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뺏기고 육아는 막막"…복지 사각에 갇힌 '느린 부모'
[EBS 뉴스]
지능지수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있는 '경계선 지능인', 느린 학습자라고도 하는데요.
특히 아이를 혼자 키우는 한부모가 경계선 지능인이면,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양육과 생활 전반에 걸친 '밀착형 도움'이 절실합니다.
오늘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경계선 지능 한부모 가정을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떤 변화를 준비해야 할지 살펴봅니다.
먼저 영상보고 오겠습니다.
[VCR]
지능지수 71점~84점 사이
'경계선 지능'
서울시 한부모가족 시설 입소 시 검사
절반은 '경계선 지능' 판정
검사비 지원 외 정책 전무
양육, 생활 지원은 사각지대
경계선 지능인 위한 입법도 지연
법 사각에 경계선 한부모, 지원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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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아이들 한명 한명이 소중한 시대, 한부모 가정을 돕는 기관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유미숙 부대표 스튜디오에 자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서 정말 많은 가정을 만나오셨는데, 지금까지 어느 정도 규모의 한부모 가정을 지원해 오셨나요?
유미숙 부대표 /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저희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2015년부터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미혼모·부를 임신부터 양육까지 지원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1년에 150에서 200가구 정도를 만나고 있고, 지금까지 누적으로 1,500가구 넘는 분들과 함께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최근 지원하는 미혼모 중 '경계선 지능인'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시는 정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유미숙 부대표 /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저희가 지원하는 한부모 전체를 보면 약 40퍼센트 정도가 경계선 지능인입니다.
20대 엄마들로 좁혀보면 그 비율이 80퍼센트에 육박합니다.
현장에서 오래 일하면서 체감하는 수치인데, 이게 왜 이렇게 높냐 하면 2019년 대법원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낙태가 사실상 불법이 아닌 상태가 됐는데요, 대부분의 경우 임신 초기에 상황을 파악하고 본인의 의지대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계선 지능인 분들은 임신 사실 자체를 훨씬 늦게 알게 되고, 알더라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적절한 판단과 대처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 아이를 낳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 같은 단체를 찾아오시게 되는 거고요.
서현아 앵커
이런 경계선지능인 한부모 가족이 겪는 어려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유미숙 부대표 /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경계선 지능인 분들은 인지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굉장히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것에 자꾸 실패를 경험하다 보니, 자신감이 없고 위축되어 있어요.
그러면서 사람에게 쉽게 의존하거나 반대로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태이다 보니 데이트 폭력이나 각종 사기에 쉽게 노출되고,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지 못한 채 이용당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을 원하면서도 믿지 못하는, 굉장히 힘든 상태가 됩니다.
저희가 도움을 드리려고 해도, 처음엔 돈이나 물건만 받고 싶어하고 실질적인 조언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신뢰를 쌓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분들과 충분히 관계를 맺고 신뢰가 생겨야만, 그때부터 조금씩 문제들을 함께 풀어갈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 문제 뿐 아니라, 생활 관리나 육아 기술 같은 실질적인 어려움들도 많이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국가 지원이 주로 금전적인 부분에 치중되어 있다 보니, 오히려 '양육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유미숙 부대표 /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요즘은 저출산 문제도 있고 해서, 아이 양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많아졌습니다.
청소년 부모의 경우 기초생활수급, 한부모가족양육비를 받는다면 생후 1년간 월 3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돈을 제대로 쓰지를 못합니다.
지인에게 수년간 1억 넘게 갈취를 당하기도 하고, 삶에 꼭 필요하지 않은 엉뚱한 곳에 먼저 써버리기도 합니다.
옆에서 금전 관리를 가르쳐주고 같이 계획을 세워줄 '사람'이 필요한거죠.
그리고 돈으로 해결이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제때 청소하고 밥 해먹는 것, 어린 아기를 다루는 법, 아이와 눈을 맞추고 교감하는 것.
이런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인데, 이게 안 되면 아이의 발달에 바로 영향이 옵니다.
실제로 경계선 지능인 엄마가 혼자 아이를 키우다가 의도치 않게 아이를 다치게 하거나, 아이가 발달 지연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현장에서 많이 목격합니다.
나라가 돈만 주고 신경을 꺼버리는 것, 이른바 '방임 복지'를 하다가는, 정작 그 아이가 방임 상태에 처하는 걸 막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래서 네트워크에서는 멘토가 직접 가정을 방문하는 지원을 하고 계시죠.
실제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까?
유미숙 부대표 /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저희가 멘토 선생님들과 함께 직접 가정을 방문하는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주 2회 정도 집에 찾아가서 아이도 봐주시고, 엄마와 이야기도 나누고, 어려운 일들을 도와주시는 역할입니다.
평소에도 전화나 카톡으로 연락을 이어가고요.
처음에는 연락 자체를 받지 않거나 방문을 거부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다 보면 언젠가 마음을 여시더라고요.
그러면 그때부터 달라집니다.
집을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을 해먹는 일, 아이를 돌보는 방법, 삶의 크고 작은 결정들.
이런 것들에서 멘토 선생님의 말을 받아들이고 배워나가기 시작합니다.
사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습니다.
하지만 느리지만 분명히, 삶이 조금씩 덜 불안해지고, 아이를 좀 더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게 되는 모습들을 많이 목격합니다.
이런 '돈이 아닌 사람이 들어가는 지원'이 제도화되어서 더 많은 가족에게 닿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마지막으로, 경계선 지능 한부모들이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책적으로 가장 시급한 변화는 무엇일까요?
유미숙 부대표 /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맞습니다.
남성 청년의 경우에는 군대 입대 전 검사 과정에서 본인이 경계선 지능인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성 청년은 이런 계기가 전혀 없어요.
그러다 보니 본인도, 가족도, 왜 자꾸 이 사람이 일이 안 되는지 이유를 모른 채, 그냥 자꾸 실패자로 몰아가게 됩니다.
이 분들이 보통 검사를 받을 생각도 못하거니와, 검사를 받으려고 해도 현실적인 장벽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종합 검사 비용이 40만 원 수준이고, 어린 아이를 데리고 4시간 넘는 검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계선 지능인 한부모를 실질적으로 돕는 지원 체계를 먼저 만들어두고, 그 지원을 받고 싶은 분이 원한다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막 아기를 낳은 기초생활수급가정에 3~6개월 찾아가는 돌봄지원서비스 등을 통해서 일상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관찰이 될 것이고 라포를 충분히 형성하고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해서 경계선 지능인이라고 확인이 된다면 그분의 눈높이에 맞게 서비스가 들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현재 '경계선 지능인 기본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실제 법안도 발의되고 있습니다.
이 법이 제정되어서 학창 시절부터 본인의 특별함을 알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이분들이 생애 전반에 걸쳐 사회 안에서 함께 잘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조금 느리더라도 부모가 삶을 꾸려가는 법을 하나하나 배워갈 때, 그 품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부족함 없이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돈만 주고 마는 '방임 복지'가 아니라 사람이 함께 하는 '밀착 복지'로의 전환이 시급해 보입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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