미 총지배인은?
▲1969년 12월 충남 논산 출생
▲1986년 1월 롯데호텔 입사
▲2005년 4월 롯데호텔월드 객실 헤드매니저
▲2012년 11월 롯데호텔서울 객실팀장
▲2015년 8월 L7명동 총지배인
▲2017년 9월 L7홍대 총지배인
▲2019년 1월 시그니엘 부산 총지배인
▲2023년 1월 시그니엘 서울 총지배인
▲2025년 9월 파라다이스시티 총지배인

/김주엽 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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