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계에 이른 식량안보 위기 대응체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으로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운수업 종사자 등은 생업을 중단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쌓여 있다. 더구나 중동 영공 폐쇄로 글로벌 공급망이 악화되면서 곡물 공급 또한 악화 위기에 놓였다. 가뜩이나 기후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곡물 작황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 곡물 대량 생산 국가의 국제 분쟁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식량 공급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식량안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곡물 자원을 움켜쥐고 있는 상황이다. 쌀 외에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도 식량안보 위기에 대비한 대응체계의 방향 전환이 시급해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식량안보위기 대응체계 구축'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식량위기가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공급망 교란에 따른 물량 확보 실패 가능성까지 커지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대응체계가 주로 가격 위주에 치우쳐 있어 물량 확보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이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서면서 자국의 식량을 비축하기 위해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하는 등 식량보호주의 확산도 물량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는 요인이다.
특히 밀, 옥수수, 콩 등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물량 확보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대응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3년 기준 곡물 자급률은 22.2%이며 콩은 9.3%, 밀은 1.1%, 옥수수는 0.8%에 그쳤다. 밀·옥수수·콩의 수입액은 9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는 농업생산액의 14.9% 수준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곡물들이 각종 식품, 과자류에 주로 이용되고 있어 수입이 중단되거나 부족하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 등 곡물 가격이 인상되면서 외식 물가도 크게 오른 상태다.
국제정세 혼란 속에 식량안보를 강화하려는 국가들의 수출 제한 조치가 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물량 부족 사태에 대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구조인데 2003년 밀의 경우 수요 대비 비축 물량이 1.7% 수준에 그쳤다. 글로벌 공급망이 닫히면 언제라도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는 대응 구조다. 따라서 식량안보 위기 대응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식량안보법 제정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식량 공급 부족 사태는 국민 먹거리에 직격탄을 준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한 대응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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